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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논평] 면책(免責)특권과 면피(免避)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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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국회 본회에 황교안 국무총리,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이 이어졌다. (사진=윤창원 기자)

 

면책특권(免責特權)을 풀어 쓰면 '책임을 면하는 특별한 권리'다.

그런데 영어식 표현은 'privilege of speech'이다. '발언할 특별한 권리', 또는 '말할 자유'인 것이다.

자유와 책임이 동전의 양면이지만 면책특권의 본래적 의미는 '책임을 면하는 권리'라기 보다는 '말할 수 있는 자유'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하겠다.

즉, 면책특권은 1689년 영국의 권리장전에서 비롯된 의회가 갖는 언론자유의 특권이자 '정치는 말(言)로 하는 것'임을 상징한다.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에서는 서슬퍼렀던 과거 권위주의 시절 '할 말 하는' 야당 정치인들을 위한 보호막이 되기도 했다.

우리 헌법 제45조에서도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면책특권은 의회 민주주의를 위한 헌법적 권리인 것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 정치권에 때 아닌 면책특권 폐지론이 제기되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의 '헛발질'에서 비롯됐다.

사실이 아닌 잘못된 주장을 한 책임으로 발언 하루 만에 사과했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개 경고를 받기도 했다.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왼쪽)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하지만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의원 면책특권도 헌법규정과 충돌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한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여야 공방으로 변질됐다.

새누리당은 면책특권을 제한적으로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고, 야당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라고 맞서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면책특권은 친인척 보좌진 채용 등과 같은 국회의원의 '갑질'이나 '특권'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른바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 연장선에서 논의될 사안이 아닌 것이다.

즉, '면책(免責)특권'의 본래적 의미인 '말할 수 있는 특권'이 아니라 사전적 의미로 마치 '책임을 피한다'는 뜻의 '면피(免避)특권'인 것처럼 오도해서는 안될 일이다.

또한 면책특권 축소나 폐지는 헌법 개정 사안이고, 더욱이 여소야대(與小野大)국회에서 야당이 반대하는 데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이 면책특권을 문제삼고 나선 까닭은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폭로성 공세를 염두에 둔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의혹에도 추가 자금지원을 결정한 청와대 서별관회의 문건은 야당 의원의 대정부질문을 통해 드러났다.

거슬러 올라가면 21년전 당시 초선이던 박계동 의원이 대정부질문을 통해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4천억원설을 폭로해 일대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물론 '아니면 말고'식의 '묻지마' 의혹 제기나 막말 등은 정치적, 윤리적으로 책임을 묻고 징계나 제재를 가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발언의 책임에 앞서 국회의원 개개인의 품격과 양심이 먼저여야 한다.

그리고 행정부와 사법부를 견제하는 국회의원 면책특권은 여야의 입장이 아닌 입법부 차원에서 논의될 사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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