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이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의 충격에서 벗어나 정상을 되찾는 모습이다.
지난 1일 마감된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1987.32/ 684.26)는 브렉시트 개표결과가 공개되기 전인 6월 23일 종가 수준(1986.71/ 679.52)을 모두 넘어섰고, 원달러 환율(1,145.00)은 6월 23일 종가(1,150.20) 아래로 떨어졌다.
브렉시트 개표결과가 공개됐던 24일 코스피지수의 하루 변동폭이 백포인트를 넘어서는 등 패닉상태에 빠졌지만 일주일 만에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정상을 회복한 것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영국과 중국, 미국의 주가지수는 이전 수준을 이미 회복했거나 거의 회복했고 다른 주요국들도 많이 회복한 상태다.
◇ "브렉시트, 부채문제 결부되지 않았다... 전 세계 과민반응"지금 시점에서 돌아보면 브렉시트 결정에 대해 시장이 너무 과도한 반응을 보였던 것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이번 브렉시트 투표결과는 주가 하루 변동폭이 백포인트가 될 정도로 호들갑을 떨만한 이슈가 아니었다. 우리나라만이 아니고 전세계가 과민반응을 보였다. 이번 사태는 글로벌 금융위기나 2011년 유럽재정위기 때와는 다르다. 그 때는 금융회사나 국가의 부채문제였다. 부채가 결부돼 있는 상황에서는 연쇄적으로 다른 금융회사나 국가가 같이 무너지기 때문에 주가가 요동을 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브렉시트는 부채가 문제가 된 게 아니다. 브렉시트 결정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은 맞다고 하겠지만 이번처럼 주가가 요동친 것을 정당화할만한 재료는 아니다”고 말했다.
시장이 과도한 반응을 보였던 것은 브렉시트와 같은 사건이 사상 초유의 일로 과거에 없었기 때문에 미칠 파장이 어떤 건지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 "브렉시트 결정은 뒷통수를 무방비로 얻어맞은 것과 같다"또한 투표 당일까지 영국의 유럽연합 잔류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는데 투표결과 예측이 뒤집어져 충격이 더 커졌다.
“브렉시트 결정은 시장에서는 뒷통수를 무방비 상태로 얻어맞은 것과 같다. 시장이 항상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반응하지 못한다. 순간적으로는 합리성과 효율성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사안이 대표적이다. 다행히 시장이 바로 사태의 본질을 깨닫고 정상으로 돌아왔다”라고 황세운실장은 말했다.
그렇다고 브렉시트가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또 금융시장이 충격에서 벗어나 정상을 회복했다고 해서 브렉시트사태가 다 끝난 것도 아니다.
브렉시트는 실체가 분명히 있는 큰 사태로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 "브렉시트, 장기적으로 누적되는 사건의 시작...비용, 일시불 아닌 할부지불!"영국과 유럽연합의 탈퇴협상은 시작도 안했다.
오는 9월에 영국총리가 새로 뽑힌 뒤 협상을 통보해야 탈퇴협상이 비로소 시작되게 된다.
협상이 진행되는 향후 2년간 영국과 유럽연합의 기존 협약은 그대로 유지된다.
영국 국민이 브렉시트를 결정했다는 소식에 전 세계 금융시장이 지레 겁먹고 큰 충격을 받았다가 회복했지만 지금까지는 브렉시트 결정에도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협상에 들어가면 파열음이 나오고 단계단계마다 시장이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브렉시트 사태는 끝난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는 브렉시트 뉴스 이벤트가 마무리됐을 뿐이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누적되는 사건의 시작국면이다. 실질적으로 영향은 지금보다 내년 이후에 더 많이 누적적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비용을 일시불로 지불하는 것이 아니고 할부로 지불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지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브렉시트 악재만은 아니다..."이혼한 뒤에 더 행복하게 살 수도 있다"그 효과는 꼭 악재로만 작용하는 것만은 아니다.
“브렉시트는 경제 구조를 바꾸는 작업이다. 유럽이라는 시장을 재편해서 다시 금을 긋는 작업이다. 금을 그으면 영국이나 유럽 양쪽 시장이 다 죽을 것이라는 생각은 한쪽으로 치우친 것이다. 금을 긋다가 시장이 커질 수도 있다. 부부가 이혼한다고 해서 둘 다 더 비참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혼한 뒤에도 재혼해서 더 행복하게 살 수도 있다”고 황세운 실장은 말했다.
브렉시트 이후에 영국과 유럽연합이 어려워져도 너무 두려워할 일은 아니다.
◇ "우리나라에는 기회가 될 수도...위안화 허브 정책 드라이브 걸 때"오히려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른 나라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황세운 실장은 “브렉시트로 영국이 시들시들해지면 어떤 국가에는 좋은 일이 될 수 있다. 런던 금융시장 침체의 반사이익을 뉴욕이 볼 수도 있다. 런던이 유럽의 위안화 허브(거래중심지) 기능을 잃어버리면 홍콩이나 싱가포르로 그 기능이 넘어갈 수 있다. 우리도 그 과실을 따먹기 위해 현 시점에서 위안화 허브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금융기관의 해외진출도 강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최악의 사태는 유럽연합 탈퇴의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때라고 할 수 있다.
“계속해서 유럽연합이 분열되는 상황이 되는 것은 안좋다. 탈퇴의 도미노 이펙트가 발생해 유럽연합이 해체되기 시작하면 부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영국의 예에서 보듯이 다른 나라에서 유럽연합 탈퇴 결정이 나면 국가간, 지역간, 계층간 갈등이 표면화 된다. 이런 갈등이 한 두 국가에 국한되면 덮어질 수도 있지만 도미노처럼 퍼져나가는 것은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 갈등이 표면화되면 내전이나 전쟁으로도 갈 수 있다”고 황세운 실장은 경고했다.
앞으로의 증시전망과 관련해서는 현재 글로벌 경제 여건이 좋지 않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정용택 팀장은 “현재 글로벌 경제가 기본적으로 약세 기류를 보이고 있다.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가운데 브렉시트의 불확실성이 더해졌다. 단기적으로 각국 정부가 정책공조를 통해 유동성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우리나라도 추경 카드를 빼들면서 투자심리를 반등시키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도 줄어들었다. 이런 것에 대한 기대심리로 7월 중순까지는 상승국면이 갈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경제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상승국면이 오래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