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ube 영상보기] [무료 구독하기] [nocutV 바로가기] 30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 18층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위원장 김환균) 회의실. 세월호 참사 직후 청와대가 공영방송 KBS의 보도에 개입한 증거(녹음파일)가 기자들에게 공개됐다.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4월 21과 30일.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KBS 뉴스 내용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뉴스 편집에서 빼 달라", "다시 녹음해서 만들어 달라"고 편집에 직접 개입했고, "하필이면 (대통령이) 오늘 KBS를 봤으니, 내용을 바꿔 달라"고도 주문했다.
청와대의 세월호 보도 통제 증거 공개 기자회견.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이날 기자 간담회 자리에는 유경근 세월호 유가족 대변인이 함께했다. 이정현-김시곤 녹음파일을 들은 뒤 그는 "또 농락당했다. 정부가 우리를 기만했다"며 허탈해했다.
그는 기자간담회 전날 언론노조로부터 기자회견에 참석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유도 안 알려주고 무조건 와야 한다고 했다"며 "얼마나 급한 일이기에 그런가 했는데, 기자회견 30분 전에 이 내용을 들었다…"고 말하다, 순간 말을 잇지 못하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유경근 세월호 유가족 대변인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이어 "'(녹음파일 이정현 전 홍보수석 발언 중) '해경이 무슨 잘못이 있냐. 있다 하더라도 부차적이지'라니. 참사 이후 대통령은 모든 책임이 자기에게 있고, 국가를 개조해서라도 이런 일이 안 일어나게 하겠다고 국민 앞에서 성명도 발표했다. 여당 의원도 우리 앞에서는 그랬는데, 이들이 전부 속으로는 정부는 책임 없다고 생각했구나, 우리가 또 농락당했구나, 우리를 기만했구나라고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또 유 대변인은 2014년 유가족들이 KBS에 항의하러 갔던 때가 떠오른다며, 그 당시 의아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제 이해가 된다고 했다.
지난 2014년 KBS에 항의 방문한 세월호 유가족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KBS 사장에게 면담을 요구하러 KBS에 갔는데, 청와대서 만나자고 해서 만났다. 그때 만난 사람이 당시 이정현 홍보수석이다. 의아했다. KBS에 따지러 갔는데 왜 이 수석이 우호적으로 나서는 걸까. 그리고는 '청와대라 하더라도 보도국장에게 맘대로 할 수 없지 않느냐. 그래도 의견은 전달하겠다. 사장이 유족에게 사과할 수 있도록 해 보겠다'는 말을 우리에게 했다. 그 말이 있은 며칠 후 길환영 KBS 사장이 와서 사과하고, 김시곤 보도국장을 해임하겠다고 했다. 당시 유가족들은 기뻐했는데, 나는 조금 의아했다. 왜 순순히 우리 요구를 다 들어주지? 그러고 지나갔는데 오늘 녹취록 들으니까 이해가 된다. 의혹이 풀린다."
녹취록을 보면 이정현 전 수석이 김 전 국장에게 항의하다, 애걸복걸하고, 같은 얘기를 반복해도 안 되니까 육두문자까지 쓰기도 한다.
유 대변인은 "김시곤 보도국장은 청와대 입장에서 봤을 때 순수한 사람이 아니었다. 마땅치 않은 결론을 내며 전화를 끊는 걸 보니, 우리가 해임하라고 요구한게 청와대가 기쁘게 받을 일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니 코빼기도 안 보이던 KBS 사장이 청와대 연락 받자마자 왔지"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이번 증언은 세월호 특조위 2차 청문회에서 나온 한 선원의 '청해진해운이 퇴선명령 못하게 지시했다'는 양심 선언에 이어 두 번째로 나온 주요한 증언이라"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가족들은 그동안 안전한 사회,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을 위해 필요한 정보 가진 분들에게 찾아가 용기있게 나서달라고 했는데, 거의 거절당했다고 한다. 유 대변인에 따르면, 그들은 한결같이 '지금은 말 못한다'고 답했다. 어떤 교수는 '내 사정 알지 않는냐. 정부 돈 받고 일하는데. 정권 바뀌면 나서겠다'고 했다.
이 말을 전한 뒤 유 대변인은 "특조위가 열심히 조사해도 당사자가 입을 다물고 있으면 소용 없다. 그분들이 입만 열어주면 탄력을 받는다"며 "제발 나서달라. 바꿀 수 있다"며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