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지역을 대표하는 에큐메니칼 기구인 아시아기독교협의회(Christian Conference of Asia/CCA)에서 한국 여성으로 영향력 있는 에큐메니칼 지도력을 발휘하는 목사가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인 문정은 목사는 CCA에서 에큐메니칼 지도력 구성과 에큐메니칼 영성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다.
한국에서 여성 목회자는 실상 남성 목회자들과 어깨를 견주고 동등하게 그 영향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가부장적 영향이 남아있는 한국교회에서 여성보단 남성이 중요 직책을 차지하고 지도자를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문정은 목사는 여성 목사로서, 세계 에큐메니칼 무대에서 당당한 사역을 펼쳐가고 있다. 지난 17일 태국 치앙마이 CCA 본부에서 그를 만났다.
6월 12일부터 18일까지 열린 CCA 청년평화사절단 훈련 프로그램에서 문정은 목사가 강의하고 있다.
- 아시아 에큐메니칼 운동의 일선에 계신데, 사실 한국교회에선 '에큐메니칼 운동'이 여전히 대중적이지 않다. 에큐메니칼 운동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지난 1990년, 제가 장로회신학대학교 2학년 때 CCA 마닐라 총회에 청년 스튜어트로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CCA를 처음으로 알게 됐다. 그리고 장신대 학부에서 신학을 하면서 들어보지 못했던 '에큐메니칼 운동'을 처음 접하게 됐다.
총회에선 아시아 지역의 교회 지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는 장이었다. 당시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그들이 논의 하는 것이 단순한 '복음 전도' 이상이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인권, 정의, 환경, 가난, 여성 등 여러 사회적 이슈들을 회의의 주요 주제로 선정하고, 아시아가 처한 사회적 이슈들을 위해 교회가 무엇을 함께 할 수 있을지 논의했다. 사실 이것은 충격이면서 동시에 매우 도전적이었다. 마치 그동안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아왔던 내가 우물 밖으로 점프해 나온 느낌이었다. 그동안 보수적인 장로교인으로 살아오던 내가 사회적·국제적 이슈에 눈뜨며 에큐메니칼 운동을 배우게 됐다.
이후 에큐메니칼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00년 CCA 토론토 총회, 2005년 CCA 치앙마이 총회에 참석했고, 프로그램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 아시아를 대표하는 에큐메니칼 기관인 CCA에서 어떻게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2004년부터 예장통회 총회 기획국에서 해외 에큐메니칼 관계 담당자로 8년 동안 사역을 했다. 그러다 CCA 구인 공고를 보고 도전하게 됐는데, 사실 무모하다는 생각은 했다. 왜냐하면 그동안 국제 에큐메니칼 기구에 일하는 많은 선배들이 있었지만 여성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저 말고도 4명의 지원자가 있었는데 CCA 인선위원회에서 제가 신앙·선교·일치국(Faith, Mission & Unity) 국장으로 발탁 됐다.
그동안 중점적으로 진행해 온 프로그램으로는 신학생과 목회자, 평신도를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에큐메니칼 훈련 프로그램이었다.
또 아시아의 주요 사회적 이슈들과 관련한 선교 자문도 맡았다. 아시아가 마주한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교회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자문과 관련된 워크샵 등도 진행했다.
또 지난 몇 년간 CCA 내의 여러 사정으로 최소의 적은 인원이 CCA의 전반적인 프로그램을 이끌어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스텝들 각자의 고유 업무 외에도 함께 협업하는 일들이 많이 있었다.
- CCA가 조직 개편을 했다고 들었다. 간단히 설명해 달라.그동안 CCA는 신앙, 선교, 일치’국(Faith, Mission and Unity), ‘에큐메니칼 구성, 성(性)정의, 청년개발’국(Ecumenical Formation, Gender Justice and Youth Empowerment) ‘정의, 국제문제, 개발봉사’국(Justice, International Affairs and Development and Service) 의 3개 프로그램국을 운영해 왔다.
그런데 이를 4개 프로그램 부서로 개편했다. Mission in Unity and Contextual Theology (일치 속의 선교와 상황 신학), Ecumenical Leadership Formation and Ecumenical Spirituality(에큐메니칼 지도력 구성과 에큐메니칼 영성), Building Peace and Moving Beyond Conflict(평화 만들기와 갈등 극복), Prophetic Diakonia and Advocacy(선지자적 디아코니아와 옹호)이다.
이번 개편은 앞으로 CCA가 아시아의 상황에 맞는 에큐메니즘을 발전시키면서, 모든 회원 교회들과 교회협의회들이 더 포괄적인 에큐메니칼 정신을 실현시키도록 권면하고, 대사회적인 선지자적 증거와 연대, 지지를 강화하고자 하는 새로운 비전을 반영해 주고 있다.
- CCA에서 4년 동안 더 일하게 됐다고 들었다.사실 지난 2012년 계약한 임기가 이번 달로 끝이 나는데, 계약을 연장하게 됐다. 2020년까지 에큐메니칼 지도력 구성과 에큐메니칼 영성 코디네이터로 사역하게 됐다. 이는 CCA가 향후 5년 동안 중점적으로 강화하고자 하는 프로그램 목표중의 하나인, 향후 아시아 에큐메니칼 지도력 강화와 회원교회 내 풀뿌리 에큐메니칼 영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낸다 할 수 있다.
앞으로 아시아 에큐메니칼 교육 기관, 에큐메니칼 훈련, 청년과 여성 지도력 개발 등 다양한 지도력 개발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자 한다.
-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
고민하라고 말하고 싶다. 본인이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관심 있는 게 무엇인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라는 것이다. 고민하고 길을 찾아보면 언젠가 길이 보이고 기회도 주어진다.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에 대한 분명한 정체성 의식이 필요하다. 요즘 젊은이들은 보면, 외국 여행은 많이 하면서도 정작 본인이 살고 있는 한국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서구 역사, 서구 신학은 관심있어 하면서도 정작 한국교회와 아시아 교회에 대해서는 무지하지 않나 싶다. 먼저 본인이 살고 있는 사회와 아시아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갖고 공부하면 좋겠다. 물론 어학 실력도 쌓아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