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 감독은 자신을 찾아온 기회를 두 번 놓치지 않았다. FC서울 역시 과거 주축선수의 해외이적을 허용한 것과 마찬가지로 최용수 감독의 도전을 허락했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결국 최용수 감독은 ‘대륙’으로 간다. K리그 클래식 FC서울은 지난 21일 최용수 감독이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쑤닝로 떠나고 후임 감독으로 황선홍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정확히 1년 전 장쑤 구단은 최용수 감독의 영입을 위해 거액을 제시했다. K리그는 물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뛰어난 성적을 내는 최용수 감독이라는 점에서 장쑤가 특급 대우를 약속했다. 하지만 최용수 감독은 잔류를 택했다. 실제로 K리그에서는 받기 어려운 엄청난 금액의 제안에 잠시 흔들렸지만 최용수 감독의 선택은 장쑤가 아닌 서울이었다.
최용수 감독에 거절당한 장쑤는 중국 굴지의 가전유통업체 쑤닝 그룹에 인수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클럽이 됐다. 쑤닝 그룹은 지난 겨울 이적시장에서 유럽무대에서 활약하던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알렉스 테세이라와 조, 미드필더 하미레스의 영입에 1000억 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머니 파워’를 선보였다. 지난겨울 유럽 명문클럽 못지않은 축구계의 ‘큰 손’이 바로 장쑤였다.
◇ 최용수 감독을 움직이게 한 장쑤의 '삼고초려'
장쑤의 투자는 곧장 성적으로 이어졌다. 지난 시즌 중국 슈퍼리그 16개 팀 가운데 중위권인 9위에 그쳤던 장쑤는 올 시즌 광저우 헝다, 허베이 화샤싱푸까지 막대한 자금력을 쏟는 팀들과 우승 경쟁을 하고 있다. 하지만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탈락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결국 장쑤는 루마니아 출신의 댄 페트레스쿠 감독을 경질하고 차기 감독 선임에 나섰다.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세계적인 선수들을 영입한 장쑤였지만 차기 감독 후보에는 변함없이 최용수 감독이 있었다. 마치 제갈량의 마음을 얻기 위해 삼고초려했던 유비처럼 장쑤의 계속된 영입 노력은 결국 지난 시즌 얻지 못한 최용수 감독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브라질)와 스벤 예란 에릭손(스웨덴), 펠릭스 마가트(독일) 등 세계적인 지도자와 경쟁을 앞둔 최용수 감독은 “이런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데 두 번이나 온 것은 감사해야 할 일”이라며 “백지 상태에서 내 실력을 평가받을 기회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실패를 통한 배움도 있다”고 중국 진출의 소감을 밝혔다.
올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에서 전북 현대와 맞붙었던 장쑤 쑤닝은 비록 16강 진출은 좌절됐지만 엄청난 투자 덕분에 중국 슈퍼리그에서는 우승 후보로 단숨에 떠올랐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K리그와 '급'이 다른 장쑤의 특급대우
장쑤를 비롯한 중국 슈퍼리그는 지난해 전 세계 축구 이적시장의 역대 최고 이적료 지출에 제대로 한몫했다. 중국 슈퍼리그가 전 세계 축구리그 가운데 가장 많은 이적료를 지불했고, 중국 2부리그도 네 번째로 많은 이적료를 선수 영입에 투자했다. 중국의 막강한 자금력이 중동의 ‘오일 머니’ 못지않게 전 세계 축구계를 움직이는 ‘힘’이 됐다.
덕분에 지리적으로 인접한 한국 축구는 중국의 폭발적인 축구 투자의 직접적인 효과를 얻고 있다. K리그의 주요 스타 선수가 이적한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올 시즌 중국 슈퍼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는 10명이나 된다. 감독도 최용수 감독을 포함해 5명으로 늘었다. 중국 국적의 감독이 4명뿐이라는 점에서 대단한 현상이다.
최용수 감독의 영입을 위해 장쑤는 연봉 300만 달러(약 35억 원)과 2년 6개월의 계약기간을 제시했다. 계약기간이 큰 의미가 없지만 35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연봉은 현재의 K리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금액이다. 유럽 프로축구의 주요 리그와 비교해도 뒤질 것 없는 특급대우다.
◇ 세계가 주목하는 중국 축구, 영리한 활용이 필요해중국의 기록적인 축구 사랑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유별난 축구사랑 때문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의 최고 권력자로 자리를 잡고 있는 한 중국의 기록적인 투자 경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언제일지는 모르나 시한부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K리그는 조금 더 영리하게 중국 축구의 ‘미친 투자’를 이용해야 한다.
유럽의 네덜란드나 포르투갈, 스코틀랜드, 벨기에 등의 1부리그가 그러하듯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주요 리그의 인접 국가는 어쩔 수 없이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빅 리그’로 가기 위한 일종의 발판인 셈이다. 선수의 이적료가 이들 리그를 돌아가게 하는 ‘윤활유’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