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제공)
정부가 22일 김해공항 확장 사업을 '김해 신공항'이라고 공식 명명했다. 10년을 끌어온 신공항 건설 사업 백지화와 김해공항 확장 발표가 난 지 하루만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선공약 파기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김해공항 확장은 사실상 신공항"이라며 "영남권 신공항은 곧 김해공항 신공항이 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대선에서 신공항 공약을 내세웠던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 실행됐다는 것.
정 대변인은 "공약 파기라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어려운 문제임에도 이를 피하지 않고 약속을 지켰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오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해외자문위원들과의 통일대화에서 "의뢰를 받은 외국의 전문기관은 모든 것을 검토한 결과 김해공항을 신공항급으로 확장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결론을 내렸고, 정부도 이러한 제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는 '김해공항 확장은 신공항 건설과 같다'는 청와대 공식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신공항 백지화 논란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부의 김해 신공항 명칭은 신공항 건설 백지화라는 '사실'을 교묘히 가린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정부 발표 직후 새누리당 지상욱 대변인은 "신공항 건설 백지화 결정"이라는 논평을 냈다가 20여분만에 '백지화'단어를 뺀 정정 논평을 내는 등 정부와 여당이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해국제공항 (사진=자료사진)
정부의 신공항 명칭이 구차한 변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22일 "신공항 결과를 따를 수 없다"고 불복 입장을 밝혔고, 더불어민주당 부산지역 의원들은 신공항 진상조사단을 구성할 계획이다.
대구 경북 지역 일간지인 매일신문은 22일자 1면에 '신공항 백지화, 정부는 지방을 버렸다'는 메시지만 담은 백지 1면 신문을 발간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김해 신공항' 명칭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오늘 최고 명언!"이라며 "청와대 '김해공항이 신공항ㅡ공약 지켰다'"라는 글을 올렸다.
앞서 올린 글에서는 "이렇게 큰 갈등과 진통을 유발한 정부의 책임이 매우 크다"며 "신공항 용역 과정 및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추후 국회 차원에서 되짚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비대위원은 "이명박 정부에 이어 두번째 먹튀가 이뤄졌다"고 비판했고, 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도 "김해공항이 신공항이라는 청와대의 주장은 사슴을 말이라고 하는 지록위마(指鹿爲馬)와 같다"고 비판 성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