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덜 의존하는 삶, 미국 젊은 부부의 실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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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좋은 인생 실험실'

 

신간 '좋은 인생 실험실:소비자로 살기를 멈추고 스스로 만들며 살아가기'는 미국의 젊은 부부가 다른 방식의 좋은 삶에 도전하고 안착하는 과정을 담았다.

이 책의 주인공인 트레메인 부부(웬디와 마이키)는 니어링 부부의 책 '조화로운 삶' (1954)에 감명을 받고 좋은 삶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 "물건을 사기 위해 돈을 벌고 그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무한 반복의 삶 대신 농사를 짓고, 직접 먹을거리를 만들며, 자신들에게 필요한 물건도 웬만한 건 손수 만들어 쓰는, 소비자가 아닌 메이커로서의 삶,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경험을 갈망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이 꿈꾸던 삶을 살기 위해 뉴욕이라는 거대 도시를 떠난다. 직접 자신들의 삶을 창조해 나아가기 시작한 그들은, "영혼에 너무 많은 타협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자유롭게 창조하고 탐험하고 배우고 놀고 먹을 수 있는 삶을 드디어 살아보게" 되었다고 말한다.

웬디와 마이키 부부는 "무한 성장과 한정된 자원을 기반으로 한 경제에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과연 무엇에 의존할 수 있을지 자문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른 경제 방식을 세우는 데 일조하는 것이 자신들이 해야 할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보였다. 그들은 "돈이 전혀 없어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저 돈에 덜 의존하는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이 꿈꾸던 삶을 살기 위해 뉴욕이라는 거대 도시를 떠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웬디와 마이키가 그저 전원 생활을 동경하여 뉴욕을 떠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광고 회사의 홍보 담당으로 일하던 웬디는 상품 판매를 위해 진실을 조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전문 지식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빚어낼 수 있는지 깨닫는다. 자신조차도 상품화된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그녀는 "상업주의와 물질주의, 마케팅의 영향력 따위에 매이지 않은 아예 다른 종류의 생활 방식을 상상하기" 시작하고, 마침내 생각을 같이하던 남편 마이키와 함께 주식 시장에 넣어두었던 퇴직금을 빼서 좋은 삶을 찾아 뉴멕시코 사막 마을에 정착한다. 직접 자신들의 삶을 창조해 나아가기 시작한다.

웬디는 연중 일주일만 존재하는 도시 '블랙 록 시티'의 완벽한 선물 경제gift economy에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그녀는 "마케터로 일하면서 돈을 가진, 이른바 창의적이라는 사람들이 영업 팀을 고용하여 성공적으로 경력을 쌓아가는 동안, 정작 돈은 없지만 재능은 더 많은 예술가들이 배경으로 물러나 가려지는 것을 숱하게 보아온 터였다." 그러나 이곳 블랙 록 시티에서는 "사회적인 지위를 얻는 유일한 방법은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이었고, 가장 값진 것이 거저 나누어지고 있었다. 바로 선물gift이었다."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웬디는 요가를 배워 요가 선생이 되었고, 그녀는 자신도 블랙 록 시티에서 배운 대로 수강료를 꼭 돈이 아닌 물물교환이나 선물 형태로 받는 등 선물 경제를 실천해 나아갔다. 새로운 여정을 위한 시작이었다. 그 무렵 마이키를 만난 웬디는 이듬해 버닝 맨 축제와 새로 생긴 언더그라운드 예술 모임 등에 함께 참여하면서 여러 가지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손으로 직접 만드는 법을 배우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자신의 "삶이 얼마나 상품화되어 있는지 깨닫게" 된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건들을 사기 위해 돈을 벌고, 돈을 버느라 스스로를 상품화할 수밖에 없는 삶의 사이클이 비로소 눈에 확연히 들어온 것이다.

"우리의 생활 사이클은 우리가 손수 만들 수도 있는 것들을 사기 위해 돈을 벌고 그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패턴의 무한반복이었다. 손수 만든다면 더 잘, 그리고 더 책임감 있게 만들 상품들을 사기 위해서였다. 우리는 우리가 받은 가장 소중한 선물인 창조성을 돈과 맞바꾸고 있었다. 우리의 노동은 이 지구에서의 삶을 개선시키는 데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웬디는 가슴 깊은 곳에서 이 사실을 절감했다. 웬디와 마이키는 이런 세상을 "채무 불이행 세상"이라 부르고 이런 세상과의 결별을 다짐했다.

뉴욕을 떠나기 전부터 그들은 어떻게 하면 자신들이 가진 기술을 활용해 상품으로 소비되는 삶이 아닌 스스로 창조하는 삶을 살 수 있는지 모색했다. 그들이 찾은 한 가지 해결책은 ‘스왑 오 라마 라마’였다. 넘쳐나는 헌옷을 활용해 새 옷을 만드는 의류 재활용 축제였다. 거기에서는 어떤 것도 판매하지 않았고, 창조하는 데 쓰이는 재료는 전부 공짜였으며, 거울은 절대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자 사람들은 서로 붙들고 "저 어때요?"라고 물어보게 되었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레 친밀감이 생겼고, 서로 친구가 되었다.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 자체를 창조적인 것으로 변화시키고자 그들이 마침내 도시 생활을 접고 둥지를 튼 곳은 뉴멕시코의 '트루스 오어 컨시퀀시즈'('진실 게임'이라는 뜻)라는 작은 마을이었다. 하나같이 좀 더 단순한 삶의 방식을 찾아서 여러 도시에서 온 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사막 속의 이 조그만 마을은 전체가 마치 대형 쓰레기통에서 건져 올렸을 법한 것들을 재활용해 만든 것처럼 보였고, 상품 경제에서 동떨어져 자기만의 상상력과 재능으로 삶을 직접 창조하는 사람들의 실험실같이 보였다.

트루스 오어 컨시퀀시즈로 이사한 웬디와 마이키는 이동 주택을 손수 리모델링한 집에서 1년을 보내며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 집을 짓거나 먹을거리를 해결하거나 물건을 만드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많은 것을 배우고 체험했다. 하지만 오랜 도시 생활자였던 웬디는 그때만 해도 "수영할 줄 모르는데 바다 위를 무작정 떠도는 배 안에 있는 기분이었다"고 말한다. "집을 짓는 법은 익혔지만 집 밖의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는 아직 몰랐다"고. 그리고 그들 부부의 숱한 시행착오와 실수의 시기가 이어진다.
그러기를 10년, 마침내 그들은 1,200평의 대지 안에 건물 두 동을 신축하는 데 거의 모든 재료를 '쓰레기' 충당했고, 폐지로 종이 콘크리트를 만들어 건물을 세웠으며, 태양광 전지판을 설치하여 전력을 자체 생산했다. 또 자동차에 손수 연료 변환 장치를 달고 폐식용유로 바이오 디젤 연료를 만들어 사용한다. 그들은 "가진 돈을 전부 털어서" 주식이나 상품이 아니라, "경제 상황과 무관하게 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샀다. 삶을 지탱시켜 주는 땅과 물, 연장, 장비들, 그러니까 '다른 것을 만들 수 있는 것'을 산 것이다.

두 사람은 또 음식과 약으로 쓸 먹을거리도 손수 키우거나 채취했고, 갖가지 발효 식품들과 차를 만들어 먹었다. 마이키는 빵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나눠주었고, 그러자 친구들이 크게 늘어났다. 그들 역시 답례로 마이키에게 뭔가를 주기 시작했다. 만들 수 있는 것이 더 많아질수록 줄 수 있는 선물도 많아졌다. “손수 만든 물건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진짜 가치가 들어 있는 것이다. 거기에는 이야기가 담기고, 마음이 담기며, 의도와 책임감이 들어 있다.” 선물로 나누고도 남는 것이 있으면 온라인에 올렸다. 그것은 그들이 어쩔 수 없이 속해 있는 상품 경제 시스템 속에서 지불해야 할 비용을 마련하는 최소한의 수입이 되어주었다.

이 책의 후반부에는 이들 부부가 '좋은 삶을 위한 실험' 끝에 개발한 갖가지 레시피들도 소개되어 있다. 각종 차와 와인, 스무디, 빵, 군것질거리, 팅크, 심지어 김치 같은 발효 음식 등의 레시피는 물론, 진공 저온 중탕기와 태양열 오븐 등의 부엌 가전 제품 만드는 법도 소개된다. 또 컴퓨터 수치 제어 선반 조립 세트를 만들고, 건전지를 재생해서 쓰고, 바이오 디젤 연료를 만드는 등의 생생한 경험담을 싣고 그 기술을 올려둔 무료 사이트도 소개한다.(http://www.thegoodlifelab.com/)

이 책의 표지에 적힌 말처럼 저자 부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도 일단 시작"했고, 그들의 이런 '굿 라이프'’를 위한 연구와 실험은 10년째 계속되고 있으며, 이제 그 경험과 노하우를 선물로서 나누고 있다.

책 속으로

우리는 무한 성장과 한정된 자원을 기반으로 한 경제에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렇다면 과연 무엇에 의존할 수 있는지 묻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형태의 경제를 만들어가는 데 기여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보였다. 돈이 전혀 없어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저 돈에 덜 의존하는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 -22쪽

우리는 음식과 약으로 쓸 먹을거리를 손수 키우고 채취하면서 살림살이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갖가지 것들을 발효시키는 취미가 생겨서 와인과 벌꿀주, 김치, 치즈, 빵, 요거트, 템페, 곰부차를 집에서 만들어 먹었다. 우리가 직접 만든 흙집에서 이 모든 걸 만드느라 긴긴 시간을 쓰는 우리에게 따로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삶의 질에 직결되는 위협이었다.…… 우리는 직업이 없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풍족했다. -155쪽

손수 만든 물건에는 수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진짜 가치가 들어 있는 것이다. 거기에는 이야기가 담기고, 마음이 담겨 있으며, 의도와 책임감이 들어 있다. 게다가 거저 주는 선물일 때 그 가치는 헤아릴 수 없이 올라간다. 우리는 애초에 선물로 주려고 물건을 만들었다. 그러고는 동네의 친구들에게 그것을 나눠주었다. 그렇게 하고 조금 남는 것이 있다면 온라인에 올렸다. 그러자 그것이 상품이 되었다. -156쪽

탈소비주의의 삶을 살려면 마이키와 내가 '미친 기술mad skills'이라 이름 붙인 기술들이 필요하다. 탈상품화된 삶을 살려고 할 때 반드시 미친 기술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삶을 성공적으로 영위하고 싶다면 꼭 익혀둘 필요가 있다. 일단 미친 기술을 습득하면 가게에 없는 것들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고 가질 수 있다.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것들이다. 미친 기술이 있으면 웬만한 것은 다른 이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 고칠 수도 있다. 미친 기술을 습득하는 최고의 방법은 뭔가를 만들어보고 깨뜨려보고 분해해 보는 것이다. 바로 실험이다. 놀면서 이 세상을 발견하는 것이다. -238쪽

부wealth는 재산과 재물, 돈, 자본, 재정, 자산 등과 연관된다. 그에 반해 풍요abundance는 풍부함과 넉넉함에 관련되어 있다. 부는 믿을 것이 못 된다. 시장은 오르락내리락하며, 경제는 무너지고 있고, 돈의 가치는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부는 걱정거리를 만들고, 자산을 유지하고 보호할 필요를 만들어낸다. 풍요는 이런 것들에 좌지우지되지 않는다. 풍요는 체험이요 선물이다. 그것은 세상이 곧 자신의 일부이자 자신을 지지하는 곳이라고 느끼게끔 해준다. 풍요는 셈하지 않는다. 축하하고 즐긴다. -253쪽

쌓아두는 것은 이 세상은 충분하지 않다는 믿음의 결과이다. 세상에는 언제나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있다. 쓰지 않는 것을 쌓아두면 그것들의 순환이 막히고, 그것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쓰지 못하게 되며, 쌓아두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스스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갖고 있다는 느낌에 짓눌리게 된다.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만, 특별한 목적이 있을 때에만 취하고 나머지는 흘러가게 두자. 필요할 때면 더 많은 것이 올 것이다. -269쪽

우리가 써 내려가는 실수 목록은 결코 끝이 나지 않을 것이다. 당신도 당신만의 실수를 해볼 것을 권한다. 실수하는 것은 생각보다 재미있으며, 언제나 가르침을 준다.-3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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