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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 평전' 작가 최광진 "미인도, 완성작이라면 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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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6-1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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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작 논란이 일었던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제공 사진)

 

미술계에서 '천경자 전문가'로 통하는 미술평론가 최광진 씨는 위작 논란이 계속되는 미인도와 관련, "'미인도'가 그리다 만 작품이라면 모르지만 완성작이라면 위작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천경자 평전 '찬란한 고독, 한의 미학'(미술문화)을 펴낸 최 씨는 19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천 선생님은 한 작품을 서너 달씩 걸려 그리셨지만 위작자들은 길어야 3~4일이면 완성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렇게 짧은 시간에 그린 그림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미인도 속 여인의 눈에 힘이 풀려 있고, 머리카락이 머릿결 구분도 없이 검은색으로 떡칠하듯 칠해졌으며 결정적으로 작가의 혼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을 제시했다.

최 씨는 호암미술관에서 근무하던 1995년 천경자 화백의 마지막 개인전 기획을 도맡아 진행한 인물이다. 그는 이때 천 화백과 인연을 맺은 것을 계기로 천 화백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미술계에선 '천경자 전문가'로 통한다. 최 씨는 이후 한국화랑협회 감정위원을 거쳐 2004년 이미지연구소를 설립, 강연과 평론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그러나 미인도의 위작자는 자신이 미인도를 그렸다고 주장하는 권춘식 씨가 아닌 제삼자일 것으로 추정했다.

권 씨를 만난 적이 있다는 그는 "권 씨에게 미인도의 크기에 대해 두 번 질문한 적이 있는데 두 번 모두 '8호'라고 답했다"며 "그러나 미인도는 4호"라고 말했다. 이는 권 씨가 작품 크기도 몰랐다는 의미가 된다.

권 씨가 제작 시기나 사용 재료 같은 질문에 대해서도 미심쩍은 답을 내놓는 등 정황상 의심이 가는 부분이 많다는 점도 덧붙였다.

최 씨는 위조범 권 씨가 이처럼 미인도를 그렸다고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다른 위조범들과 다르게 작가로서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었다. 출소 직후 화랑협회 초빙에 선뜻 응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991년 미인도 위작 논란이 제기됐을 당시 상황과 관련해 "미인도 감정위원들이 선입견 없이 그 작품을 대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감정위원들에게는 미인도가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집에서 나왔으며 오광수 전문위원의 감정을 거쳤다는 정보가 알려졌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객관적인 평가를 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시 감정위원들은 위작 논란이 있었던 미인도에 대해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이번에 출간한 천경자 평전에도 60여 쪽에 걸쳐 미인도 위작 논란을 별도로 다루며 이 사건에 관한 소문을 낱낱이 파헤치고 미학적 분석을 진행한다.

책은 김재규가 미인도를 입수하게 된 경위나 미인도 사건이 터지기 한해 전에 나온 화집에 미인도가 포함된 배경, 천 화백이 미인도를 진품으로 인정한 적이 있다는 소문 등을 조목조목 반박한다.

호암미술관에서 열린 마지막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1년가량 천 화백과 가까이 지냈다는 최 씨는 "그때도 선생님이 미인도 이야기를 꺼내며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줬으면 했다. 그러나 그때는 제가 감정 전문가도 아니었고, 미인도를 다루면 전시 초점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까 봐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사실은 왜곡되고, 대중은 천경자의 예술세계가 아니라 미인도 진위 논란에만 관심을 두는 모습을 보며 책 집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해가 오해를 낳고, 결국 진실로부터 상당히 멀어졌다. 지금까지 나온 증거들은 '팩트'가 아니다"라면서 "문자로 그걸 정리해놓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평전을 통해 천 화백 출생부터 미인도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의 일대기와 함께 천 화백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데 공을 들였다.

그는 "한국 미술사에서 이중섭을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기술적 테크닉이 아니라 그림에 혼이 실려 있기 때문"이라며 "천경자도 마찬가지다. 천경자는 한국의 프리다 칼로 같은 작가다. 이렇게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자기 예술혼을 불태운 작가가 또 있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 씨는 천 화백 별세 이후 다시 불거진 미인도 위작 논란이 천 화백의 예술세계를 다시 조명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했다.

최 씨는 "사람들이 천 화백의 개인전에 줄을 서서 들어갈 만큼 그의 그림을 좋아했던 것은 작가의 절실한 혼이 느껴졌기 때문"이라며 "천 화백은 삶의 역경과 시련을 작품을 통해 승화시켜 그의 작품을 보고 많은 사람이 위로를 얻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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