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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몰린 재일교포 사업가, 40년 만에 누명 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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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급 간첩으로 몰려 사형을 선고받았던 재일교포 사업가 강우규 씨 등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16살 때 일본으로 건너갔던 강 씨는 45년이 지난 1977년 예순의 나이에 고국 땅을 밟았다.

그러나 그는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에 의해 영장도 없이 불법 연행을 당한 뒤 구타와 고문을 당했다.

일본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한 뒤 국내에 들어와 국회의원 등을 포섭하는 등 북 지령을 받고 활동했다는 이유였다.

한국에 잠입해 휴전선 일대를 탐지했다는 걸 인정하라고 강요당하기도 했다.

직장 상사인 강 씨와 어울렸던 김추백 씨, 생사조차 모르고 있다가 40년 만에 형을 만난 강용규 씨 등 10명도 지하조직원으로 몰려 중정에 끌려갔다.

강 씨가 간첩이라고 의심해본 적도 없는 이들은 구타는 물론 물·전기고문까지 당했다.

당시 이들이 법정에서 한 증언을 보면, “중정에 연행돼 갈 때 ‘강우규가 다 이렇게 얘기했는데 너만 모르면 말이 되냐, 시인해라’고 해서 몹시 괴로워서 불러주는 대로 썼다”고 한다.

또 “혈압이 200까지 오르는데 약을 복용하면서 8일 동안 조사를 받았는데,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바로 옆방에서 고문에 못 이겨 지르는 비명 소리가 공포스러웠다. 제가 아니라고 부인하자 수사관이 '맛을 좀 봐야겠다' 면서 침대 마구리(몽둥이)로 때리고는 '괜히 개죽음 당하지 말고 신사적으로 가자'고 협박해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는 진술도 있었다.

법원은 그러나 당시 이런 증언을 외면했다.

그해 6월 서울형사지방법원은 강우규 씨에게 사형을, 나머지 피고인들에게는 징역 3년~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 강 씨를 뺀 피고인들이 감형되긴 했지만, 이듬해 대법원은 강 씨에 대한 사형 판결을 확정했다. 다만, 사형은 집행되지 않았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를 통해 재심이 시작되면서 이들은 누명을 벗게 됐다.

그러나 2007년 강 씨가 숨을 거두는 등 몇몇은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재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6부(김상환 부장판사)는 2014년 12월 강 씨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고문과 가혹행위 등을 당하는 과정에서 한 진술은 증거 능력이 없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강씨가 조선노동당에 가입하거나 북한을 찬양하는 발언을 하고, 북의 지령을 받았다는 증거도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도 강 씨 등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40여년 만에 찾은 고국에서 뒤집어 쓴 간첩 누명을 완전히 벗기까지 다시 40년이 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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