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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범 몰리는 '홈스쿨링' 부모들…"제도정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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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최근 모 방송사 영재발굴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에 가지 않고 가정에서 교육을 받는 홈스쿨링이 소개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영재 뿐 아니라 가족과의 교감을 키우고 자연친화적인 교육을 원하는 부모 사이에 홈스쿨링이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없어 홈스쿨링을 하는 부모들은 아이를 방치한다는 오명을 쓰기 일쑤다.

◇ "내가 우리 애를 학대했다고요?"

11살 아이의 엄마 김모(33·여) 씨는 지난 3월, 경찰서로부터 고소장이 접수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6년 전 이혼한 전 남편이 김 씨를 아동학대 죄로 고소했다는 것.

경찰은 김 씨가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것이 아동학대 중 교육적 방임에 해당한다며 경찰서로 출석해 조사에 응해줄 것을 요구했다.

김 씨는 "아이를 집에서 가르치고 있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씨는 아이가 5살이 되던 해, 아이와 시간을 자주 보내기 위해 제도권 교육이 아닌 시골 행을 택했다.

새로 터를 꾸린 전남 강진에서 김 씨는 매일같이 아이와 시간을 보냈다.

함께 동화책을 읽고, 텃밭을 가꾸고, 강아지, 고양이, 닭들을 키웠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아이가 혼자서 종이, 색연필을 들고 자전거를 타고 나가 마음껏 그림을 그리다 돌아오기도 했다.

어느 날에는 죽은 쥐를 보며 아이는 진지하게 죽음에 대해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11살이 된 아이는 지금은 BMX라는 자전거 타기에 흠뻑 빠져 지내고 오후에는 민중의집이라는 지역사회 생활 공동체에 다니며 공부한다.

김 씨는 아이에게 진정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 아이와 함께 이야기하고 고민하지만 김 씨에게 돌아온 것은 아동학대범이 아니냐는 제도권의 의심이었다.

◇ '홈스쿨링 영재'…불법 소개하는 방송국?

모 방송국 영재 발굴 프로그램은 영재들을 찾아내 그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역사로 랩을 하는 아이', '고등학교 수학으로 시를 쓰는 아이', '41개월에 1차 방정식을 푸는 아이' 등 다양한 분야의 영재들이 전파를 탔다.

해당 프로그램은 이들이 어떤 교육을 받는지 등도 방송에 함께 내보내는데, 이 중에는 홈스쿨링으로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지난해에는 '리틀 애디슨' 한모 군이 전파를 탔고 지난 1일에는 '언어 천재' 이모 양이 전파를 탔다.

한 군은 영화를 보며 물리학 공부를 하고 과학, 수학 경시대회에서 상을 휩쓸었다.

이 양은 한국어,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프랑스어를 원어 수준으로 구사한다.

두 아이 공통점은 모두 홈스쿨링 교육을 받고 있다는 것.

그러나 교육 당국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불법' 교육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 "홈스쿨링은 불법입니다"

한 홈스쿨링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의 회원 수는 2만 4천여 명. 홈스쿨링과 관련된 서적들도 2000년대 초반 이후로 꾸준히 출판되고 있다.

그러나 홈스쿨링에 대한 실태 파악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실제로 몇 명의 아이들이 홈스쿨링 교육을 받는지는 파악할 수가 없다.

교육부에서는 홈스쿨링을 '불법'으로 치부하고 실태조사를 포함한 관리 감독을 전혀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 당국은 "홈스쿨링이 법적으로 명기돼있지 않아 불법"이라고 설명한다.

법적으로 초·중등 교육은 의무 교육인데, 이 외의 교육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명시해놓는 게 없어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불법이라는 것이다.

불법 여부를 떠나 학교 밖 아이들이 교육적으로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에 대해선 관리와 관심이 필요하지만 제도권 교육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한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를 떠난 '학교밖청소년'에 대해서는 여성가족부에서 관리하고 있다"며 "그 외에, 의무교육이 아닌 교육에 대해서는 따로 관리를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시도교육청도 마찬가지. 홈스쿨링은 인정받을 수 없는 교육 방식이라는 것이 서울시 교육청의 설명이다.

서울시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관리 감독을 할 것인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 부분은 논의된 바가 없다”며 “여전히 법적으론 불법이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는 오고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육 당국이 현실과 동떨어진 태도를 취하고 있어 제도권 바깥의 교육을 인정하는 당국의 움직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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