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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이 조선과 해운업계에 지원한 대출금 규모가 당초 알려진 것 보다 훨씬 큰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농협은행이 지난 1분기까지 적립한 대손충당금이 4600억 원이 넘고 연말까지 추가적으로 많게는 1조 원을 적립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부실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란 얘기다.
정부도 농협은행이 올해 적자가 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농협은행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금고를 사실상 독차지하고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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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 조선·해운업종 총 여신 7조6456억 원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협은행이 올해 1/4분기까지 국내 조선·해운업계에 지원한 총 여신 규모는 7조6456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융권을 통해 지금까지 알려진 5~6조원 규모 보다 많게는 2조원 이상 늘어난 액수다.
이에 따라, 농협은행이 적립한 대손충당금도 1/4분기 기준 4647억 원에서 올해 연말쯤에는 1조원에서 많게는 1조40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추가 적립이 필요한 대손충당금은 STX조선해양에 물려있는 5000억 원 등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농협은행이 충당금 손실로 인해 올해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와 금융권은 물론 농협 내부적으로 이른바 2조원 규모의 '빅 배스(big bath)'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근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부실을 한꺼번에 정리하는 '빅 배스(big bath)'를 거론한 적이 있다. 김 회장은 "적자가 나더라도 한번 부실을 정리하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협동조합연구소 김기태 소장은 "농협금융지주가 분리되기 이전인 지난 2009년에 이미 신용사업 위험성에 대해 경고가 있었지만, 농협이 방파제를 만들지 않고 무리하게 신용사업을 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또, "농협이 조선·해운업종에 물린 것만 7조원이 넘고, 일반 대기업까지 감안하면 부실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정확한 자료를 공개해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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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 경영지표 악화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 예상정부는 농협은행이 조선과 해운업계에 7조원이 넘는 자금을 지원해 부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금융사업 위축과 경영지표 악화로 이어져, 결국 신용등급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협이 농촌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농협은행 경영 전반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특히,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많은 변수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수 가운데 하나가 바로 농협은행이 맡고 있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금고 운영사업이다.
현행 지방재정법은 지방자치단체의 현금과 유가증권의 출납 및 보관 그 밖의 금고 업무를 은행법이 정한 금융기관에 맡기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는 3~4년에 한 번씩 입찰 또는 수의계약을 통해 금고 운영을 맡을 금융기관을 선정하고 있다. 자치단체 금고는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등으로 구분되지만 그 규모가 수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국내 은행들의 수주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2015년 1월1일 기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7개 광역시를 제외한 나머지 세종과 경기, 충북, 경북 등 무려 10개 시.도의 일반회계 금고를 맡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의 경우도 농협은행이 전국 226개 시·군·구 일반회계 금고 가운데 무려 68.6%인 155개 금고를 운영하고 있다.
농협은행이 이처럼 전국 지방자치단체 금고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것은, 운영을 잘 해서라기보다는 시·군 읍면의 농촌 지역까지 점포망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협은행의 방만 운영에 따른 부실대출로 신용등급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농협이 계속해 지방자치단체 금고를 맡을 수 있을지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정부는 조선·해운업계 구조조정과 관련해 '농협은행의 위험성(리스크) 현황' 자료를 통해 농협은행은 신용등급 하락으로 지방자치단체와 금고 재계약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은행이 지역 점포망을 내세워 그동안 특혜 아닌 특혜를 받았지만, 신용등급이 하락한 상황에서도 지방정부가 농협을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시중은행들도 더 이상 묵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