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한국은행이 9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시장의 예상과 다른 결정이었다.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채권시장 전문가들을 상대로 지난 7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80%가 동결을 예상했었다.
이날 금리를 전격 인하한데는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최근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가 다음 달 이후로 늦춰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가 늦춰지면서 시장에서는 한은의 기준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졌고, 어차피 금리를 내린다면 이달이 적기라고 금통위는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오는 22~23일(현지 시각) 열린다.
국내 요인으로는 1월을 바닥으로 상대적으로 호전돼 오던 경기지표와 경제심리가 지난달 꺾인 점이 크게 작용했다.
여기에 국책은행자본확충방안이 마련되면서 구조조정이 본격 추진된다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 부실채권의 급증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신용경색 등을 완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날 금리가 전격 인하된 배경에는 7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4명이 지난달 교체되면서 완화적 성향이 강화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4명의 위원 중 3명이 완화적 성향으로 알려졌고, 이로 인해 금통위의 포지션이 이전에 비해 훨씬 완화적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서 한 위원은 금리인하 소수의견은 내지 않았지만 조만간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직설적으로 말했고, 또 다른 의원은 금리를 내릴 준비를 해야 한다며 인하 입장을 시사했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조만간 금리가 인하될 것이란 기대감이 급격히 확산됐다.
향후 금리결정 과정에서도 이들 완화적 성향의 위원들이 다수를 차지하며 금리결정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시장은 보고 있다.
한은이 금리를 인하한 것은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 파동을 겪었던 지난해 6월 1.75%에서 1.5%로 0.25% 인하한 이후 1년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