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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연휴 남의 일"…지방직9급 코앞 공시생들 막바지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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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6-0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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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곡히 자리 채운 학원 강의실 긴장감…시험대비 특강·모의고사로 분주
18일 서울 제외한 16개 시·도 21만2천여명 시험…18.8대 1 바늘구멍 뚫어야

전남 곡성에서 한 '공시생'(공무원시험 준비생)이 시험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극단 선택을 해 안타까움을 샀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 학벌도, 스펙도 필요 없이 오로지 시험 성적만으로 승부를 걸 수 있고, 정년까지 보장되는 공무원은 취업 준비생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백수 탈출구'다.

전국 40만명에 달하는 공시생들이 공무원 임용시험에 목을 매는 이유다.

불볕 더위에 물놀이를 즐기는 때이른 피서 인파가 산과 바다를 찾는 현충일 황금연휴도 공시생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오히려 코앞에 닥친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1분, 1초를 아껴가며 피를 말리는 마지막 열정을 쏟아붓고 있다.

이번에 또 실패해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현실인지를 누구보다 공시생들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까닭이다.

황금연휴 둘째날인 지난 5일 청주시 서원구 사창사거리 공시생 학원가는 황금연휴다운 느긋함과 여유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보름가량 앞으로 다가온 9급 지방직 필기시험을 대비하는 수험생들에게서 팽팽한 긴장감과 절박함이 묻어났다.

휴일이라고 해서 다를 것은 없었다. 이날 오전부터 모의고사를 치르는 교실은 공시생 40여명으로 가득 찼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슬리퍼 차림으로 시험을 보러 온 차모(29)씨는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 초조하다"면서 "문제풀이와 오답 노트 정리로 실전 감각을 키우는데 매달리고 있다"며 서둘러 교실로 향했다.

차씨는 지난 2014년 1월부터 공무원시험을 준비했다. 그는 "3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보니 지칠 때도 있었지만, 다른 직업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안정적인 직장을 갖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학원 5층 자습실에는 공시행 20여명이 숨을 죽인 채 막바지 시험 공부를 하고 있었다.

필기도구와 수험서, 옷가지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었지만, 자습실 안은 간간이 책장 넘기는 소리만 또렷하게 들릴 정도로 적막했다.

이곳에서 자습을 하는 조모(28·여)씨는 지난해 10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공시생의 길을 택했다.

조씨는 대기업 비정규직으로 해외에 근무하면서 초급 공무원의 두 배가량 되는 월급을 받기도 했지만, 늘 불안했다.

결국 그는 두둑한 연봉을 포기했다. 고향으로 돌아와 주말도 반납한 채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평생을 '하루살이 인생'으로 살 수는 없는 노릇 이었다.

오전 7시 도시락 두 개를 싸서 집을 나서면 오후 9시까지 꼬박 학원에서 공부하는 쳇바퀴 같은 공시생 생활이 벌써 6개월째다. 그는 주말에도 단 한 번을 쉰 적이 없다.

조씨는 "꼭 시험에 붙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크니 힘들다는 생각조차 해볼 여유가 없다"면서 "합격만 하면 '평생 직장'에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흐트러지는 스스로를 다잡는다"고 짐짓 웃어보였다.

대학 졸업 후 청주에서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다가 지난해 12월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한모(28)씨도 사연은 비슷했다.

올해 1월부터 주말 없이 공부한 한씨는 "강사 일을 하면서 나이가 들어서도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깊었다"면서 "퇴직 후 연금까지 나오는 안정성이 공무원의 제일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9급 교육행정직에 합격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실패하더라도 공무원이 되는 길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며 다부진 의지를 보였다.

이 학원은 현충일 연휴기간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수험생들을 위해 시험 대비 특강과 모의고사를 마련했다.

이 학원 원장은 "9급 공무원 시험은 고고 졸업생이나 치르는 정도로 가볍게 여겼던 시절도 있었다"면서 "좋은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어려우니 너나 할 것 없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현실이 반갑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서울을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에서 1만1천359명을 뽑는 지방직 9급 공채 필기 시험은 오는 18일 치러진다.

올해는 21만2천983명이 지원해 평균 18.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16.5대 1보다 더 높아진 경쟁률로, 취업 준비생들이 공무원을 선호하는 세태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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