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3일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의 서울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관련 '긴급 현안보고'가 열린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6층 교통위원회 회의실.
박중화 서울시의원이 19살 꽃다운 나이에 채 피어보지도 못하고 하늘나라로 떠난 19살 김모 군의 소속회사인 서울메트로 용역업체인 은성PSD 대표를 상대로 질의를 했다.
박 의원의 질의에 은성PSD 이모 대표이사가 입을 열었다.
고인이 된 김군과 지난해 9월 처음 만나 교육을 했다고 말문을 연 이 대표는 생뚱맞게 "아버지 같은 심정으로 김 군에게 첫 만남에서 조언을 해줬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나도 흙수저로 태어났다"면서 "한 걸음씩 차근차근 올라가면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고 말하고 "사회생활하면서 절대 빚은 지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했다.
이어 "전문가가 되면 얼마든지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김군을 격려했다고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그러자 박 의원이 서울메트로와의 이른바 '노예계약'을 질타한 뒤 "김군이 식사시간이 없어 컵라면을 들고 다니면서 식사도 제대로 못 했던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대표는 "알고 있었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박 의원의 분노가 폭발했다. "알고 있었다면, 사장님은 참 나쁜 사람이다"
서울메트로에서 분사한 외주 용역업체인 은성PSD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이 대표는 은성PSD의 전체 직원 143명 중 낙하산으로 내려온 90명의 메피아(메트로+관피아) 중 한 명이다.
서울메트로 출신 메피아들의 평균 연봉은 5,100만원으로, 컵라면도 먹을 시간이 없었던 비정규직 정비공이었던 김군이 받은 144만원의 월급과 너무도 차이가 많이 났다.
서울메트로는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무를 맡은 은성PSD에 월 평균 5억 8천만원의 용역비를 지급했지만, 실제 정비업무를 맡은 비정규직 정비공에게 돌아간 월급 총액은 1억여원에 그쳤다.
나머지 4억 8천만원은 어디로 갔을까?
관련 자격증도 없이 주로 관리업무 등을 하는 서울메트로 출신들에게 상대적으로 고액 연봉이 지급되면서 김군과 같은 비정규직 정비공들의 몫은 자연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컵라면을 들고 다니며 식사도 제 때 못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 내몰리며 일했던 상황을 알고 있었다는 이 대표는 과연 무슨 생각으로 '아버지 같은 심정'으로 김군에게 조언을 했을까?
한마디로 양두구육(羊頭狗肉) 같은 행태다.
이 대표가 오로지 회사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CEO가 아니었다면 '나도 흙수저였지만 성공했다'고 조언할 것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서울메트로 출신 메피아들을 줄여 비정규직 정비공들의 임금을 현실화하고, 정비 인력을 충원해 1명이 근무하고도 2인 1조로 근무했다고 작업일지를 조작하는 일을 막았어야 했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급여에 차이는 있어도 일에는 차별이 없었다고" 강변해 서울시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사장님 나빠요!' 오래 전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였던 이 말이 귓전을 맴돌며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