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20대 국회 원구성 협상이 공전되고 있는 가운데 야당이 여당 원내지도부의 협상력에 의문을 표시하면서 '6월 7일 개원'이라는 당초 목표 불발은 물론이고, 협상 장기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3일 오전 회의에서 새누리당이 야당의 사과를 요구하며 원구성 협상을 보이콧 하고 있는 상황을 거론하면서 "총선에 패배한 집권당이 어떻게 이런 식의 협상 태도를 갖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청와대가 배후에 있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이라며 "청와대는 여야 원내대표들이 자유롭게 협상하도록 자율성을 보장해 달라"고 촉구했다.
우 원내대표는 전날 회의에서도 "새누리당 협상 태도와 전략 변화에 만일 청와대가 개입했다면 19대 국회의 전철을 밟는 일"이라며 '청와대 개입설'을 주장했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김도읍 수석이 어제 청와대 접촉 의혹에 대해 '집권여당으로서 청와대의 의견을 듣지 않을 수 없는 것', '청와대와 여당이 서로 의견을 듣고 의논하는 것'이라고 스스로 청와대와 상시적으로 접촉했음을 자인했다"며 "청와대는 여의도 정치에서 손을 떼라"고 촉구했다.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집권 여당으로서 청와대 의견을 듣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라며 청와대와 접촉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여당에 '국회의장직을 고수하라'는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는 '억측'으로 우상호 원내대표가 협상을 방해하고 있다"며 우 원내대표에게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야당은 여당의 원구성 협상 보이콧이 청와대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확신하는 분위기다.
야3당이 '야합'을 하고 국회의장직 선출을 자유투표에 붙일 것이라는 여당의 주장이 터무니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마치 야당이 담합해 가지고 자율투표를 할 것이다'라고 하는데 저희 당에서는 자유투표를 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없다"며 "오히려 우상호 대표에게 '자유표결 할 거냐' 물었더니 화들짝 놀라면서 '그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반박했다.
야당들은 오히려 여당이 국회의장직과 국회 운영위원장직을 완강히 고집하는데서 청와대의 입김을 의심하고 있다.
국회의장직은 청와대가 '정의화 의장 트라우마'에 시달렸다는 점에서, 국회 운영위는 야당 의원이 상임위원장직을 맡을 경우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한 견제가 강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물러 설 수 없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러다 보니 야당 내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귀국하는 5일까지 여당이 협상테이블에는 앉지도 않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여당이 '묻지마'식 협상 보이콧에 나서고 있는데다 야당 마저 여당 원내지도부의 협상력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제20대 국회 원구성이 장기전으로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