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갑자기 대기 중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부각시키면서 경유차를 공공의 적으로 만든 것은 정부였다. 이윽고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경유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그러자 나라가 온통 시끄러워졌다.
우리나라 대기 중 미세먼지는 매년 봄 서해상에서 날아오는 황사만큼이나 일상화된 오염현상이다. 더욱이 사계절과 기후 변화에 따라 대기 중 미세먼지의 오염도가 높아지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한다.
미세먼지 '주의보'는 공기 1㎥당 미세먼지(PM10)가 시간당 평균 농도 150㎍로 2시간 이상 계속될 때 발령된다. '경보'는 시간 당 미세먼지 평균농도가 300㎍ 이상 일 때다. 평상시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30일 때는 '좋음', 80은 '보통', 150은 '나쁨', 151 이상은 '매우나쁨'으로 분류한다. 그렇다면 지난해 서울의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얼마였을까. '좋음'과 '보통' 사이에서 '좋음' 쪽에 더 가까운 45㎍였다.
이것이 대기 중 미세먼지 오염에 관한 진실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느닷없이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으로 경유차를 표적삼고 나선 것은 왜일까.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요인 가운데 경유차가 과연 주범으로 꼽힐 만큼 심각하기 때문인가?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산정 결과'를 보면 미세먼지의 50~60%는 전국의 석탄 화력발전소와 공장 보일러 등 제조업 부문의 연소 과정에서 나온다. 우리나라 대기를 떠도는 미세먼지의 절반 이상은 공장 가동 중에 나온다. 그 다음 중국에서 날아오는 황사 등 미세먼지가 30~40%를 차지하고 있다. 선박이나 건설장비 등 비도로 오염원이 20~30% 수준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오염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경유 차량이 이용하는 도로 오염원은 1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쯤 되면 정부가 지난해 1월 국민건강을 무기삼아 대폭 인상했던 담뱃값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담뱃값 인상 후 1년 뒤 조사 결과, 흡연율 변동은 미미했지만 세금 수입은 무려 3조5천억 원이나 더 걷히는 대박을 냈다. 정부는 덕분에 3년 연속 이어지던 세수 적자에서 탈출하는 경사를 맞았다.
그러다보니 담뱃값 인상으로 재미를 본 정부가 이번에는 경유가격 인상으로 또 다시 한몫 챙길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오해받고 있다. 경유가격 인상이 의뭉스럽기까지 한 것은 몇 년 전만 해도 클린디젤이라며 경유차를 적극 권장했던 곳이 정부였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정부의 비논리적이고 비효율적인 정책을 문제 삼자 환경부는 고등어구이 등 식당과 가정의 조리과정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도 문제라며 물 타기에 나섰지만 오해를 불식시키기에는 이미 늦었다.
미세먼지를 핑계로 경유가격을 인상하겠다는 발상은 온실가스의 주범인 메테인(methane)을 줄이기 위해 소와 염소에게 '방귀세'를 물리겠다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소 한 마리가 방귀와 트림으로 연간 배출하는 메테인은 약 4톤으로 승용차 한 대가 내쏟는 2.7톤 보다 1.5배나 많으니까.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미세먼지 발생 주범이 마치 경유차인 것처럼 몰아간 뒤 경유 값을 인상해 세수를 늘리기에 앞서 소에게 방귀세를 물리는 것이 더 급하다.
이나저나 정부는 왜 경유차를 열심히 생산하고 있는 대기업에 대해서는 미세먼지 저감과 관련해 한마디도 못하는 것인가. 정부는 왜 담배와 경유를 국민건강과 결부시킨 뒤 가격인상으로 세수 대박을 노리는 것일까.
지난해 담배에 이어 올해 경유 값마저 올라가면 서민들 주머니는 더 가벼워지게 된다. 서민증세란 비난이 그냥 나오는 소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