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해송문학상'의 제12회 수상작 '해피 버스데이 투 미'가 출간됐다. 이 책은 부모로부터 방임된 남매가 아동 보호소에 맡겨져 겪게 되는 심리적, 현실적 상황을 진정성 있게 보여 주는 작품으로, 암담한 현실 앞에 맞닥뜨린 아이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엄마 아빠와 함께 사는 것은 평범하고 당연한 일인 것 같지만, 누구에게는 바람이자 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해피 버스데이 투 미'는 잘 보여 주고 있다. 성인이 되어 자신의 삶을 소신대로 혹은 형편대로 꾸릴 수 있기까지 아이들은 어른들, 특히 가족의 돌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들이다. 쓰레기 더미 집에서 동생과 함께 발견된 주인공 유진이는 무책임한 부모 때문에 평생 겪지 않아도 될, 쓰라린 성장통을 겪으며 가족이란 울타리를 만들기 위해 어린 나이에 고군분투하게 된다. 특히 어린 동생 유민이 때문에라도 부모 대신 책임감을 짊어져야 하는 상황 앞에 놓여 있다. 유진이와 유민이 사건을 통해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바는 분명해 보인다. 또한 부모가 그 책임을 다하지 않았을 때 아이들이 겪게 되는 심리적 불안과 공포를 섬세하게 다루며 우리 사회의 어른들에게 중요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수상 소감에서 지난봄 보호소에서 만난 아이들의 눈망울은 제게 호소했습니다. 우리 부모는 왜 나를 모른 척하나요? 이건 누구의 잘못인가요? 어떻게 사랑해야 할까요? 그 질문에 저는 제대로 답해 줄 수 없었습니다. 부모와 사회가 보듬어 주지 못한 아이들의 상처를 내가 어떻게 만져 줄 수 있을까, 어릴 때 부모에게 상처 입은 마음을 회복하는 데는 평생이 걸릴지도 모르는데…… 그런 고민을 하며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조금이라도 웃게 해 주고 싶었고 희망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예정된 만남을 마무리해야 했습니다. 제 속에 숨어 있던 상처 입은 아이를 끄집어 낸 건 사회복지사의 전화 한 통이었습니다. 제가 올 줄 알고 기다렸다가 오지 않아 실망했다는 아이들. 그 말을 듣고 저는 편히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저 역시 아이들에게 잠깐 주었던 마음보다 더 많은 슬픔을 느끼게 한 형편없는 어른 중의 한 명이었을 뿐이니까요. 그 마음이 빚으로 남아 이 글을 쓰게 됐습니다.
책 속으로
"엄마가요?"
"응, 엄마는 너희를 돌보기 힘들어. 집도 엉망이잖니?" 그 말은 맞는 말이었다. 하루 종일 잠을 자다가 어느 날은 집을 나가 며칠이고 들어오지 않았다. 내 소원대로 저팔계 아저씨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엄마는 화내는 날은 점점 잦아졌다. 엄마는 모든 것이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나와 유민이조차도.
-13쪽
엄마가 구치소에 있다고? 숨이 멎을 것 같았다. 무슨 사고를 친 거야? 엄마를 기다렸던 마음이 바닥으로 떨어져 흙투성이가 된 채 나동그라졌다.
-100쪽
내가 찾으려고 했던 것은 없었다. 이미 일곱 살 이후에 없던 것일지도 몰랐다. 언젠가는 없어질 것이 내게는 조금 일찍 사라진 것일 수도 있다. 어쩌면 남보다 조금 늦게 오는 걸지도 몰랐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엄마는 나를 찾아올 테니까. 대신 보육원에서 나를 책임져 준다니, 그것을 다 믿는 것은 아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소망들과 이제 비로소 내 것이 된 삶이 분명하게 보였다.
-186-18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