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거의 유도심문"…EBS 다큐 '공부의 배신' 인터뷰 조작 논란 확산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사진=EBS 제공)

 

EBS 3부작 다큐멘터리 '다큐프라임-공부의 배신'이 인터뷰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이로 인해 제작진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전파를 탄 '공부의 배신'은 공부에 목숨 건 10대, 20대의 전쟁 같은 일상을 보여줌으로써 대한민국 교육제도에 경종을 울리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문제는 지난 17일 방송된 2부 '나는 왜 너를 미워하는가?'가 방송된 뒤 불거졌다. 명문대생의 '스펙전쟁'을 다룬 이날 방송에서 인터뷰에 응했던 몇몇 학생이 "사실과 다르게 편집됐다"며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 까닭이다.

고려대생 이모 씨는 지난 23일 자신의 SNS를 통해 "학벌주의에 대한 주제로 인터뷰를 한 것인데 저의 의도와는 무관한 맥락으로 편집되었고 많은 분들의 오해를 사게 되어 속상한 마음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라며 "우선 방송이나 커뮤니티의 게시글을 보고 기분이 좋지 않으셨을 학우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다른 학우분들에게까지 피해가 가지 않도록, 그리고 저에 대한 변론을 하기 위해 결국 글을 올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였습니다"라고 운을 뗐다.

이 씨에 따르면, 작가의 주된 질문은 "타대생들을 인터뷰한 결과, 경영대에 대해 부러워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의 대답은 "막상 대학교에 오면 학과가 크게 작용하지는 않는 것 같다. 어차피 고시 준비를 할 사람은 고시 준비를 하고 취업을 할 사람들은 취업을 하지 않느냐"라는 것이었다.

이 씨는 "하지만 원하는 답변이 나오지 않았는지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가도 10분 단위로 계속해서 같은 질문을 대여섯 차례 물어보았고 그렇게 인터뷰는 1시간이나 걸렸습니다"라며 "1시간 동안 피력한 저의 의견은 매몰되었고 방송 취지에 맞는 멘트들과 저의 얼굴과 학과만 편집되어 방송되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로 너무나 잘 편집해주신 덕분에 하나의 주제의식 속에 인터뷰에 응한 개개인들이 모두 그들과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으로 포장되고, 구색에 맞게 '취해졌다'는 점은 잘못되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라며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엄연히 전달과정에서 타자에 의해 의견이 왜곡되었고 포장되었다는 점을 말씀드리기 위함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뿐만이 아니라 인터뷰에 응한 다른 분들도 화가 나고 속상한 일을 겪었다고 들었습니다. 다른 분들에 대한 오해도 제 글로 인해 풀리면 좋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연세대생 신모 씨도 지난 25일 자신의 SNS를 통해 "설마 교육방송이라는 곳에서 이런 악의적인 편집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라며 "당시 인터뷰는 작가가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으면 같은 걸 다시 물어보고 은근하게 원하는 답을 끌어내는 등 거의 유도심문에 가까웠습니다"라고 꼬집었다.

신 씨는 "EBS의 이번 행태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습니다"라며 세 가지 문제점을 꼽았다.

"첫째, 악의적인 편집으로 인해 자신의 의도와 다른 발언이 방송됨으로써 출연 학생들과 소속되어 있는 학교들이 직접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는 점. 둘째, 대학에 존재하지도 않는 생소한 차별을 마치 사실인 양 보도함으써 많은 학부모들과 청소년들에게 절망을 안겨줬으며 그로 인해 더 큰 경쟁으로 그들을 몰아넣을 가능성을 만든 점. 셋째,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교육방송이라는 매체에서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을 사실인 양 조작해 보도했다는 점"이라는 것이다.

그는 "저는 방송에 나온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제 발언이 타인으로 인해 왜곡되고 조작되었다는 점을 확실히 알리기 위해, 그리고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임을 알리기 위해 이 글을 썼습니다"라고 전했다.

인터뷰 당사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EBS 다큐프라임 '시청자 게시판'에는 제작진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시청자는 "어떤 매체든지 전달하는 사람의 의도가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지만, 인터뷰 대상자들에게 동의도 구하지 않고 사실과 다르게 일부분만 잘라내어 새로운 사실을 창조하는 건 최소한의 윤리조차 저버린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에 응했던 사람들에게도, 방송을 보는 사람들에게도"라며 "이게 논문 실험결과 조작이랑 뭐가 다릅니까? 아니 오히려 이게 더 악질적이라는 생각마저 듭니다"라고 질타했다.

또 다른 시청자는 "제작진은 유도질문과 정직하지 않은 편집으로 시청자를 혼란스럽게 했습니다"라며 "인터뷰에 이용 당한 학생들과 시청자들에게 사과방송은 당연한 조치일 겁니다"라고 꼬집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공부의 배신' 제작진은 28일 게시판을 통해 "2부 내용 관련, 현재 문제제기를 한 학생과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만남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해당 학생과 대화 및 만남 이후 이 부분에 대해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라고 전했다.

0

0

오늘의 기자

실시간 랭킹 뉴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