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 피그미족의 언어 치뗌보에 대한 훈민정음 표기체계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전주대 국어교육과 소강춘 교수. (사진=임상훈기자)
한글이 아프리카 피그미족의 표기문자로 쓰이는 날이 머지않아 올 것으로 보인다.
한글은 2009년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의 표기문자로 시도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피그미족의 적극적 요청 등 진일보한 여건이어서 사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29일 전주대 국어교육과 소강춘 교수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활동하는 최관신 선교사에 따르면 피그미족의 언어인 치뗌보에 대한 훈민정음 표기체계 사업이 진행 중에 있다.
피그미족은 치뗌보라는 고유 언어가 있지만 이를 표기할 문자는 없는 상황이다. 치는 말을 뜻하고 뗌보는 코끼리를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피그미족 공주(Miriam)가 찌아찌아족과 같은 훈민정음 표기체계를 만들어달라고 최 선교사에게 요청을 하면서 첫발을 디뎠다.
최 선교사는 소 교수와 논의했고, 지난해 12월 콩고민주공화국 학생이 전주대로 유학 오면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피그미족 언어 '치뗌보'에 대한 훈민정음 표기체계 사업은 교육의 용이성과 확장성을 고려해 치뗌보 뿐아니라 스와힐리어와 영어, 불어를 병행해 진행되고 있다.
소 교수는 "콩고민주공화국 정치인들은 훈민정음 표기체계에 대해 피그미족에 국한하면 안 되지만 저소득층 전반으로 확대하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치뗌보 뿐 아니라 알파벳을 표기체계로 쓰는 스와힐리어에 대해서도 훈민정음 표기체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찌아찌아족의 표기문자를 만든 원암문화재단도 재정적 지원과 교육자료 제공에 긍정적 입장을 밝히는 등 사업이 순항하고 있다.
현재 소 교수 팀은 치뗌보 3천여개 어휘에 대한 음성 녹음과 이를 한글로 표기하는 전사(轉寫) 작업을 마쳤고 문법 등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8월쯤이면 기초작업이 완료되고, 전주대에 유학 중인 피그미족 학생이 귀국하면 본격적인 훈민정음 표기에 대한 교육이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소 교수는 기대하고 있다.
소 교수는 "피그미족을 위한 공장 건축 등 여러 지원사업이 진행되지만 문자가 없다보니 매뉴얼 등 정형화된 공정이 이뤄질 수 없었다"며 "치뗌보에 대한 훈민정음 표기체계는 문화 일변도가 아닌 여러 지원사업과 병행할 것이기에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