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스포츠 전문 포토그래퍼가 아이폰으로 촬영한 사진이 화제다. 보통 사진기자들이 취재현장에서 사용하는 장비는 캐논의 1DX Mark2나 니콘의 D2h 등 최고 사양을 갖춘 DSLR 카메라에 고성능 망원렌즈까지 사용하지만 아이폰으로 이에 못지않은 사진을 담아내는 포토그래퍼가 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 스타디움코스에서 열린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한 소녀가 자신이 선수들로부터 받은 싸인을 보여주고 있다. (Brad Mangin/PGA TOUR)
스포츠 전문 포토그래퍼 브래드 맨진(Brad Mangin)은 지난 2년 동안 미국에서 슈퍼볼과 월드시리즈는 물론 올림픽에서 각종 스포츠 사진을 찍어온 베테랑이다. 하지만 그가 최근 촬영한 사진들을 보면 정말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멋진 사진을 담아냈다.
지난 12일부터 15일(현지시간)까지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 스타디움코스에서 열린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The Players Championship)'에서 그는 아이폰으로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다만, 다소 정적인 그의 사진에는 '역동적인 장면'은 없다. 아이폰이 좋은 카메라를 가진 스마트폰이다 하더라도 스포츠 특성상 빠르게 움직이는 장면을 담아낼 만큼의 성능을 기대하기는 아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한 여운을 남기는 사진들은 일반 스마트폰 유저들도 얼마든지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 스타디움코스에서 열린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연습 라운드에서 어린 팬들이 사인을 기다리고 있다. (Brad Mangin/PGA TOUR)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 스타디움코스에서 열린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연습 라운드가 끝난 뒤 리키 파울러(Rickie Fowler)가 팬들에게 싸인을 해주고 있다. (Brad Mangin/PGA TOUR)
맨진은 처음 아이폰으로 촬영을 시작할때 회의적이라 생각했지만 몇장의 사진을 찍은 뒤 곧 멋진 사진들을 만들어냈다. 그는 "전문 DSLR로 얻을 수 없는 장면을 작은 스마트폰으로 가능한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그가 사용하는 기종은 애플의 '아이폰6s 플러스'다.
아이폰을 비롯해 최근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은 이미 컴팩트 카메라 수준을 뛰어넘어 DSLR을 위협하고 있다.
아이폰6s 플러스의 후면 카메라는 1.5 미크론 대형 픽셀에 F/2.2 조리개 값을 지원하는 1200만 화소다. OIS(광학 이미지 흔들림 보정)는 물론 포커스 픽셀, 색조 매핑 기능이 적용됐고, 고대비 상태에서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HDR 기능은 노출이 길거나, 짧거나, 일반적인 3장의 사진 중에서 가장 좋은 결과물만 모아 하나의 사진으로 합쳐서 보여준다. 라이브 포토 기능은 사진을 촬영하기 전 1.5초와 촬영 후 1.5초를 함께 기록하는 방식으로 촬영 순간에 놓칠 수 있는 앞뒤 장면을 잡아낸다. 어둡거나 밝은 곳에서 노출을 조정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자체에 8종의 필터를 지원하며 움직임이 많은 피사체를 촬영할 때 필요한 고속 연사 모드가 지원되는데 초당 8장의 고화질 이미지를 얻어낼 수 있다.
일부 취재현장에서는 카메라 기자들의 커다란 카메라를 경계하거나 불편하게 생각하지만 맨진은 오히려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요즘 아이폰을 사용하는데 별 제한 없이 촬영할 수 있었다고 한다. 보안이 삼엄한 제한구역에서도 그의 사진은 빛났다.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 스타디움코스에서 열린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2차 라운드가 열린 13일(현지시간) 캐디들이 클럽하우스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Brad Mangin/PGA TOUR)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 스타디움코스에서 열린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2라운드가 열린 13일(현지시간) 자원봉사자들이 골프공을 운반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Brad Mangin/PGA TOUR)
맨진은 "보다 정직한 사진을 얻을 수 있고, 빠른 촬영‧편집 기능은 세상과 빠르게 공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골프 투어 경기에는 각 코스별 포토그래퍼를 위한 '러너(Runner)'를 배치한다. 이들은 포토그래퍼로부터 사진이 담긴 메모리 카드를 받아 다시 PGA 미디어센터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동이 많고 무선 인터넷이 지원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무거운 장비를 들고 노트북 등으로 전송할 수도 없어 그만큼 사진이 뉴스로 전송되는데 긴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맨진은 아이폰으로 촬영해 간단한 편집을 한 뒤 PGA 투어 오피셜 아카이브에 전송했다. 또, 동시에 그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하면서 누구나 PGA 투어 현장의 모습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었다.
카린 레비 PGA 투어 오피셜 사진 담당자는 "브래드의 사진들은 지금까지 대회가 가지고 있는 가장 빠른 사진 처리 속도를 갖고 있다"고 추켜세웠다.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 스타디움코스에서 열린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16일(현지시간) 제이슨 데이가 우승컵을 들고 있다. (Brad Mangin/PGA TOUR)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 스타디움코스에서 열린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12일(현지시간) 첫 라운드를 앞둔 프로골퍼가 이른 아침 연습을 하고 있다. (Brad Mangin/PGA TOUR)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 스타디움코스에서 열린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12일(현지시간) 1라운 선두에 나선 제이슨 데이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Brad Mangin/PGA TOUR)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 스타디움코스에서 열린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열린 15일(현지시간) 파이널 라운드에서 제이슨 데이가 티오프를 하고 있다. (Brad Mangin/PGA TOUR)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열리게 될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 스타디움코스 클럽하우스 챔피언스 라커룸의 8일(현지시간) 모습. (Brad Mangin/PGA TOUR)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 스타디움코스에서 열린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5일(현지시간) 우승을 차지한 제이슨 데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Brad Mangin/PGA TOUR)
맨진은 종종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취재 현장의 사진을 곧바로 올리기도 한다. 촬영보다 사진 편집이 좀 더 복잡하지만 오히려 그는 편리한 인스타그램 편집 필터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브래드는 자신이 PGA 투어에서 선보인 사진 편집과 빠른 전송 노하우를 공개했다.
우선 경기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아이폰에 '비행기 모드(Airplane Mode)'를 적용한 뒤 사진을 촬영해 카메라 롤에 저장한다. 그리고 아마추어는 물론 전문 포토그래퍼들 사이에서도 인기 있는 구글의 무료 사진편집 앱 '스냅시드(Snapseed)'를 이용해 간단히 편집을 마치면 최근 앱스토어에 출시된 사진 전송 앱으로 여러 사람이 촬영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사용자의 퍼블리싱 플랫폼으로 빠르게 전송해주는 포토쉘터의 '리브리스 업로더(Libris Uploader)'를 이용해 PGA 사진 아카이브에 전송한다.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열리는 4일 동안 그가 아이폰으로 촬영한 사진은 무려 3232장에 달한다. 그중 380장이 최종 선택을 받았다.
네티즌들은 맨진의 사진을 본 뒤 "전문가용 DSLR로 촬영한 사진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며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맨진이 아이폰으로 촬영한 사진들은 맨진의 사진 블로그인 '맨진 포토그래피 아카이브(manginphotography.net)'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