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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뛰어난 생각을 떠올린 곳은 침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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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나는 왜 똑같은 생각만 할까-문제의 함정에 빠진 사람들을 윟나 창의력 처방'

 

책상 앞에 앉아 있다고 해답이 나오는 건 아니다. 노벨 화학상에 이어 노벨 평화상까지 수상한 라이너스 폴링은 ‘내려놓기’를 조언한다. 폴링이 뛰어난 생각을 떠올린 곳은 실험실도, 강의실도, 도서관도 아니었다. 침대였다. 일에서, 복잡한 문제에서 떨어져 있을 때였다. (본문 201~204쪽 참조)

해답은 베개 위에 놓여 있고, 공원에 있고, 점심식사를 하려고 줄을 서서 따분하게 기다리고 있을 때 다가오기도 한다. 최선의 답은 문제를 내려놓고, 당신이 있는 시간과 장소를 변화시키고, 맥락을 바꿀 때 발견된다. 그러면 우리의 뇌가 연관성을 찾아내 무엇이 가능한지 탐색할 기회를 갖게 된다. 피터 드러커는 기업 경영을 잘하려면 바이올린을 배우라는 놀라운 조언을 했다. 여러 관점에서 접근하고, 다양한 조각들을 맞춰 볼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신간 '나는 왜 똑같은 생각만 할까'는 우리가 문제의 함정에 빠져드는 원인을 규명하고, 가슴 뛰는 삶을 위한 10가지 생각 전환법을 소개한다.

저자인 미국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니븐 박사는 우리가 문제에 집중하느라 인생의 중요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으며, 지나친 노력과 열정이 도리어 실패를 가져온다고 조언한다. 문제를 더 키우는 행동, 행복보다 불행에 끌리는 경향, 부질없는 노력과 의욕의 덫, 첫 번째 생각에 집착하는 사고 패턴에서부터 삶을 풍부하게 해 주는 전환 관념, 정신의 수문을 활짝 열어젖혀 주는 반대 관념, 더 근사한 것을 얻을 수 있는 생각법에 이르기까지 문제와 해결책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다.

이 책은 제자리를 맴도는 똑같은 생각으로 삶이 피곤한 사람들을 위한 창의력 처방전이자, 해결 불가능한 문제 속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사소한 생각의 변화를 통해 삶의 악순환을 끊어낸 생생한 사례집이다.

문제는 밀쳐 버려라. 두려움의 덫에 갇히지 마라. 불확실성을 포용하라. 노력하지 마라. 조직의 힘을 믿지 마라. 확신하지 말라. 첫 번째 생각은 과감히 버려라. 한눈을 팔아라. 반대쪽을 용인하라. 스스로 생각하라. 10가지 생각 전환법이다.

저자는 문제에 빠져드는 메커니즘을 정확하게 파악하면 해결책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하면 문제 대신 해결책에 주의를 집중할 수 있는지를 다양한 심리 실험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다.

우리는 불확실함과 애매모호함을 못 견딘다. 불확실함은 무력감을 안겨 준다. 불확실함이 싫어서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P&G의 최고경영자 존 페퍼가 최대의 실수를 저지른 것은 ‘독특함’을 문제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P&G는 하워드 슐츠가 이탈리아에 발을 들여놓기 10년 전부터 이탈리아에서 고급 커피를 팔았다. 그런데 페퍼는 고급 커피 사업부를 ‘사치’, ‘일탈’, ‘문제’로 규정하고는 통째로 매각해 버렸다. 친숙하지 않은 것에서 불리한 점만 발견하고 그 속에 담긴 미래는 손톱만큼도 보지 못한 것이다. 이 ‘가난한 상상력’ 때문에 P&G는 쉽게 차지할 수 있었던 시장을 놓쳐 버렸고 결국 커피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말았다. (본문 78~83쪽 참조)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결정은 대부분 불확실함에 적응하고 애매모호함을 포용할 때 가능하다. 저자는 추상화를 보라고 조언한다. 추상화가 주는 불편하고 불확실한 감정에서 등을 돌리고 싶은 기분을 극복할 수 있다면, 일상에서도 공연히 문제를 찾아내서 존재가치를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노력이라는 가치의 민낯을 드러내는 가슴 아픈 일화가 있다. 1940년대 미 삼림소방대는 산불을 물이 아니라 기지와 지혜로 진압했다. 몬태나 주의 만 협곡에서 화재가 발생한 그날도 삼림소방대가 출동했다. 그런데 순식간에 불길이 그들을 에워쌌다. 도지 대장은 급히 퇴각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무거운 장비를 짊어진 채 산을 기어오르려니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다. 도지는 대원들에게 장비를 버리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대원들은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그 명령은 신념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도지는 필사적인 마음에서 다른 명령을 내렸다. 일부러 불을 내자는 것이었다. 좁은 지역을 태워 빈터를 만듦으로써 산불의 먹잇감을 없앤 뒤에 납작 엎드려 불길이 통과하기를 기다리자고 했다. 그러나 대원들은 반대했다. 대장이 멍청하거나 나약해서 그런 명령을 내린 거라고 생각했다. 도지는 결국 혼자서 불을 놓았고, 대원들은 장비를 꽉 움켜쥐고 계속 달렸다. 도지의 계획은 성공했다. 불길은 태울 게 없는 빈터를 지나쳤고, 그는 살아남았다. 하지만 대원 15명 중 13명은 목숨을 잃었다. 순전한 노력이 오히려 해악이 될 수도 있다. 대원들은 산불을 전력으로 대처해야 할 문제로 보았고, 최후의 순간까지 무거운 장비들을 짊어진 채 불보다 빨리 달리기 위해 온몸의 힘을 짜냈다. (본문 110~114쪽 참조)

잘못된 해결책 중 으뜸이 노력이다. 10점이 만점인데 11의 노력을 기울이면 역효과만 난다. 노력을 기울이고 의욕을 불태울수록 좌절하기 쉽고 끈질기게 버텨 낼 가능성은 낮아진다.

회의실에 의자가 많이 놓여 있는 이유는 사람이 많을수록 좋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단 역시 개인과 똑같은 한계에 직면하고, 오히려 더 나쁜 방향으로 치달을 수 있다.

댄 스코토는 에너지 전문 애널리스트였다. 댄은 어느 에너지 기업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다가 당혹감을 느꼈다. 그 기업은 경영진 사이에 분란이 있었고, 핵심 사업들의 실적이 악화되었으며, 무엇보다 대차대조표 분석 점수가 ‘낙제’였다. 자금 흐름이 막히면 순식간에 무너져버릴 터였다. 댄은 주당 35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엔론에 투자하는 것을 경고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매도해야 하며, 지금 당장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댄의 보고서가 나오고 석 달 뒤, 엔론 주식은 휴지 조각이 되었다. 그렇다면 댄이 몸담았던 증권사는 이 남다른 통찰력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증권사는 전화로 해고를 통보했다. 엔론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데 집착한 댄의 회사는 그의 해결책을 무시했다. (본문 133~136쪽 참조)

이 에피소드는 집단이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에 대한 고전적인 사례다. 사람 수가 많아지면 문제도 많아진다. 집단 속에 있으면 명백한 사실도 제대로 볼 수 없게 된다. 올바른 답이 때로 모호해지며, 정답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집단이 가장 잘하는 일은 집단에 속하지 않은 사람의 눈에는 뚜렷이 보이는 것들을 가려 버리는 것이다. 그보다는 자기 자신과 경쟁하거나, 자주색으로 염색한 친구를 만나라.

우리는 자신감을 능력, 성공과 결부시킨다. 하지만 자신감에 불타는 사람은 밀어붙이기만 할 뿐 의문을 갖지 못한다. 미 교육부의 2인자였던 다이앤 래비치는 교육개혁을 힘껏 추진했다. 상위 학생들에게 자극을 주고 하위 학생들의 의욕을 끌어내는 방식에 대한 획기적인 접근법이 필요했다. 그녀는 ‘성취도 검사’를 도입해 ‘표준’을 끌어올리려 했다. 그러나 교육개혁은 참담하게 실패했다. 교사들은 성취도 검사에 나오는 것만을 가르쳤고, ‘정답’을 강조하다 보니 4개의 작은 거품 중에서 올바른 것을 가려내는 쓸모없는 능력에 엄청난 가치를 부여하게 되었다. 그녀는 잘못된 정책을 그토록 열심히 밀어붙였던 이유가 회의주의를 상실한 데 있다고 봤다. 지금 그녀는 자신이 만든 교육정책을 반대하는 운동을 이끌고 있다. (본문 145~149쪽 참조)

저자는 자신감이 반드시 능력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해결책을 찾지 못하게 만든다고 단언한다. 자만심 탓에 연쇄살인마를 도운 오하이오 주립대 병원 의사들이 그랬듯, 자신감은 질문을 가로막고 문제를 알아보지 못하게 한다. 이 질문을 가로막는다면 자신감이 우리를 사슬로 옭아맨다. 의문을 가지고, 예상을 해 보고, 모른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최초의 답에 집착하는 편향이 있다. 첫 번째 답은 빠르고 쉽게 떠오른다. 하지만 첫 번째 답은 최선의 답이 아니다. 초안을 버려야 기가 막힌 두 번째 안이 떠오른다.
1966년 게이 텔레스가 쓴 기사 ‘프랭크 시나트라, 감기에 걸리다’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읽히고 있으며 숭배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장면, 대화, 행동, 생생한 묘사로 구성된 이 기사는 일종의 교과서와 같다. 처음엔 이 기사를 쓰는 게 불가능해 보였다. 시나트라의 홍보대행사가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인터뷰이를 만나지 않고 기사를 쓴다는 게 과연 가능하기나 할까? 하지만 초안을 비틀자 관점과 깊이가 생겼다. 텔레스는 시나트라 주위의 공기 속에 몸을 담갔다. 향수의 대상이 될 만큼 늙지도, 새로운 성공을 추구할 만큼 젊지도 않은,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시나트라의 감정을 사소한 다툼을 통해 완벽하게 전달했다. 한 발 한 발 공들여 나아가는 과정에서 단편적인 사실들을 재구성할 기회를 얻었고, 안이한 초기의 발상에 안주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본문 176~180쪽 참조)

초안은 확대경과 같다. 바로 앞에 놓인 것을 면밀히 보고자 할 때는 유용하다. 그러나 초안을 밀쳐 내면 망원경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망원경은 초안 너머에 있는,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다른 것을 보게 해 준다. 안 될 것 같은 일을 시도하고, 일상적인 일의 순서를 바꿔 보라.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생각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상태라면 반대쪽을 향해 마음을 열어야 한다. 마약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부분의 국가들처럼 경찰력을 동원해 마약 사범을 체포하고, 감옥에 집어넣고, 형량을 높이면 될까? 그래도 마약 문제가 사라지지 않고 더 악화된다면? 포르투갈 정부의 마약방지팀을 이끄는 주앙 골랑 의사는 왜 효과를 거두지 못한 방식을 고집해야 하냐고 반문한다. 그는 마약과의 전쟁을 정반대 방향에서 추진했다. 마약 소지를 범죄로 처벌하지 않는다면 국가는 처벌에 쓰일 자원을 치료 쪽으로 돌릴 수 있다고 봤다. 그로부터 10년 뒤, 포르투갈의 마약 관련 통계치는 엄청난 변화를 보였다. 마약 과용 사망자가 27퍼센트 줄어들었고, 마약 사용도 50퍼센트나 줄어들었다. 마약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감옥에 갇혀 있지 않기 때문에 어머니와 아버지들이 자녀를 부양할 수 있게 되면서 사회도 한결 건강해졌다. (본문 224~227쪽 참조)

창의적인 사람들은 반대말을 좋아한다. 반대 관념을 용인하면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생각이 떠오른다. 뒤집어 생각하면 정신의 수문을 활짝 열어젖힐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답을 갖고 있다. 사회복지사인 밀러는 고등학교를 중퇴하는 아이들이 50퍼센트나 된다는 말에 허를 찌르는 반응을 보였다. “나머지 50퍼센트에 대해 알려 주세요. 그 학생들은 어떻게 졸업할 수 있었지요?” 밀러는 가난한 사람들이 할 수 없는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알고 싶어 했다. 그는 어느 날 다른 사회복지사와 함께 가정 방문을 갔다. 인종 학살을 피해 해적들이 들끓는 바다를 건너 지구 반대편에서 새 삶을 시작한 난민 가족의 집이었다. 그 사회복지사는 어머니를 상대로 훈계를 늘어놓았다. 어머니는 가만히 듣고 있었지만 십 대 아들은 모욕감에 속을 끓이고 있었다. 밀러는 그 광경이 터무니없었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란 사회복지사가 역경을 헤쳐 온 여성에게 훈계를 하다니! 밀러는 빈곤층에게는 뭔가가 결여되어 있고 충고를 해 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 그는 참여 가족들에게 그저 ‘질문’을 던졌다. 참여 가족들에게 꿈이 뭔지, 꿈을 실현시킬 계획은 무엇인지를 물었다. 효과는 놀라웠다. 가구 소득이 치솟고, 가족들은 처음으로 저축을 하기 시작했고, 첫 ‘내 집’을 마련했다. 자포자기와 고립의 비극적 결합도 끊어졌다. 밀러가 참여 가정에 바란 것은 자기 자신의 소리를 들으라는 것뿐이었다. 인생에 대한 답을 가진 것은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본문 250~255쪽 참조)

자신의 삶을 절대로 남에게 맡기지 마라. 잠시 틈을 내어 마음을 열고, 자신의 생각에 집중하라. 혼자 있을 때 스스로 생각할 수 있으며 해답을 보다 분명하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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