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들이 제69회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에서 의미있는 평가전을 치렀다. 영화 '부산행'을 시작으로 '아가씨', '곡성'까지 각 부문에 진출한 대표작들은 그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진출한 '부산행'은 기분 좋은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해외 언론과 칸영화제 관계자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은 것. 단순한 좀비 영화가 아니라, 세월호 사고, 메르스 사태 등 한국의 정치 사회적 현실을 담아냈다는 평가다.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역대 최고의 미드나잇 스크리닝이다. 연상호 감독의 차기작은 경쟁 부문에서 보게 될 것"이라는 찬사를 보냈고, 미국 영화 전문지 버라이어티 역시 "쉴 틈 없는 긴장감. '설국열차'만큼 통렬하고 가식 없는 유머를 선사한다"고 호평했다.
영국 영화 전문지 스크린 인터내셔널 데일리(이하 스크린 데일리)는 "'설국열차'와 '월드워 Z'가 만난 한국형 블록버스터. 오락성과 사회성 모두 담아냈다"고 기대감을 높였다.
오는 7월 개봉하는 '부산행'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돼 부산행 KTX 안 사람들이 벌이는 치열한 생존기를 그린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다. 배우 공유, 정유미, 마동석 등이 출연하고,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활약하던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 영화 데뷔작이다.
다음 타자는 영화 '아가씨'. 이미 영화 '올드보이'와 '박쥐'로 칸영화제를 사로잡았던 박찬욱 감독의 영화이고, 유일한 경쟁 부문 진출작이기에 더욱 관심이 쏠렸다.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공식 상영 이후, '아가씨'에 대한 평은 극명히 엇갈렸다.
앨레나 폴라끼 베니스국제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는 "예상을 넘는 파격에 놀라움을 느꼈고, 특히 아름답게 담긴 영상미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박찬욱 감독의 차기작은 꼭 베니스로 초청하고 싶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스크린 데일리 역시 "'아가씨'는 기술의 승리다. 화려하게 장식된, 정교한 아가씨 저택의 프로덕션 디자인은 부지불식간에 어두운 타락의 힌트를 담아낸다"고 시각적 즐거움에 호평을 보냈다.
그러나 18일 기준, 스크린 데일리의 '아가씨' 평점은 4점 만점에 2.1점을 기록하고 있고, 프랑스 영화 전문지 르 필름 프랑세즈는 4점 만점 기준으로 1.73점에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75개국에 수출되면서 역대 한국 영화 최다 국가 판매 기록을 세웠다.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부유한 상속자인 아가씨의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하녀와 백작 그리고 후견인이 벌이는 음모를 그린 영화다. 영국 유명 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했고, 배우 김민희, 하정우, 조진웅, 김태리 등이 출연한다. 국내에서는 오는 6월 1일에 개봉한다.
이미 국내에서 승승장구 중인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은 칸영화제 초청으로 겹경사를 맞았다. 비록 비경쟁 부문이지만 경쟁 부문 영화들 못지 않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나홍진 감독의 베테랑다운 연출력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