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대만, 양안(兩岸) 관계의 변곡점이 될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정부가 20일 공식 출범한다.
차이 당선인은 20일 오전 타이베이 총통부 앞 광장에서 제14대 총통 취임식을 갖고 대만 역사상 최초의 여성총통이자 중화권 첫 여성 수반으로 첫 발을 내딛게 된다.
입법원(국회)에서도 과반 의석을 차지해 의회 권력까지 안정적으로 확보한 민진당 정부는 8년 만의 정권교체를 실현하고 대만 독립 성향의 노선을 재추진할 수 있게 됐다.
차이 당선인은 지난 1월 대만 총통 선거에서 압승한 이후 마잉주(馬英九) 현 총통의 임기만료 시한인 지금까지 정권 인계와 함께 각료 인선, 정책 검토 작업을 진행해 왔다.
취임식에는 대만과 수교한 22개국 중 파라과이, 스와질랜드, 마샬군도 등 6개국 원수를 포함해 55개국에서 온 200여명의 외국 축하 사절과 함께 입법위원, 정부각료, 시민 등 1만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차이 당선인은 취임사를 통해 양안관계 정책을 비롯해 민생문제 해결, 경제 활성화, 대만 국제활동 공간 확대 계획 등을 밝힐 계획이다.
차이 당선인이 취임사에서 중국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하나의 중국' 원칙이나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을 수용할지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취임식은 오전 9시(현지시간) 대만국군 연합의장대의 행진을 시작으로 대만 400년 역사와 문화를 담은 '대만의 빛' 퍼포먼스, 대만의 민주화 운동과정을 보여주는 '대만 민주행진곡' 순서로 진행된다.
차이 당선인은 총통부에서 마잉주 총통과 인수인계 절차를 마무리한 뒤 취임식장으로 이동해 천젠런(陳建仁) 부총통과 함께 예포가 발사되는 가운데 식장에 입장할 예정이다.
국가 제창과 차이 당선인의 취임 연설에 이어 참석자들은 1970∼80년대 권위주의 시대의 금지가요로 대만의 민주와 독립을 상징하는 곡이었던 '메이리다오'(美麗島)를 '대합창'하는 순서로 취임식을 마치게 된다.
차이 당선인의 출신 부족인 파이완(排灣)족 어린이들로 구성된 핑둥(屛東)현 디마얼(地磨兒)초등학교 학생들도 참석해 대만 국가를 부를 예정이다.
취임식을 앞두고 중국은 대규모 군사훈련 등 무력시위에 나서 양안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군 기관지 해방군보(解放軍報) 등은 지난 16일 대만과 마주 보는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시에 주둔하는 제31집단군이 동남 중국해에서 대규모 상륙훈련에 돌입했다고 전하며 관련 훈련 영상을 공개했다.
주요 관영 매체들도 연일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베이징(北京) 유력지 신경보(新京報)가 대만의 국민투표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양안의 협상 가능성을 단절시킬 수 있다'는 전문가 기고문을 게재한 데 이어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도 법 개정을 우려하는 장문의 기사를 내보냈다.
차이나데일리는 사설에서도 "분리주의자들이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법이 개정되면 '대만독립' 문제를 포함한 민감한 정치 현안들이 국민투표에 부쳐질 수 있고 양안 관계가 파탄에 이를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비교적 온건한 독립노선을 추구한다는 평가를 받아온 차이 당선인이 취임과 동시에 양안 관계를 근본적으로 '리셋'할 것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는 차이 당선인이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정책들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대해 중국이 거친 길들이기에 나서면서 양안 관계가 경색국면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