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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동아는 왜 '전두환 면죄부' 기사를 쏟아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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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앞두고 경쟁하듯 '의도적 여론형성'

전두환 전 대통령 (사진=자료사진)

 

첫 테이프는 조선일보가 끊었다.

조선일보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36주년 기념일을 이틀 앞두고 '전두환은 5·18과 무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준비했다.

16일자 조선일보 31면에 실릴 예정이던 기사의 제목은 "全斗煥은 12·12와 상관있고 5·18과는 무관"이었는데, 이희성 전 계엄사령관의 주장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기사의 대강은 광주 학살은 우발적 사건이고, 그 도의적 책임도 전두환이 아닌 이희성에게 있다는 내용이다.

이희성을 인터뷰한 최보식 기자는 기사의 취지를 도입부에 설명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 가해자로 인식돼 억울해한다는 점을 언급한 뒤, "반성없이 억울해하니 그답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사실관계 문제라면 확인해볼 필요성은 느꼈다"고 썼다.

대법원이 전 전 대통령의 내란목적살인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를 확정한 게 1997년이지만, 최 기자에게 광주의 진실은 아직도 '사실관계를 확인해봐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더구나 팩트 체크를 위한 취재 대상으로는 하필 내란목적살인 공범인 이희성을 꼽았다.

신문기사 스크랩 업체에 전송까지 됐던 해당 기사는 어찌된 일인지 지면에 실리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조선일보가 부랴부랴 자신들의 '전두환관(觀)'을 교정한 것 같지는 않다.

같은 날 지면에 오른 칼럼 '조용헌 살롱'은 전두환을 책임의 대상이 아닌 '과연 그러했을까'하는 의문의 대상으로 떠올렸기 때문이다.

(사진=자료사진)

 

◇ 광주 학살이 운명의 장난?

칼럼니스트 조용헌씨는 전 전 대통령의 본관(천안 전씨)까지 들먹이며 그 조상들이 동학혁명을 이끈 전봉준과 관련됐을 수 있다는 상상을 펼친다.

조씨는 "천안 전씨였던 전봉준이 앞장을 섰고, 씨족사회였던 당시의 관습에서 전씨들은 동학에 적극 가담할 수밖에 없었다. 전두환 윗대는 전봉준과 같은 집안이었다. 증조부나 조부가 전봉준의 참모를 했는지도 모른다"고 썼다.

칼럼은 동학 가담자들의 비운을 나열한 뒤 "전두환은 정권 잡고 나서 동학군의 첫 전승지인 정읍 이평면(梨坪面)에다가 '황토현기념관'을 세웠다"며 "왜 전두환은 광주와 악연을 맺게 되었을까?"라고 덧붙였다.

광주 학살의 책임을 슬픈 운명의 장난쯤으로 돌린 셈이다.

5·18과 전두환을 그들 방식으로 '재평가'하려는 움직임은 곧바로 동아일보가 그 바통을 넘겨받았다.

17일자 동아일보와 같은날 발행된 '신동아' 6월호는 발포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주장을 비중있게 전했다.

지난달 27일 취재에 응했다는 전 전 대통령은 "그때 어느 누가 국민에게 총을 쏘라고 하겠어.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라고 그래"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곁에 있던 부인 이순자씨도 "모두가 (전두환을) 5·18 책임자라고 하는데 이걸(발포 책임을) ‘오케이’ 하는 건 별개 문제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아닌 건 아닌 건데…"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1998년 백담사로 들어간 일에 대해서는 "6·29 선언을 자기(노태우 전 대통령)가 했다고 하고, 우리를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리는 건 아닌가 해서 빨리 백담사로 간 것"이라면서 "분노했다기보다 무서웠다"고 덧붙였다.

갑자기 전두환 이순자 내외가 권력의 희생양으로 뒤바뀌어지는데, 동아일보는 이튿날인 18일자 기사에서 이를 더욱 부각한다.

◇ 강직한 전두환?…"의도적 애드벌룬 띄우기"

5·18 당일인 이날의 칼럼 '횡설수설'은 느닷없이 두 사람의 만남과 연애 시절 에피소드들을 '전두환 이순자의 천생연분'이라는 제목으로 전했다.

칼럼은 "이화여대 의대에 입학했으나 전두환과 결혼하기 위해 학업을 포기하고 생계를 위해 미용사 자격을 따고 편물 기술까지 익혔다"면서 이순자씨의 소박한 면모를 그려냈고, "자부심이 강한 전두환은 장교들이 부식이나 기름을 빼돌려 회식하는 것을 한심하게 여겼다"며 전 전 대통령의 강직함을 연출했다.

마무리는 백담사 유배 당시 "분노했다기보다 무서웠다"는 전날 이순자씨의 발언을 인용한 뒤, 최근 "일생일대의 실수가 노태우 대통령 시킨 것"이라 했다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말을 이어붙였다.

이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은 "조선, 동아, 종편 등이 모두 같은 내용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한 신문사의 일탈이 아니라 의도적 여론 형성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뉴라이트를 중심으로 친일에 대한 정당화와 역사 왜곡이 있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미화 작업이 이어졌다"면서 "이러한 보수의 시도가 이제 광주 5·18까지 나아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차기 대선 이전 보수 재결집을 위해 애드벌룬을 띄우는 의미일 수도 있다"고 말하고 "하지만 5·18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분노는 선명하고 강렬해 절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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