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사람 자르는 것, 우리나라만 손쉬워
- 5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이 만든 임시공휴일 날 쉰, 세 아이의 아버지에게 벌어진 일
- 정규직 정리해고 전에 소리없이 사라지는 하청노동자들
- 대한민국 헌법 위에 있는 것 ?유용성
- 성과급제, 나치 시대나 했었던 일
- 비정규직 줄이기, 하청은 대상이 아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6년 5월 18일 (수)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은수미 의원(더불어민주당), 삼성중공업 사내협력업체 성우기업 고 정정수씨 부인 김진아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
◇ 정관용> 더불어민주당의 은수미 의원 그리고 쌍용차 해고노동자죠. 고동민 씨와 함께 우리 사회 노동문제를 짚어보는 시간, 지난주에 첫 선을 보였는데요. 오늘은 은수미 의원 혼자만 나오셨습니다. 어제 고동민 씨가 현대자동차 앞에서 시위를 벌이다가 연행되셨고요. 지금 서초경찰서에 있다는데 아직 석방이 되고 있지 못 합니다. 다음 주에 고동민 씨 왜 연행됐는지 어떻게 된 사연인지 자세하게 이야기 들어보도록 하고요. 오늘은 은수미 의원과 함께 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 은수미> 네, 안녕하세요. 동민 씨 때문에 되게 속상하네요. 그게 현대자동차가 부당노동행위를 했는데 그것에 대해서 항의하려고 지금 일하는 분들이 모여 계시는데 그게 문제가 된 거죠. 그러니까 부당노동행위, 불법행위를 한 현대는 지금 끄떡없고 당한 사람들이 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있어서 약간의 위반을 했다고 아마도...
◇ 정관용> 어쨌든 집시법상 신고도 하고 집회를 한 걸로 알고 있는데 아직 자세한 사항은 모르니까 다음 주에 이야기 들어보도록 하고요. 지난주에 우리가 조선업종 구조조정, 과연 노동자 자르는 게 우선이냐,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그동안에 이런 저런 기업들 얘기가 나오더니 이제는 삼성중공업도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하고 얘기를 시작하는 것 같아요.
◆ 은수미> 네.
◇ 정관용> 삼성중공업 지난해도 이미 1000여 명 내보냈다면서요?
◆ 은수미> 네, 1000여 명 이미 내보냈습니다.
◇ 정관용> 거기에 달린 하청업체는 또 얼마나 많이 나갔을까요.
◆ 은수미> 소리도 없죠. 알지도 못 해요.
◇ 정관용> 형식상으로 보면 주 채권은행에다가 자구책, 자구안을 제출하는데 자구안의 주요내용은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 방안’ 이렇게 쓰여 있어요. 그런데 그 재무구조 개선을 한다는 것, 들어온 돈이 적으니까 비용을 줄여야 되겠죠? 유동성 확보를 한다는 것, 현금이 없으니까 현금을 만들어야 되겠죠? 그러면 결국은 돈 나가는 걸 줄이겠다?
◆ 은수미> 네. 그런데 그 돈 나가는 걸 줄이는 방법이 쌍용차도 똑같았어요. 그러니까 오너 혹은 경영진의 자산이라든가 여러 가지 문제들을 우선적으로 처리하면서 공동으로 감당하는 게 아니라 대체적으로 인건비를 자르는 거죠.
◇ 정관용> 제일 손쉽다고 생각하는 거겠죠.
◆ 은수미> 우리나라만 손쉬워요. 정말 우리나라만 손쉬워요, 사람 자르는 게. 그래서 정말 많이 속상하더라고요. 오늘도 얘기할, 벌써 5명이나 돌아가신 이런 상황도.
◇ 정관용> 5명?
◆ 은수미> 삼성중공업.
◇ 정관용> 삼성중공업에서. 저희가 지금 자료를 보니까 지난 4월 23일부터 불과 한 이십 며칠 사이에 다섯 분이 돌아가셨다.
◆ 은수미> 네.
◇ 정관용> 거기 보니까 산재가 두 분.
◆ 은수미> 두 분이죠.
◇ 정관용> 스스로 목숨을 끊으신 분도 두 분이나 있고. 이런 산재 같은 경우도 원청업체보다는 하청업체가 더 많죠?
◆ 은수미> 아니, 산재는 대부분 하청업체가 상대적으로 많고요. 더 나아가서 위험한 작업은 다 하청을 줘버려요. 그러니까 하청을 주기 때문에 원청은 두 가지 방식으로 돈을 벌어요. 우선 하도급을 주니까 사고가 나도 책임이 없다.
◇ 정관용> 그렇죠.
◆ 은수미> 그래서 돈을 하나 벌어요. 예를 들어서 2008년에 40명의 하청노동자들이 죽은 이천 냉동창고. 그때만 해도 원청은 딱 그 당시에 2000만원인가 벌금 내고 말았어요. 40명이 돌아가셨는데. 아니면 무죄예요. 그러니까 사고가 나도 그 사고의 책임은 노동자나 하청에게 넘어가는 것이고 원청은 사고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돈을 일단 벌죠. 이게 하나고. 그다음에 사망사고를 제외한 산재는 은폐를 합니다. 그래서 연간 한 1조 1300억원 정도 이익이 있어요. 그러니까 이게 두 가지, 산재가 나도 이렇게 이익을 받잖아요.
◇ 정관용> 그리고 우선 산재가 발생할 우려가 큰 위험한 작업일수록 대부분 하청.
◆ 은수미> 다 하청이죠.
◇ 정관용> 그러니까 그만큼 산재 발생 비율을 줄이는 거고, 원청의 입장에서는.
◆ 은수미> 원청 입장에서는 돈 나갈 일이 적어지는 거죠.
◇ 정관용> 특히 조선업은 지난주에도 얘기했지만 하청노동자의 숫자가 많으면.
◆ 은수미> 거의 70%, 많을 때가 300%까지 있는 데도 있었어요. 평균적으로 한 70% 정도가 돼서요. 그러니까 이렇게 해서 우선...
◇ 정관용> 그다음에 자신의 업체에서 벌어진 것은 사망이 아니면 산재가 아닌 것으로.
◆ 은수미> 그렇게 하고. 그다음에 세번째로 구조조정 때 이렇게 잘라서 또 이익을 보는 거죠.
◇ 정관용> 우리 산재 얘기 이따가 조금 더 집중으로 하고. 그런데 특징적인 게 지금 삼성중공업 사내 하청노동자 분이시긴 한데 스스로 목숨 끊으신 분이 지금 잇따라 두 분이나 나왔어요. 그 가운데 한 분이 정정수 씨입니다. 지난 11일날 목숨을 끊으셨는데 고인의 아내 김진아씨를 저희가 전화로 잠깐 연결해서 말씀 듣겠습니다. 김진아 씨?
◆ 김진아> 네.
◇ 정관용> 삼성중공업 하청업체에서 일하셨죠, 남편께서?
◆ 김진아> 네.
◆ 은수미> 성우기업 소속이라고.
◇ 정관용> 성우기업. 성우기업 맞습니까?
◆ 김진아> 네, 맞습니다.
◇ 정관용> 거기에서 몇 년 정도 일하셨어요?
◆ 김진아> 조선소에서 일한 것은 거의 19살부터 했으니까 20년 됐고요. 그다음에 성우기업은, 이게 대표가 바뀐 거라서 일한 건 8, 9년 정도 되는데 성우기업으로 바뀌고는 한 5년 정도 일한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런데 조선 관련돼서는 어려서부터 계속 지금까지.
◆ 김진아> 네, 삼성중공업 안의 업체를 계속 다니고 있었죠.
◇ 정관용> 삼성중공업 하청업체 여기서 저기로 옮기고 이런 식으로 하셨군요.
◆ 은수미> 그렇죠. 그러니까 사장만 바뀐 거죠.
◆ 김진아> 두 번만 옮겼어요.
◇ 정관용> 그 근무형태가 어땠습니까? 주 며칠 정도 근무하셨어요?
◆ 김진아> 원래 5일이잖아요, 대부분. 그런데 저희 신랑 같은 경우에 6일 거의 나갈 때가 많고요. 그리고 급할 때는 일주일 내내 가는 경우도 있고요. 그리고 평일 날 원래 6시까지 일하는 건데 거의 8시 반에서 9시까지 일하고 집에 퇴근은 평일에는 거의 9시에서 9시 반 사이에 집에 왔고요.
◇ 정관용> 그렇게 평일 날 초과근무를 하고 그다음 또 휴일인 토요일도 근무를 하고 그러면 각종 특근수당 같은 것은 다 받습니까?
◆ 김진아> 아니요. 반장들은 월급제이기 때문에요. 그냥 얼마나 일하는 것에 상관없이 딱 그 금액만 주고요. 적게 일하면 그만큼을 삭감하고, 제하고. 그러니까 기본 시간이 있는데 그 시간을 못 하면 기본급에서 제하긴 하는데 더 한다고 더 주지는 않아요.
◇ 정관용> 기본 정해진 시간보다 초과하는 건 돈 안 주고.
◆ 김진아> 네.
◇ 정관용> 줄어든 것만 깎고?
◆ 김진아> 네. 그런 식이에요.
◆ 은수미> 그거 문제인데. 그러지 않아요. 그래서는 안 돼요.
◇ 정관용> 그렇죠. 그런데 반장이라는 직급 때문에 월급제가 됐다는 이유로 특근수당 같은 걸 일절 없앴다, 그거죠?
◆ 김진아> 네, 그렇죠.
◇ 정관용> 성실하게 정말 열심히 일하셨다면서요?
◆ 김진아> 학력이 조금 모자라서 그렇지 최연소 반장까지 달았거든요, 삼성에서. 그래서 삼성에서도 인정하는 사람인 거고요. 그리고 회사 또한 인정하고 회사 사람들 그리고 오빠한테 배웠던 밑에 직원들인데 납품했던 분들도 계속해서 연락하고 고맙다고 계속 연락을 해 주셨고요. 지금도 연락을 하고 지내는 상황입니다.
◇ 정관용> 최연소 반장, 여기에 사실 많은 게 들어있네요. 얼마나 열심히 일하셨는지. 그런데 갑자기 목숨을 끊으셨어요. 그 전에 사표를 내겠다 해서 사표를 내고 오셨다고 저희가 지금 사정을 알고 있는데 왜 그렇게 된 건지 간략히 좀 말씀해 주시겠어요?
◆ 김진아> 5월 5일부터 6일, 7일, 8일이 그거였잖아요. 연휴였잖아요.
◇ 정관용> 맞아요.
◆ 김진아> 저희 신랑이 그때 일을 해야 될지 모르기 때문에 어디 놀러가거나 그런 것이 평소에도 안 되는 부분이었고 가도 저희가, 저희 애들이 좋아하는 게 캠핑이거든요. 가더라도 거주 지역 안에서만 갔고 만약에 토요일날 일을 하게 되면 신랑은 금요일 저녁에 와서 텐트를 쳐주고 토요일 아침에 다시 회사에 출근했다가 오후에 다시 오는 그런 식으로 항상 했었어요. 그리고 그날도 쉴지 안 쉴지 정확하게 몰랐는데 다행히 신랑이 회사에다가 얘기를 했다고 5월 5일만 출근을 하면 된다고 해서 5월 5일에 출근을 했고요.
◇ 정관용> 어린이날도 출근을 했고.
◆ 김진아> 네. 그리고 그날 저녁에 밤에 늦게 10시쯤에 아이들이랑 놀고 있는데 아침에 연락이 온 거예요.
◇ 정관용> 6일날 아침에.
◆ 김진아> 네. 아침에 회사 직원, 상사분께서 전체 관리자 있는 단체 카톡방이 있는데 거기에다가 그런 식으로 남기신 거죠. ‘내가 너희 뒤치다꺼리 언제까지 해주냐? 반장들 하나도 안 나오고 내가 사표를 쓰겠다’ 이런 식으로 글을 남기신 거예요.
◇ 정관용> 그러니까 6일날 출근 안 한 것에 대해서 다른 분 중에 불만을 토했군요.
◆ 김진아 > 월요일날 출근을 했는데 지금 물량팀을 맡으라고 하고요. 그리고 물량팀에다가 임금은 조장 수준, 그러니까 반장 밑이 조장인데 시급제거든요. 시급제로 내려가고. 이런 식으로 했다고 하는데.
◇ 정관용> 그러니까 9일날 출근하자마자 직급이나 이런 걸 강등시키고 팀을 바꿔라. 이렇게 지시했다는 거죠?
◆ 김진아 > 그렇죠. 저희 신랑은 항상 그것을 걱정하고 염려하던 부분이었고 스트레스 받던 부분인데 그걸 대놓고 얘기했기 때문에 제가 듣기로는 그게 물량팀이 없어지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삼성에서도 힘드니까.
◇ 정관용> 앞으로 곧 없어질 팀으로 가라.
◆ 김진아 > 네, 없어질 팀으로 보낸 거고. 여기 저희 신랑 장례에 오신 분들 얘기 들어보니까 그건 나가란 소리나 다름없다는 말씀을 해 주시더라고요.
◇ 정관용> 그래서 그것 때문에 많이 괴로워 하셨어요?
◆ 김진아 > 그렇겠죠. 다음날 사표를 내러 갔는데 거기에서도 말을 바꾼 거죠. 그러니까 이 사람을 일은 시켜야 되겠고 하니까 그냥 있어라. 나중에는 3개월 있어라, 2개월 있어라, 한 달 있어라. 아니면 나중에는 그냥 반장 해. 우리가 그 월급 줄게라는 이런 식으로 말을 한 거예요.
◇ 정관용> 한 번 그렇게 강등시키려고 하다가 없었던 일처럼 말을 바꿨다, 회사가. 그런데 그런데도 사표를 내셨어요?
◆ 김진아 > 네. 왜냐하면 이미 회사에서 그렇게 말을 했는데 또 바꾼 거잖아요. 이 회사가 어떻게 자기한테, 자기는 정말 열심히 일을 한 대가가. 전부터도 다른 곳으로 가고 싶었는데 반원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그런 것 때문에 안 가고 있었거든요. 많이 회사에 대한 미련이나 배신감이 너무 심하다고, 미련도 없다고 배신감이 너무 많이 든다고. 자기가 왜 이렇게까지 일을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저한테 얘기했었거든요.
◇ 정관용> 네. 아이가 셋이세요?
◆ 김진아 > 네.
◇ 정관용> 몇 살입니까?
◆ 김진아 > 9살, 7살, 5살이에요.
◇ 정관용> 9살, 7살, 5살?
◆ 김진아 > 네.
◇ 정관용> 아이고, 참. 네. 여기까지 말씀 들을게요, 일단. 기운 내시고요.
◆ 은수미> 기운 내십시오.
◇ 정관용> 고맙습니다.
◆ 김진아 > 감사합니다.
◆ 은수미> 아이고. 작년에도 1000여명 정도가 잘렸고 눈앞에서 해고되는 것들을 보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이러면. 저도 예전에 연구원이나 이런 데서 근무를 하다 보면 옆에서 정리해고 당하기 시작하면 그 스트레스 자체가 굉장히 힘들어요.
◇ 정관용> 그렇죠. 언제 나한테 올지 모른다.
◆ 은수미> 모르는데다가 이건 지금 열심히 일했는데. 그것도 5월 6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임시공휴일 만드신 날 아니에요.
◇ 정관용> 맞아요.
◆ 은수미> 그날 당연히 쉬겠다고 말하고 쉬었다는 이유로 이런, 자존감을 완전히 해치게 되면 워낙 지금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에서 자존심이 무너져버리니까 견디지 못하는 거죠.
◇ 정관용> 사표 내겠다 하니까 ‘아이, 그럼 반장으로 계속 있어라’ 했지만 또 언제 금방 없어질 팀으로 나를 보낼지 모른다.
◆ 은수미> 자기한테는 목숨 같은 일인데 그걸 무슨 장난감 다루듯이 할 경우 사람들이 굉장히 심각한 뭐라고 할까, 심리적인 손상을 받아요.
◇ 정관용> 그렇죠.
◆ 은수미> 그래서 그런 게 아닌가 싶네요. 아이고, 너무 가슴이 아파서. 철렁 무너져서.
◇ 정관용> 그러니까 이런 건 소위 말하는 정리해고니 뭐니 이런 것하고도 사실 그런 단어 사용되기 전이잖아요.
◆ 은수미> 그렇죠. 그런데 이런 일들이 꽤 많아요. 예전에 KT 같은 경우도 제 조사 결과에 따르면 KT가 3만명 정도 해고되는 과정 중에 100명 남짓 혹은 200명 가까운 분들이 자살을 하신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게 집계도 안 되고 사실도 알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쭉 추적을 하는 수밖에 없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이런 비슷한 일들이 다시 반복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굉장히 우려스럽죠.
◇ 정관용> 지난주부터 우리가 노동자들 정리해고, 구조조정이라고 하는 그 말을 하고 있는데 실제 현실로 들어가 보면 정리해고는 맨 마지막 단계에 언론에 제일 많이 나오는 단어가 그 거고 그런데 그 단어가 등장하기 이전에. 지난주에는 우리가 주로 희망퇴직, 명예퇴직 이런 얘기 했어요. 그게 무슨 희망이고 명예냐, 그런 얘기를 했어요.
◆ 은수미> 그런데 그건 정규직에게나 해당되는 거고요.
◇ 정관용> 그 이전에, 그 이전에 이런 일들이.
◆ 은수미> 비일비재하게.
◇ 정관용> 계속 이뤄지고 있다.
◆ 은수미> 그렇죠.
◇ 정관용> 지금 이 돌아가신 이분, 회사 측에서는 도대체 왜 사망했는지 자기들도 모르겠다.
◆ 은수미> 항상 그렇게 말을 하죠.
◇ 정관용>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너무나 지금 이 부인께서도 억울해서 장례도 못 치르고 계시답니다, 아직. 회사 측에서 와서 사과한다는 이런 말조차 한마디도 없었다는 거.
◆ 은수미> 대개의 경우 잘 안 하죠.
◇ 정관용> 참. 아까 우리 산재 얘기도 좀 했었고. 도대체 우리 현장은 왜 이런 겁니까?
◆ 은수미> 항상 효율성이나 유용성을 최우선으로 두는 관행이 지난 한 10년간 굉장히 깊어졌어요. 그러니까 유용성이 없으면, 그러니까 기업에 유용성이 없거나 기업에 돈을 벌어다주지 못 하면 결국 살 가치가 없다는 일종의 철칙 같은 게 지금 운영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그게 한 10년 정도 되니까 헌법 위에 유용성이 있는 거죠. 이게 회사 측도 그렇고 일하시는 분들도 많이 순응하게 돼요. 그렇게 되면.
◇ 정관용> 아. 그냥 일해야 되나 보다.
◆ 은수미> 그렇죠.
◇ 정관용> 내가 이제 반장이 됐고 월급을 꼬박꼬박 받으니까 이제는 잔업이나 휴일날 나오라고 그래도 돈 더 달라는 소리 하면 안 되는구나.
◆ 은수미> 주변에서도 그렇게 생각해요.
◇ 정관용> 그냥 그렇게.
◆ 은수미> 더 힘들어진다. 제가 얘기를 들어보면 주변의 동료들도 똑같이 생각을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노동자들이 아무런 권리나, 무가치하다고 느껴지는 거죠. 본인이 무가치하다. 이런 관행이, 한 문화가 10년 이상 아주 깊어져서 그런지. 특히 취약한 노동자들부터 자살이나 산재나 이런 일들이 굉장히 많아지고 있어요.
◇ 정관용> 그 취약의 대명사가 하청.
◆ 은수미> 하청이죠.
◇ 정관용> 하청에 재하청, 이렇게 나가는 거죠.
◆ 은수미> 그래서 저는 죽음에는 순서가 있다고 항상 얘기를 하죠. 하청부터 죽어요.
◇ 정관용> 그런데 이런 걸 방금 효율성과 유용성이 헌법 위에 있는 문화가 돼버렸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렇게 문화로 그쪽으로 가버릴 위험성은 항상 있는 거잖아요.
◆ 은수미> 그렇죠.
◇ 정관용> 때문에 그걸 제대로 막아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예를 들어서 필수 업무 어떤 어떤 것들은 하청을 줘서는 안 된다든지.
◆ 은수미> 절대 안 된다. 아니, 이런 것들을 법 제도로 만들자고 요구를 해도 이미 청와대에서부터 성과제를 주장을 하시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누누이 얘기를 하지만 기업이나 소규모 이런 데서 성과나 이런 걸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 줄 세우는 이런 시도는 있을 수 있고 부분적으로 그런 것들을 해요. 하지만 정부가 국가가 국민한테 성과 위주로, 효율성 위주로 줄을 서라. 이렇게 얘기하는 건 과하게 얘기하면 나치 시대나 했었던 일이라고요. 그게 지금 벌어지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작년에는 저성과자 해고로, 이번에는 성과급제로. 그게 같은 말이에요. 성과급을 하면 고성과자들한테 돈을 좀 더 주겠지만 저성과자는 해고라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구조조정 때만 해고를 하는 게 아니라 일상적으로 해고를 하겠다는 거고. 그럼 하청은 해고뿐만 아니라 산재로도 죽는다고요. 이런 식으로.
◇ 정관용> 이런 문화와 이런 정신을 앞장서 이끌어가는 정부, 청와대가 예를 들어서 하청은 어떤 업종들로 해서 어떤 업무는 못 하게 한다든지 또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원청업체도 책임이 있다든지.
◆ 은수미> 이런 것에만 동의를 해 줬어도.
◇ 정관용> 동의를 안 한다는 거죠.
◆ 은수미> 절대로, 절대로 안 된다고 얘기를 해요.
◇ 정관용> 관련된 법안들은 다 나와 있어요?
◆ 은수미> 네. 2004년 동안 제가 논의를 했었거든요, 법안소위에서. 싹싹 빌기도 했어요. 그러니까 왜 파업권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 파업권은 헌법에 보장된 파업권은 안 된다고 하면서 왜 하청은 가능하냐. 그러니까 파업권을 부정하는 만큼 하청도 하지 말자. 아니, 인천공항공사 같은 데 보안존에 못 들어가거든요. 국회의원도 못 들어가요, 보안존에. 그런데 거기가 다 하청노동자라고요. 그럼 안 된다. 아무리 얘기를 해도 소용없어요.
◇ 정관용> 그 소식도 저희 듣고 충격을 받았어요. 인천국제공항 엄청나게 크고 일하는 사람 무지하게 많은데.
◆ 은수미> 대부분이 하청이에요.
◇ 정관용> 거의 100%라고 하더라고요.
◆ 은수미> 네, 정규직 볼 수 없어요. 보통 시민들이 가셔서는 정규직을 못 본다고 보시면 돼요. 그러니까 경비부터 시작해서 보안경찰, 검색대까지도 다 하청이에요. 그런데 이런 걸 좀 바꾸자. 테러방지법 같은 것 얘기할 때도 그 얘기를 했죠.
◇ 정관용> 인천국제공항은 공사잖아요.
◆ 은수미> 공사인데 그래요.
◇ 정관용> 공기업이잖아요.
◆ 은수미> 네, 87%.
◇ 정관용> 원래 공기업에서부터 하청 이런 거 안 한다. 비정규직 줄인다. 그랬었지 않습니까?
◆ 은수미> 그런데 하청은 대상이 아니랍니다.
◇ 정관용> 아, 비정규직은 줄이는데?
◆ 은수미> 네, 직접고용 기간제는 줄이는데 하청은 대상이 아니래요.
◇ 정관용> 그러니까 하청을 더 쓰는 군요.
◆ 은수미> 네. 그러니까 물줄기를 바꿔야죠. 지금 법제도적인 노력을 20대도 더 해야 되겠지만.
◇ 정관용> 아니요, 물질주의 바꾸는 것까지 가지 말고 이제 여소야대 됐으니까 20대는 제일 급한 이런 주제의 제도 개선부터.
◆ 은수미> 시작을 해야죠.
◇ 정관용> 아이 참. 은수미 의원님 갔어야 하는데.
◆ 은수미> (웃음) 제가 낙선한 게 죄입니다.
◇ 정관용> 다음 주에 또 보겠습니다.
◆ 은수미>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과 함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