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36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광장에서 전시회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정부가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허 방침을 고수함에 따라 올해 36주년 기념식도 파행과 불참의 '반쪽' 행사로 전락하게 됐다.
우선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기념식에 불참한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18일 기념식에 참석하는 대신 마수메 엡테카 이란 부통령 겸 환경부 장관을 접견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3년 기념식에 참석한 것을 마지막으로 2014년과 지난해 연속 불참했다.
이런 가운데 야당 원내대표들이 강력하게 요구했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도 석연찮은 이유로 거부되면서 광주 민심이 부글부글 끓고있다.
제36주기 5.18광주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상임위원장 정구선)는 17일 "정구선 상임위원장과 시민사회는 박근혜 정부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에 항의하기 위해서 기념식에 불참 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5.18행사위원장이 정부가 주관한 공식 기념식에 불참한 것은 지난 1997년 정부 기념일 제정 이후 사상 처음이다.
광주시의회 역시 기념식 불참을 선언하는 한편 시의원 전원이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고 국립 5·18민주묘지 앞에서 침묵시위를 하기로 했다.
반면 최근 3년간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던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오히려 기념식 참석을 선언했다.
정부 방침에 찬성해서가 아니라 ‘임을 위한 행진곡’을 행사장에서 반드시 부르기 위한 참석이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지난 13일 박 대통령과 야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우상호·박지원 원내대표가 간곡하게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요구했지만 사실상 거부당한데 대한 반발도 증폭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기념식에는 참여하기로 했지만 끝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무산될 경우 이미 제출한 박승춘 보훈처장의 해임건의안을 비롯해 청와대 회동 합의사항 재고등 가능한 카드들을 동원해 대여 공세에 나설 수 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17일 기념식 전야제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분명히 약속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첫 약속부터 어긴 것이기 때문에 신뢰에 금이 갔다”고 박 대통령을 겨냥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전라북도청에서 민생정책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로 협치가 깨졌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소통과 협치가 사실상 물 건너 갔다"며 청와대를 ·비난했다.
"청와대가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지적에는 "저도 어제 오늘 간절한 심정으로 접촉하고 기다렸지만 지금 절망적 상황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정부 공식기념식에는 당지도부만 참석하고 광주 시민단체들이 주관하는 행사에 원하는 소속의원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하면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국가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국론분열을 야기할 수 있다며 기존의 합창 방식을 고수했지만 오히려 더 심각한 국론분열을 초래한 셈이 됐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방송 인터뷰에서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었던 그 가슴 벅찬 노래를 모두가 현장에서 제창했지만 2009년에 들어와서 보훈처가 엉뚱한 일을 벌이면서 오히려 국론 분열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