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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역사로 탈바꿈" 부산 도시철도에 '4억 원짜리' 미술작품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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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 프랑스 출신 탱크, 아틀라스 벽화작업 벌여

한국-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맞아 부산 해운대 유진 갤러리에서 특별전을 벌이고 있는 프랑스 출신 작가 탱크. 그가 16일부터 부산도시철도 3호선 종합운동장역에서 대형 기둥 8곳에 작품을 남기고 있다. (사진=Ahn_perrot 제공)

 

부산 도시철도 3호선 종합운동장역.

요즘 야구 시즌을 맞아 사직운동장으로 가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에 흥미로운 장면 하나가 연출됐다.

16일 오후부터 벽안의 외국인 2명이 대형 기둥과 벽면에 무엇인가를 열심히 뿌리고 칠하는 액션 페인팅을 선보인 것.

이들은 프랑스 출신의 주목받는 젊은 아티스트인 탱크(Tanc), 아틀라스(L'Atlas)다.

한국-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서 열리는 특별전 France IN에 참여하면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부산에 '특별 선물'을 하기 위해 작업을 벌인 것이다.

작가 탱크는 도시철도 입구에서부터 역사 안으로 이어지는 대형 기둥 8곳에 추상적인 캘리그라피를, 아틀라스는 역사 입구에 있는 대형 벽면에 도장을 연상시키는 전각 디자인 작품을 선보였다.

이 작품이 갤러리에 걸려 판매된다면 모두 시가 4억 원에 달한다.

작업이 끝난 늦은 저녁, 인터뷰를 위한 자리에서 작가들은 손과 온몸에 페인트가 튀긴 채 피곤에 지쳐 겨우 입을 열었다. 하지만 눈빛에는 작품에 대한 열정, 부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넘쳤다.

작가 탱크는 도시철도 입구에서부터 역사 안으로 이어지는 대형기둥 8곳에 추상적인 캘리그라피를 선보였다. (사진=Ahn_perrot 제공)

 

◇ "나 자신을 초월하고 싶었다" 추상의 벽, '탱크의 기둥'

성인 남성의 키를 훌쩍 넘는 대형 기둥에 작품을 그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중심을 잡아야 하고 팔을 뻗어 뱅글뱅글 돌며 끊이지 않게 작품을 해야 한다. 고도의 집중이 필요한 작업이다.

기둥 하나만 해도 화제가 될 터, 왜 8개에 이르는 기둥에 작업할 생각을 한 것일까.

"나 자신을 초월하고 싶었습니다. 삶을 초월하는 것이죠. 뭔가 굉장한 임팩트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제가 너무 사랑하는 부산에 큰 선물을 주고 싶었습니다. 대충하지 않고 끝까지 일관되게 작업을 마무리 하는 것. 하나의 작품으로 보이는 것을 가장 신경쓰고 있습니다. 제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그의 작품은 글자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

일종의 캘리그라피로 글자와 비슷한 형태가 반복되지만 의미는 없고, 미학적으로 형태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다.

"작업을 하다 보니 재밌더라고요. 어린아이들과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작품 과정을 아주 흥미롭게 보셨어요. 반복적인 형태일 뿐인데 열심히 들여다보시면서 어떤 내용을 읽으려 하는 반응이 즐겁습니다. 그러나 관객 여러분, 제 작품은 어떤 뜻이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설명해 드릴 필요도 없어요. 처음에 제 작품을 봤을 때 그 느낌, 그것이 제가 전달하려는 메시지이죠."

보통 탱크의 작품에는 무제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작업은 큰 의미가 있는 만큼 작품 이름을 '탱크의 기둥'으로 붙였다.

"프랑스에 'Colonnes De Buren'이라는 작품이 있어요. 넓은 정원에 크고 작은 모던한 기둥이 박혀 있죠. 이것은 끝나지 않는 소용도리(vortex)기도 합니다. 아주 작은 것에서 부터 우주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표현한 것이죠. 그것처럼 저도 패턴의 반복, 그 안에서 관객들이 모든 것을 자신의 것으로 느끼기를 바람을 담아 '탱크의 기둥'으로 이름을 붙였답니다."

작가 아틀라스는 '아틀라스'의 라틴어 이미지를 형상화해 마치 도장을 찍은 듯한 전각 작품을 선보 였다. (사진=Ahn_perrot 제공)

 

◇ 첫 부산 방문, "벽에 도장을 남기다" 아틀라스의 아틀라스

큰 키에 수려한 외모, 작업을 하러 페인트를 들자 오가는 이들의 카메라 세례가 터진다.

이 정도 외모면 배우를 해야 하지 않겠냐는 우스갯소리에 그는 10년 전에 배우를 했지만 자아(ego)가 너무 세서 작가가 아니면 어떤 일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고 말한다.

물결 패턴의 잿빛 대리석 벽에 선명하게 찍힌 하얀색 디자인.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일정하게 이뤄진 작품의 간격에서 작가의 예민함이 엿보인다.

"제 작품은 라틴어, 아랍어의 영향을 많이 받은 일종의 캘리 그라피입니다. 제가 중국에서 시간을 보냈을 때 도장을 파는 모습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어요. 그래서 제 작가명인 아틀라스를 이미지화해서 벽에 도장을 남기는 뜻에서 작업에 임했죠. 아틀라스는 세계라는 공간, 우주를 넘어서서 우리의 존재를 하나로 묶어주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것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는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이미 바닥, 벽면에 대형 작업을 많이 해왔다.

하지만 대리적 벽면에 작업을 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벽화라는 것은 죽은 공간에 생명을 살리는 의미가 있죠. 가치 있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리석 자체만으로 아주 좋은 작품인데, 여기에 제 작품을 추가로 그리게 돼 큰 의미가 있죠. 그래서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더 큰 작품을 작업하게 됐습니다.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부산교통공사측에서 작품을 잘 보존해주시겠다고 하니 기쁩니다."

작가 아틀라스는 이미 훌륭한 작품인 대리석 위에 자신의 작품을 남기게 돼 의미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계획을 수정해 더 큰 작품을 2개 남겼다. (사진=Ahn_perrot 제공)

 

행인들은 아틀라스의 작품을 보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뭔가 읽어보려고 해본다.

"제 작품은 각자의 성향에 따라 보는 시각이 달라요. 어떤 이들은 형이상학적이라고도 하고, 다른 이들은 미니멀리즘같다, 단순해 보인다고 하시기도 합니다. 이런 다양한 해석이 좋습니다. 관객들이 생각하는 우주의 모습, 자신의 느낌을 제 작품에 대입해 보시면 좋을 것 같군요"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 특별전은 오는 24일까지 해운대 유진갤러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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