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경제활성화'에 올인하면서 '경제민주화'에 앞장서야할 '경제검찰'인 공정거래위원회도 경제민주화보다는 재벌 대기업 프랜들리(대기업 친화)로 갈아탄 것 아니냐는 비판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 공정위 경제민주화 포기…재벌 대기업 봐주기·편들기·프랜드리 '경제민주화'는 '창조경제'와 함께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와 새누리당이 내세운 핵심슬로건이었다.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절서, 대기업 중심의 경제 틀을 중소기업,소상공인과 소비자가 동반 발전하는 행복한 경제시스템으로 바꾸겠다며 제시했던 경제민주화 공약들은 서민중산층의 표심을 흔들었다.
경제민주화 공약은 경제적 약자의 권익보호, 공정거래 관련법의 집행체계 개선, 대기업 집단 총수일가의 불법 및 사익 편취 행위근절, 기업지배구조개선, 금산분리 강화 등 크게 다섯 가지이다.
하지만 공정위의 최근 행보는 경제민주화에 가장 앞장서야 할 '경제검찰'인 공정위마저 경제민주화보다는 재벌프랜들리(기업 친화적) 정책으로 갈아 탄 것처럼 보인다.
지난달 대기업집단 지정을 앞두고 대기업들의 잇딴 지정기준 상향 요구에도 굴하지 않던 공정위는 지난달 26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가 반드시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적극적인 개선으로 180도 방향을 바꾸었다.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지난 12일 서울 세종호텔에서 열린 세종포럼 조찬 특강에서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있다"며 평소 행보와는 달리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중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재벌, 대기업 규제' 대선 공약이 대기업 규제 완화로 바뀐 것이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이에앞서 "19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중간금융지주회사법 도입을 20대 국회에서도 재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대기업의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려면 중간금융지주를 도입해 금융 계열사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경제민주화 대선 공약인 금산분리 강화에 거꾸로 가는 정책이다.
이 법안은 2012년 9월 국회에 제출됐으나 금산분리 원칙을 완화해 재벌(지주회사)에 금융사 소유를 사실상 허용하는 것이어서 야당이 중간금융지주가 "특정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정책"이라고 반발해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했다.
이에대해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안진걸 사무처장(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초기에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다 경제민주화를 폐기하니까 공정위도 똑같이 폐기하고 오히려 재벌기업 봐주기, 편들기로 일관하는 것은 경제검찰로서 역할을 포기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국민들은 재벌 대기업횡포, 슈퍼갑질,불공정행위에 대한 분노가 극해 달했는데
오히려 정부는 대기업 편들기, 봐주기, 프랜들리로 일관하고 있어 현 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이 심화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위가 최근에 내린 잇따른 제재를 보아도 경제민주화에 앞장서야할 공정위가 재벌 대기업 프랜드리 마인드로 바뀐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게하고 있다.
롯데 등 8개 면세점업체의 환율 담합에 대해서는 4년동안 조사를 끌어오다 "부당이득이 미미하다"는 이유로 과징금 부과 없이 시정 명령만 내렸다. 분명한 담합사실을 확인하고도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다.
방문판매법을 위반한 엘지유플러스의 4개 휴대폰 다단계업체에 과징금 부과 없이 시정명령만 부과했다.
지난달에는 글로벌 ICT 기업인 오라클의 끼워팔기와 구입 강제 의혹에 무혐의 등 기업친화적 처분을 내렸고 3월에는 에스케이텔레콤, KT, 엘지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에 대해서는 기업스스로 피해구제하고 사건을 종결하는 '잠정 동의의결안'으로 조사를 마무리졌다.
이에앞서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의 설 명절용 선물세트 값 담함 의혹도 사실상 무혐의로 종결고 지난해 12월 케이티(KT)의 계열사 부당 지원 사건과 스크린골프 1위 업체인 골프존의 가격 담합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 입법 완료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추진도 지켜봐야 공정위는 입법이 완료된 일부 경제민주화관련 법안은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일부 효과를 보고 있다.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신규순환출자 금지,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하도급 3배 손해배상제, 가맹본부 불공정행위 근절과 가맹점주 권리보호 강화 등이다.
대기업 총수일가 사익편취와 일감몰아주기 제제도 지난해 2월부터 시행중인데 현대그룹을 시작으로 한진그룹과 하이트진로, 한화그룹 CJ그룹 등 순차적으로 조사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지난 15일 발표된 현대그룹의 조사에서도 일부 계열사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제재는 있었지만 '총수가 관여하거나 지시한 정황은 없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총수가 구체적으로 관여했거나 압력을 넣은 경우에만 총수에 대한 처벌을 할수 있다'고 밝혔다.
시행령에 규정된 예외 조항을 보면 효율성, 긴급성, 보안성을 이유로 필요한 경우에는 일감 몰아주기를 허용하는 등 논란의 여지가 많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도 의무고발요청제도로 대체됐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고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도입은 이뤄지지도 못하고 있다.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지난 4월 1일 '제15회 공정거래의 날' 행사 기념사에선 "경제민주화 과제의 적극적인 실천을 통해 국민 체감도를 높이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올해들어 공정위의 잇딴 행보는 그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