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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단 황폐화…제2의 박경리 나올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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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선생 외동딸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

하동 박경리문학관(사진=토지문화재단 제공)

 

■ 방송 : 경남CBS<시사포커스 경남=""> (손성경PD, 허문강 실습생 106.9MHz)
■ 진행 : 김효영 기자 (경남CBS 보도팀장)
■ 대담 : 김영주 이사장 (박경리 선생의 딸, 토지문화재단 이사장)

 

◇김효영 : 소설가 박경리 선생이 타계한지가 올해로 8주기가 됐는데요. 얼마전 경남 하동에서 박경리문학관이 문을 열었죠.

박 선생의 외동딸이고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있는 김영주 이사장 만나보겠습니다. 이사장님 안녕하십니까?

◆김영주 : 네. 안녕하십니까?

◇김효영 : 박경리 문학관 개관을 축하드립니다.

◆김영주 : 네. 감사합니다.

(사진=토지문화재단 제공)

 

◇김효영 : 문학관에는 어떤 것들이 전시됩니까?

◆김영주 : 유품들을 많은 부분 보냈고 펜화로 토지 등장인물들을 그리고 박경리 선생님 초상화를 제작하고 그렇게 했습니다. 그리고 유품 가운데 재봉틀하고 평소에 늘 옆에 두시고 쓰시던 사전을 전시하는데 원주에 있던 것을 한 3년동안 순회 전시하는 형식으로 갔습니다.

◇김효영 : 그래요. 육필원고도 있습니까?

◆김영주 : 네. 육필원고도 갔습니다.

◇김효영 : 육필원고는 어떤 작품입니까?

◆김영주 : 토지의 서문이요.

하동 박경리문학관 내부 (사진=토지문화재단 제공)

 

◇김효영 : 박경리문학관의 위치는 어디죠?

◆김영주 : 하동에 최참판댁이 있지 않습니까? 그 안에 있습니다.

◇김효영 : 하동과 박경리 선생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이 된 겁니까?

◆김영주 : 토지를 구상하시면서 그 무대를 잡으려고 했는데 적어도 천석이나 만석정도가 나올 수 있는 지역을 잡으려고 하다 보니까 하동의 평사리를 정하게 됐는데, 우연히 저하고 어머니가 차를 타고 평사리 앞을 지나가다 그 지역을 토지의 무대로 삼아야겠다 이렇게 생각하시고 그대로 하신 겁니다.

◇김효영 : 차를 타고 가시다가?

◆김영주 : 네. 택시타고 지나가시다가. 들르지도 않으셨어요.

◇김효영 : 그렇군요. 앞으로 박경리 선생과 같은 후배문인들이 많이 배출이 되야 할텐데요. 글을 쓰는 사람은 여전히 배고픈 직업으로 인식이 되고 있습니다. 작가들을 지원하는데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김영주 : 그동안 작가들 지원에 대한 프로그램이 좀 있었는데 그게 참 부족한 점이 많아요. 그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이 문학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해서 작가의 특성이나 어떤 식으로 작가를 도와줘야 효율적이고 작가가 작품을 창조해 낼 수 있는지 이런 것에 대한 이해력이 너무 부족합니다.

그래서 그런 점은 앞으로 작가나 문단이나 문화계에 대한 이해가 있는 분들의 자문을 받아서 제대로 작가가 글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지원이 굉장히 시급해요.

지금 우리 한국 문단이 상당히 황폐화됐다고 하는 여론이 많습니다. 좋은 작가들이 나오고 있질 못해요.

그게 왜 그렇게 됐는가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고 적극적으로 문제점이 되는 것들을 해소해 나갈 방안들이 만들어져야 됩니다. 지금 출판계도 상당히 저조해서 출판을 못하고 있고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있어요. 이게 다 작가들이 생존하고 글을 쓰는 환경하고 연결되는 부분들이거든요.

◇김효영 : 지원 프로그램에 문제가 많다?

◆김영주 : 그동안 작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지원금도 있었고. 그것 자체도 운영자체에도 문제점이 많았습니다. 작가를 지원한다고 보기에는 너무 부실하다고 지적을 많이 했는데 그 것 자체도 이번 예산에서 삭제되어버렸고요.

또 문학잡지에 대해서도 지원도 있었습니다. 문학잡지가 안 팔리지 않습니까? 다른 잡지도 마찬가지지만. 그러면 작가들은 문학잡지가 있어야 글을 발표를 합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들어온 수입이라는 게 별거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작가로서 등단하려면 발표할 잡지가 있어야 하는데, 그동안 정부가 원고료 지원을 해왔어요. 문체부에서.

그런데 올해는 그 예산을 완전히 없애버렸어요. 그러니까 잡지가 다 아마 폐간을 했거나 폐간을 할 상황 이런 상태에 놓여져 있으니까 우리작가들한테는 아주 치명적이죠. 작품을 써도 발표할 공간이 없는 거예요.

그리고 세번째로는 전국에 문학관이 많이 있는데 그 중에서 몇 개의 문학관에서 작가들 창작실을 운영을 해요. 우리도 하고 있는데. 그런데 그 예산도 반으로 삭감을 했어요.

그것은 이제 박경리 선생님이 작가들 도움을 주려고 해서 토지문화관도 세웠고 그 프로그램도 운영해서 가능한 작가들이 와서 마음놓고 글을 쓸 수 있도록 그렇게 하고 있고 쭉 해왔었습니다.

문화정책이라는 것은 섬세하게 해야하고 특히나 작가들에 대한 지원은 더 섬세하게 들여다봐야합니다.

◇김효영 : 네. 알겠습니다. 지금의 정부지원 시스템이라면 제2의 박경리는 나오기 힘들다고 보시는 겁니까?

◆김영주 : 당연히 그렇죠. 그 때는 어려운 시절이었어도 문학하는 사람에 대한 작가에 대한 사회적으로 존경심도 있었고 아무리 배가 고프고 어려워도 그리고 실력이 있으면 언제든지 작품을 발표할 기회도 있었어요.

물론 원고료도 적지만 그 당시에는 원고료가 일반인들과 비교했을 때 그렇게 적은 원고료도 아니었어요.

지금 작가의 1%도 안 되는 사람이 겨우 글을 써서 살지 그 외에는 글 써서 못살아요. 어떤 발표할 공간도 없고. 굉장히 열악한 상황입니다.

◇김효영 : 그렇군요.

박경리 선생(좌)과 딸 김영주 이사장 (사진=토지문화재단 제공)

 

◆김영주 : 문학이라는 것은 모든 문화예술의 기본이에요. 콘텐츠를 문학이 만들어 내는 것이고 그걸 가지고 공연도 있고 그 밖에 온갖 문화적인 내용들이 재창조 되는 겁니다. 그런데 기본 콘텐츠에 대한 환경을 완전히 황폐화시켜놓으면 무엇을 가지고 앞으로 문화융성을 하겠습니까?

◇김효영 : 말로만 문화융성을 바랄 것이 아니고.

◆김영주 : 네. 문제가 있어요. 위에서 너무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데서 오는 거예요.

◇김효영 : 많은 고민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 싶네요.

◆김영주 : 큰일입니다. 당연히 그렇습니다.

외동딸 김영주 이사장(좌)과 박경리 선생(사진=토지문화재단 제공)

 

◇김효영 : 알겠습니다. 요즘은 소설을 잘 읽지 않는 시대가 되어버렸습니다. 소설을 읽어야하는 이유랄까요. 권해주시는 말씀을 해주신다면요.

◆김영주 : 제가 박경리세계문학상을 운영하게 되면서 제가 심사위원은 아니지만 책임감 때문에 예선작품을 제가 다 읽었습니다. 쭉 처음 시작할 때부터.

그런데 그것이 이상하게 저한테 굉장히 다른 세계를 열어줘요.

삶에 대한 이해라든가 세상에 대한 이해라든가 무언가 열어주는 것이 있어요. 그리고 자기자신의 잠자고 있는 사유라든가 혼을 각성시켜주는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소설을 읽는다는 게 그냥 시간 있을 때 읽는다가 아니라 반드시 읽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또 앞으로는 창조를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될 거에요. 알파고도 보셨겠지만 기계적인 일은 기계가 앞으로 다 할 겁니다.

그럼 인간이 해야 할 일은 뭐겠습니까? 기계가 할 수 없는 창조적인 일을 해야죠. 저는 이게 청소년들이 꼭 이 생각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세대들이 살 시대는 창조하는 힘을 가진 자만이 제대로 올바르게 살 수가 있을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많은 독서를 해야만 해요. 소설책은 물론 철학, 역사, 사회과학, 과학까지도 많은 독서를 해야 됩니다.

그래야만 앞으로의 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개인이 자기완성을 위해서도 개인이 올바르게 살아가기 위해서도 독서는 반드시 해야 하고 그래서 독서계를 출판이나 책 이런 환경을 열악하게 만들어버리면 우리나라 미래가 없습니다.

박경리 선생(좌)과 김영주 이사장, 외손주와 함께 (사진=토지문화재단 제공)

 

◇김효영 : 이야기를 조금 더 나가본다면요. 인문학의 퇴보를 이야기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대학에서도 폐과시키는 학교가 늘고 있고요. 어떻게 보십니까?

◆김영주 : 그게 인문학자들의 책임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인문학이라는 것은 역사, 철학, 문학 이게 얼마나 매혹적인 학문입니까? 그리고 창의적인 학문인데 이것이 대학사회에 들어가서 굉장히 죽어있는 학문으로 변해버렸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열렬한 흥미나 매혹을 못 느끼게 되어버린 게 1차적인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대학의 정원들이 확 줄게 되잖아요. 앞으로. 학생 수가 줄어드니까 모든 학과를 조절을 해야 하는데 거기에서 경쟁력이 약한 학과들이 죽어가는 거예요. 인문학이 경쟁력이 약해서 그런 겁니다. 그런데 인문학을 그렇다고 해서 죽여서는 절대로 안 되죠. 우리나라 미래가 걸려있는 거니까 우리자손들의 미래가 걸려있기도 하고요.

그러면 어떻게하느냐 인문학을 소수정예라도 굉장히 권위있게. 매혹적이고 창조적인 학문으로 존재시켜야 되고요. 그리고 거기에 있는 학자들이 피를 깎는 노력들이 있어야합니다.

그 다음에 인문학적인 소양이 되어있지 않으면 인간도 안되고 사회도 안돼요. 이건 정말이에요. 사회도 피폐해지고 인간도 피폐해집니다. 그러니까 의과대학, 공과대학 모든 과에 기본적으로 인문학을 가르쳐야합니다.

그래서 이런 기본적인 인문학적 소양위에서 전문성을 가져야만 좋은 의사도 나오고 좋은 법학자도 나오고 좋은 과학자도 나옵니다. 경영자도 나오고. 그게 안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온갖 비리의 온상 아주 좋지 않은 행태들을 우리가 줄여갈 수가 없어요.

그래서 대학의 정원을 축소해야 되는 그런 문제들이 있으니까 이런 점에서 심각하게 고민을 하면서 교육계를 변경시켜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냥 인문학과를 무조건 폐과해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에요.

◇김효영 : 인문학적인 소양이 없는 사람들이 법관이 되고 의사가 되고.

◆김영주 : 그러면 다 이상한 사람들이 되는 거예요. 아주 자격이 없는.

◇김효영 : 저희 언론인들도 마찬가지고요.

◆김영주 : 그렇죠. 마찬가지고. 그리고 그 개개인의 삶의 풍요로움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김효영 : 사고의 변화, 정책의 변화가 있어야 겠습니다.

◆김영주 : 꼭 살려야합니다. 반드시.

박경리 선생(좌)과 딸 김영주 이사장 (사진=토지문화재단 제공)

 

◇김효영 : 오늘 좋은 말씀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조언들을 많이 해주세요.

◆김영주 : 네. 여태까지 얘기를 했는데 실행하는 사람들이 안하면 소용이 없어요.
얘기로는. 관계 종사자들, 실질적인 종사하는 사람들, 공무원들, 실행해야 될 사람들이 그것을 실행을 해줘야지. 말로만 떠들어봐야 공염불이죠.

◇김효영 : 그래요. 그래도 더 많은 조언을 해주시고, 어쨌든 바꿔나가야 하는 일이니까요. 앞으로 더 많은 역할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영주 : 네.

◇김효영 :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김영주 : 네. 감사합니다.

◇김효영 : 네. 지금까지 박경리 선생의 외동딸이시고 토지문화재단의 이사장으로 계신 김영주 이사장과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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