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닛산 캐시카이 실내인증 시험 모습 (사진=환경부 제공)
닛산의 경유차 '캐시카이'도 폭스바겐처럼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불법 조작했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또 국내 시판 중인 경유차 20종 가운데 실도로에서도 배출가스 인증기준을 만족한 차량은 BMW 520d 단 한 종 밖에 없었다.
아직까지 실도로 기준이 적용되지 않아 불법은 아니지만, 국내 시판 중인 경우차량 대부분이 많게는 인증기준의 10배에서 20배까지 배출가스를 내뿜는 것으로 드러나, 사실상 클린디젤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환경부는 지난해 연말부터 지난달까지 150일 동안 국내에 판매된 경유차 20개 차종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 닛산 캐시카이 임의조작 확인…한국닛산 사장 형사고발키로
조사결과, 20개 대상 차종 가운데 닛산 캐시카이 차량이 실내, 실외 모두 엔진흡기온도가 35℃에 도달하는 시점에서 배출가스재순환장치가 중단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외부온도가 20℃인 경우에도 30분정도 주행을 하면 엔진흡기온도가 35℃ 이상 상승하기 때문에, 엔진 흡기온도 35℃ 이상에서 배출가스재순환장치의 작동을 중단시키도록 설정한 제어방식은 정상적 제어방식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외 배출가스 시험 중인 닛산 캐시카이 (사진=환경부 제공)
닛산 캐시카이는 또 실내 인증모드 반복시험과 에어컨가동조건시험, 열간시동조건시험에서도 임의설정으로 판정된 폭스바겐과 비슷한 수준의 질소산화물을 과대 배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실도로 조건에서는 ㎞당 1.67g의 질소산화물을 배출해, 실내인증기준(0.08g/㎞)의 20배가 넘는 배출가스를 내뿜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따라 환경부는 이날 한국닛산에 임의설정 위반 사전통지를 하고, 이달 중으로 3억3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또 이미 판매된 814대는 전량리콜, 판매되지 않은 캐시카이 차량에는 판매정지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리콜명령이 내려지면 한국 닛산은 45일 이내에 리콜계획서를 환경부에 제출해야 한다.
아울러 환경부는 캐시카이 차량에 대한 인증을 취소하고, 제작차 배출허용기준 위반과 인증 위반 혐의로 한국닛산 타케히코 키쿠치 사장을 서울중앙지검에 형사고발하기로 했다.
◇ 20개 차종 중 19개 차종 인증기준 초과…"클린 디젤 없었다"이번 조사에서 캐시카이 외 19개 차종은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꾸는 임의설정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BMW 520d 차종을 제외한 18개 차종이 실도로 조건에서 인증기준보다 더 많은 배출가스를 내뿜었다.
19개 차종 가운데는 르노삼성의 QM3(1.36g/㎞)가 인증기준(0.08g/㎞)의 17배에 달하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했고, 쌍용 티볼리(0.86g/㎞)도 배출가스가 인증기준의 10배를 넘었다.
실외 도로주행 시험 결과(20개 차종) (자료=환경부 제공)
이밖에 폭스바겐 투아렉, 포르쉐 카이엔, 폭스바겐 제타, 폭스바겐 골프, 현대 쏘나타, 볼보 XC60D4, FCA 지프 그랜드체로키, 폭스바겐 비틀, 기아 스포티지, 아우디 A3, FMK 마세라티 기블리, 한국지엠 트랙스, 푸조 3008, 벤츠 E220, 포드 포커스 등 15종도 실내 인증기준의 3배~10배에 가까운 질소산화물을 배출했다.
내년 9월부터 도입되는 실도로 조건에서의 배출가스 허용기준(실내인증조건의 2.1배)을 적용하면 모두 탈락에 해당한다. 실도로 기준을 만족하는 차량은 BMW 520d와 랜드로버 이보크 2개 차종 뿐이었다. BMW 520d는 유일하게 현재의 실내인증 기준을 실외에서도 만족해 배출가스 저감 능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대상 20개 차종 가운데 19개 차종이 실내 인증기준을 만족하지 못해, 결국 '클린디젤'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일단 환경부는 캐시카이 다음으로 질소산화물을 많이 배출한 QM3는 제작·수입자인 르노삼성에서 올해 말까지 개선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이번에 조사한 20차종 이외의 다른 경유차에 대해서도 수시검사와 운행차 결함확인검사를 통해 임의설정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