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이들이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아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는 그 반대의 상황을 겪는 아이들이 많다. 방임과 폭력으로 상처입은 아이들은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주변에 매우 가까이 있다. 이들에 대한 교회적 관심과 돌봄이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 2의 원영이 우리 주변에 많다”서울 관악구의 한 그룹홈 '행복한 우리집'.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이곳은 부모의 방임과 폭력으로 상처입은 여자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이다.
부모의 방임과 학대로 그룹홈 '행복한 우리집'에서 생활하는 아이들. (제공=봉천동 나눔의집)
10년 넘게 '행복한 우리집'에 들어와 중고등학생이 된 자매와 초등생 자매, 그리고, 10살 막내까지 다섯 명의 아이들이 두 명의 교사와 살고 있다.
3개월 전 그룹홈에 들어왔다는 막내의 사연은 평택 원영이 사건과 다르지 않았다.
정경희 사회복지사는 “기본적으로 화장실에서 잠을 자고, 먹고, 물도 못 마시게 했다고 해요. 그러다가 베란다로 쫓겨 나와서 여기서 대소변을 본다고 맞고, 닦지 않았다고 또 맞고, 조금만 늦었으면 00이도 원영이처럼 끔찍한 일을 당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나인채 사회복지사는 “막내를 데려오는 날, 아이가 하는 말이 ‘뭘 하면 매를 맞나요, 뭘 하면 매를 안 맞나요’라고 물어봤다”면서 “아이에게 폭력이 얼마나 큰 상처로 남아있는지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부모로부터 받은 학대는 아이들의 삶에 그대로 나타난다. 어려서부터 방치되고 정서학대가 심한 아이들은 퇴행현상으로 나타나 용변처리나 양치질, 쓰레기 버리기 등 기본적인 행동도 잘 못한다.
식탐은 대표적인 행동이다. 간식을 옷장 속에 숨겨놓고 먹는다든지, 밥을 두 세 그릇씩 먹는 등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아이들의 심리가 드러나는 것이다.
정경희 복지사는 아이들의 대인관계의 어려움도 지적했다. “나는 왜 친구가 없을까, 외롭다, 이런 말을 많이 해요. 조금만 노력하면 친구를 사귈 수 있는 활발한 아이인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유 없이 부모에게 맞고 깜깜한 집에서 수개월 동안 방치된 아이들, 집이 공포 그 자체였을 아이들이 ‘집은 안전하고 편안한 장소’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게 되길 교사들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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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 나눔의집 운영.. 넉넉하지 않지만 필연적 사역생활비 대부분을 후원으로 감당하다 보니 식비 외에 문화, 교육활동 등에서는 아이들을 충분히 돌봐주지 못해 교사들 입장에선 늘 아쉽다.
운영비 대부분을 지원하는 곳은 빈민사역을 해온 대한성공회 소속 ‘봉천동 나눔의집’. 하지만 나눔의집 자체가 넉넉한 재정으로 이 사역을 하는 건 결코 아니다.
10여년 전부터 행복한 우리집 그룹홈에서 생활한 첫째. 3년 뒤에는 그룹홈을 떠나 독립해야 한다. (제공=봉천동 나눔의집)
교회와 빈민사회운동의 성격을 모두 지닌 봉천동 나눔의집은 1991년 봉천동 빈민들을 돌보면서 필연적으로 지역아이들을 위한 쉼터를 마련해야 했다. 빈곤 속에서 방치되는 아이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이후 수개월 머물 수 있는 단기쉼터를 분리, 독립시킨 후 지금과 같은 장기 생활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것.
나인채 복지사는 3년 뒤 이곳을 떠나야 하는 첫째의 홀로서기가 가장 걱정이다.
“적은 운영비에 먹고 사는 거야 어떻게든 해나가겠지만 만 18세가 되면 그룹홈에 머물 수 없는데, 첫째가 독립할 자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한다.
학대아동을 돌보는 것은 정부의 몫일텐데, 정부의 지원은 그룹홈 복지사 2명의 인건비와 소액의 운영비가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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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학대 아동, 정부 지원 관심도 늘어나야
이곳 복지사들은 늘어나는 학대아동에 맞춰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더 확대돼야 한다고 말한다.
얼마 전에도 시설에 있는 아이를 받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나인채 복지사는 “학대받는 아이들은 늘고 있는데, 그룹홈은 크게 부족하다”면서 아이들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해 건강하게 양육할 수 있는 그룹홈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경희 복지사는 예방차원에서 원 가정에 대한 지원부터 제대로 해서 학대로 내몰리지 않도록 하는 사회보장 복지체계를 갖춰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지역사회 내 다양한 단위들의 연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원영이 사건도 지역아동센터에서 처음 인지한 것처럼 학교나, 지역아동센터, 교회, 시민단체 등 같은 다양한 단체들이 지역사회의 가장 1차적인 NGO의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 “네트워크와 협력을 통해 아직 정부가 메우지 못한 아동복지의 구멍을 채워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여년 이곳을 거쳐간 아이들은 30여명에 이른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그룹홈을 떠날 때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길 기도하고 있다.
“성인이 되어서 가정폭력의 상처가 나타나 30세가 넘은 지금도 정신적, 심리적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들이 있어요. 하지만 그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거든요. 자라온 성장배경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컸으면 좋겠습니다.”
※ 후원 / 재능기부 문의 봉천동 나눔의집 02-871-1596
그룹홈 '행복한 우리집' 거실 중앙에 걸려있는 십자가. 아이들의 상처가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치유되길 염원한다. (제공=행복한 우리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