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기존 일본뇌염 백신이 특정 바이러스 변종에 대해선 예방 효과가 많이 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량광동 박사팀은 최근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이 발행하는 학술지 플로스(PLoS)의 '소홀히 취급한 열대성 질환'(NTD)에 이 같은 연구결과를 실었다.
양 박사팀은 이를 아시아·태평양 지역 보건에 잠재적 위험을 알리는 조기 경고로 받아들여 일본뇌염 바이러스(이하 JEV) 변종과 백신 효과에 대한 추가 연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EV는 유전자형에 따라 G1에서 G5까지 5종이 있다.
G5 변종은 원래 1952년 말레이반도 지역 환자에게서 처음으로 분리, 명명됐다. 이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보고되지 않다가 2009년 중국에서 양 박사 팀에 의해 그리고 이어 한국에서 다시 발견됐다.
기존 모든 JEV 백신은 G3 변종을 이용해 만든 것이지만 G1에서 G4 변종에 이르기까지 다 잘 듣는다. 그러나 57년 동안 보고되지 않다가 수년 전 다시 출현한 G5 변종에 대해선 기존 백신을 맞아도 효과가 나는 사람은 50% 안팎에 불과할 수 있음이 실험 결과 나타났다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10일 연구팀 논문에 따르면, 쥐 실험을 통해 G5와 G3의 뇌염을 일으키는 능력을 비교한 결과 두 변종이 유사했다.
그러나 백신의 경우 G3 감염 쥐엔 잘 들어 모두 생존했으나 G5 감염 쥐는 50%만 생존했다. 절반은 백신을 맞았지만, 뇌염 증상이 나타나 결국 사망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또 두 살배기 어린이 26명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28일 뒤 이들의 혈액에서 바이러스 비활성화(또는 중립화) 항체가 나오는지를 검사했다.
그 결과 26명 모두에게서 G3에 대한 항체가 검출됐지만, G5에 대한 항체는 35%에서만 나타났다.
아울러 뇌염으로 진단된 환자 45명의 혈액을 분석하자 모든 환자에게서 G3 항체가 나왔지만 G5 항체를 가진 사람은 29명(64%)에 불과했다.
G5 항체를 지닌 사람은 대부분 나이가 많은 환자였다. 15세 미만 어린이 환자 중 G5 항체 보유자는 절반 미만이었다.
이는 기존 백신이 G5 변종 바이러스에 대해선 약효가 떨어지며, 모기에 물려 여러 변종에 감염된 사람들도 G5 변종에 감염될 경우엔 항체 형성력이 떨어지고, 특히 어린이들이 취약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평가했다.
연구팀은 중국·한국·일본에서 폭넓게 일본뇌염 백신 접종 프로그램을 시행해오고 있지만, 근년에 재등장한 G5 변종이 일으키는 일본뇌염 발생 사례나 공중보건에 대한 위협이 얼마나 큰지는 아직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G5 변종과 백신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홍정익 예방접종관리과장은 "국내에선 일본뇌염이 거의 퇴치 수준에 있고, 5형 변종이 모기에서 발견된 적은 있으나 인체 감염 사례는 없어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홍 과장은 "다만 이번 중국 보고서는 5형 변종 발생률이나 백신 효능 등에 대한 국내외 동향을 예의 주시해야 함을 일깨워주는 것"으로 평했다.
강북삼성병원 염준섭(감염내과) 교수는 기존에 생(生)백신은 변종 구분 없이 잘 듣지만, 사(死)백신은 G3 외 다른 변종에 대해선 효과가 다소 떨어진다는 보고들이 있었다면서 G5 변종 관련 연구결과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염 교수는 "최근 한·중·일에서 환자 수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접종 본격화 이전 세대인 40~50대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그 원인이 G5 변종과 백신 문제라고 확정할 수는 없다"며 보건당국과 학계 차원의 관련 사항 조사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엔 자체 개발한 일본뇌염 백신은 없다. 일본에서 사백신 원료를, 중국에서 생백신 완제품을 수입해 판매·보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