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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옥시' 대리한 김앤장, 영혼없는 친기업 변론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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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 변호 등 친기업 행태, 김앤장 불매운동 피하려면...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유해물질 PHMG 인산염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업체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현우 전 한국법인 대표를 9일 재소환하는 등 가습기 살균제 제조 판매 과정에서 업체 경영진의 개입 여부 조사가 탄력을 받고 있으며, 옥시 영국 본사 차원의 개입 여부에 대해서도 조만간 본격적인 수사가 예상된다.

가습기 살균제 수사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8부 능선을 넘어가는 가운데 영 '불편한' 등장인물 하나가 눈길을 잡아끈다. 가해기업 옥시와 피해자들 사이에 등장하는 불청객은 다름 아닌, 옥시 측 법률대리를 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다. 김앤장은 옥시 측의 비도덕적인 행태에 일조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전형적인 친기업 활동"을 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옥시는 지난 2011년 이후 수 차례 진행된 민사소송 과정에서 김앤장의 조언을 받아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간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문건을 여러 차례 재판부에 제출했다. 최근 보고서 조작과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서울대 조모 교수의 수의대 연구팀 명의로 작성됐던 생식독성실험과 흡입독성실험 보고서, 호서대 유모 교수의 연구팀 명의로 작성된 실험 결과 보고서도 이같은 내용을 담아 재판부에 제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옥시 측이 역시 민사재판 과정에서 제출했던 <공동전문가보고서>의 경우 가습기가 오염돼 바이러스 혹은 곰팡이균이 번식을 하면서 폐질환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황당한' 해석을 담고 있었지만, 역시 김앤장의 법률대리를 거쳐 '믿을만한 보고서'로 둔갑해 제출됐다. 봄철 황사나 꽃가루가 원인일 가능성을 담은 의견서 등도 같은 경로로 검찰에 제출됐다. 자칫 수사가 본격화되지 않았거나, 세간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면 소위 '잘나간다'는 김앤장 전관변호사들로 대거 꾸려진 변호인단에 밀려 피해자들의 절규가 묵살됐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실제로 김앤장은 '전관'을 들이밀어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다 퇴짜를 받은 정황이 CBS노컷뉴스 보도로 드러나기도 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수사팀 소속 검사실로 김앤장 소속의 검찰 출신 전관변호사가 입회를 시도했다가 무산된 경우다. 선임계도 없이 입회를 시도하려다 검사가 돌려보냈던 일로 김앤장 내에서는 "문전박대"라는 말이 심심찮게 회자됐고, 당시 수사팀 내부에서도 해당 사건이 보고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8일에는 구속된 서울대 조 교수의 입에서는 김앤장과 옥시 측의 '짬짜미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조 교수 측은 '구속 직후 기자회견'이라는 이례적인 대응을 하면서까지 실험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조 교수 측은 지난 2012년 4월 '폐섬유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다른 장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전신독성 유발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가 확인돼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옥시와 김앤장에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전체 실험 데이터를 제출했는데 옥시와 김앤장이 유리한 자료만 뽑아 활용했다는 것이다. 2011년 말과 2012년 초 옥시 영국 본사, 한국법인 대표 등 옥시 관계자들에게 관련 보고를 할 때 김앤장 측도 참관했었다고 조 교수 측은 밝혔다. 구속된 피의자의 '면피용'으로만 보기에는 김앤장 등이 관여한 윤곽이 나온 셈이다.

이처럼 김앤장의 무리한 '친기업' 변론이 도마에 오르면서, 일각에서는 "김앤장도 수사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현 단계에서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제품 제조과정 수사가 본류라며 수사 확대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앤장의 개입 정황이 하나 둘 드러나는 가운데 검찰로서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함께 조성되고 있다. 당정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본격적으로 조사하기로 합의하는 등 정치권에서도 큰 관심을 두는데다,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본격화되면서 재계도 영향을 받고 있는 사안으로 확대되고 있다.

김앤장의 '무개념', '친기업 변론'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성은 분명해 보인다. 김앤장은 최근 근로정신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미쓰비시를 대리하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국내 법원에 계류 중인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다수 맡은 것으로 전해진다. 친기업적 행태에 더해 우리 역사적 한(恨)을 외면한 변론을 하는 셈이다.

따라서 김앤장은 이번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토대로 '자성(自省)'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옥시 측 법률대리를 하면서 황당보고서를 제출해왔던 김앤장이 서울대 조 교수의 주장처럼 옥시 측의 보고서 조작 등에 관여한 것이 분명한 지는 의혹이 제기된 이상 검찰 수사 등으로 밝혀내야 할 부분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김앤장도 사정의 칼날 혹은 사회적 비판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힘들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김앤장이 그 동안 보여왔던 '친기업적 행태', '무개념 변론' 태도를 고수하지 않기를 바란다. 소비자들의 옥시 불매운동은 업체의 시장 점유율과 거대 물류기업의 진열대를 바꿔놓고 있다. 옥시 불매운동이 김앤장에 대한 경고라는 점을 간과하지 않기를 바란다.

서울대 조모 교수가 주장한 옥시 김앤장 은폐 일지
2011년 8월 민사소송 과정에서 김앤장의 조언을 받아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간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의견서 수차례 전달.

9월 옥시, 서울대 조 교수의 산학협력단에 2억 5천 2백만원 주고 '가습기 살균제 안정성 평가' 연구용역 의뢰

10월-12월 3달에 걸쳐 조 교수 개인계좌로 1.200만원 송금

2011년 10월 서울대 조모 교수, 옥시 의뢰로 PHMG 생식독식 및 흡입독식 실험

11월 말 생식독식 실험 중간발표 - 조 교수 "독성 확인됐다"는 독성 실험결과

2012년 2월 조교수 13주 생식독성 실험결과 최종 발표.. "생식 독성실험과 흡입 독성실험결과 모두 알렸다" 주장.

4월 조 교수 "최종 보고서에 간이나 신장 등 다른 장기와 질환 가능성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주장

2013년 4월 조 교수 "김앤장 변리사와 옥시 연구원이 실험 데이터도 받아갔다" 주장

2016년 1월 옥시 "피해자들의 폐 손상은 봄철 황사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77쪽 의견서 검찰에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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