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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앞에 꼬리내린 학자의 양심…"매춘학자 솎아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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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레킷벤키저로부터 뒷돈을 받고 유리한 보고서를 써준 혐의 등으로 구속된 서울대 수의대 조모 교수의 변호인인 김종민 변호사가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옥시레킷벤키저로부터 돈을 받고 유리한 보고서를 써준 혐의로 서울대 조모 교수가 구속된 가운데, 기업이나 정부에 유착해 비양심적 연구를 일삼는 일부 대학 교수들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돈에 매수돼 학자적 양심을 판 이들을 '매춘학자'로 비판하면서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 대학-기업-정부, 검은 커넥션 만연

8일 교육시민단체와 사법당국 등에 따르면 대학과 기업, 정부의 삼각 커넥션 안에서 맞춤형 실험을 하거나 결과를 조작하는 교수들의 사례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옥시로부터 뒷돈을 받고 유리한 보고서를 써준 혐의 등으로 구속된 조 교수처럼 '발주처 맞춤형'으로 결과물을 내놓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

4만여 명의 개인 투자자들에게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불완전 판매해 1조원이 넘는 피해를 입힌 '동양 사태'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던 서울대 박모(50) 교수가 대표적 사례다.

구조조정 분야 전문가인 박 교수는 지난해 3월 동양 항소심 공판 증인석에 올라 "동양그룹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CP 등을 갚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전문가 입장에선 동양사태가 굉장히 안타까운 사건"이라고 말했다.

'동양 사태'가 사기가 아닌 경영상의 구조조정 실패라는 회사 측 입장을 두둔한 것인데, 당시 박 교수는 동양 측 변호인단인 김앤장법률사무소의 자문을 맡고 있었다.

재판 중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재판부는 "신문 전에 (자문 사실을)알았다면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최종 판단은 재판부가 하겠지만 박 교수가 전문가 증인으로서의 중립성을 잃은 건 맞다"고 밝혔다.

노사간 갈등 국면에서 사측의 전위대 역할을 자처하는 대학교수도 흔한 사례 중 하나다.

법조계에 따르면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김모 교수는 최근 '삼성전자 백혈병 사태' 민사 재판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및 LCD 사업장에서 백혈병이 유발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내용의 연구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교수는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산하 산업보건 분야 민간연구소인 '삼성전자 건강연구소' 부소장으로 근무한 바 있다.

그는 최근 옥시 사태와 관련, 옥시 측 변호인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가 피해원인이 아니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 낯뜨거운 '매춘학자' 강력히 사법처벌해야

정부나 기업이 발주하는 연구용역 수주 여부에 따라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하는 경우도 많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소재 한 대학의 교수협의회 대표는 "MB정권 때 4대강 사업을 반대하던 대학 교수들이 어느날 찬성으로 입장을 돌연 바꾼 경우가 많았다"면서 "정부에서 연구프로젝트를 받은 교수들이 계속해서 정부에 반기를 들 수 있었겠느냐"고 꼬집었다.

시민단체들은 기업이나 정부와 유착 고리를 만들고 뒷돈을 받아 엉터리 실험을 하고 조작보고서를 내는 '낯뜨거운 불량 교수'들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처장은 "기업과 정부와 결탁해 돈을 받아 챙기고 연구윤리를 부정하는 이른바 '매춘학자'들이 너무나 많다"면서 "사법당국과 교육당국이 매춘학자들을 철저히 솎아내 강력히 처벌하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 조 교수 측 변호인은 보고서 조작 등의 혐의에 대해 "실무 연구원이 연구 데이터를 전적으로 관리해 조 교수는 누락 사실을 알지 못했고, 연구비도 개인적으로 유용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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