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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원숙의 '어버이날'…아들·어머니와 사별 뒤 찾아온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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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제공)

 

어버이날인 8일 오전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서는 배우 박원숙의 기구한 삶이 그려졌다.

지난 1970년 스물한 살 나이에 MBC 2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박원숙.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개성과 매력을 동시에 갖춘 여배우로 자리매김한 그는 1989년 제25회 백상예술대상 TV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받으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드라마 속 하층민 순돌이 엄마에서부터 독한 부잣집 시어머니까지, 폭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박원숙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고 있다. 이혼의 아픔을 겪은 뒤 단 하나뿐인 혈육인 아들마저 불의의 교통사고로 잃은 탓이다.

이후 친정어머니를 버팀목으로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마음속으로 삭이며 버텨왔지만, 올봄 소중한 어머니마저 떠나보냈다.

13년 전 아들을 잃고, 이젠 어머니와도 이별을 하게 된 박원숙에게 '엄마'라는 단어는 남들보다 더 특별하게 아프고도 애절하다. 그래서 더욱 소중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박원숙은 육남매의 장녀다. 노르웨이, 캐나다, 미국, 제주도에 흩어져 살고 있는 동생들이 수십 년 만에 한 자리에 모였다. 흩어져 사느라 모두가 한 자리에 모이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어머니가 더 나이 드시기 전에 가족사진을 찍어보자고 6남매가 의기투합한 것이다.

만화가였던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뒤 박원숙은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일찌감치 생활전선에 나서야 했다. 열심히 연기 활동을 하면서 버는 돈으로 동생들을 먹이고, 입히고, 대학까지 보낸 그는 남매들에게 제2의 엄마나 다름없다.

6남매를 앞에 두고 흐뭇함을 감추지 못하시는 어머니. 하지만 가족사진을 찍기로 한 날 어머니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고운 한복으로 갈아입는 내내 어머니는 기력이 영 없어 보인다. 여기서 미룬다면 언제 또 온 가족이 모여서 가족사진을 남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남매들은 어머니를 도와 계획대로 가족사진을 찍기로 한다. 주름진 어머니의 얼굴에 화장을 해드리며 결국 눈물이 터지고 마는 박원숙. '어머니가 조금 더 예쁘셨을 때, 좀 더 젊으셨을 때 그 모습을 온 가족과 남겨드릴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갑작스런 컨디션 악화 탓에 응급실로 실려 가시게 된 어머니. 이렇게 응급실을 오가며 회복하셨던 어머니가 이번에는 달랐다. 6남매가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뜨고 싶으셨던 어머니의 바람 때문이었을까. 일주일을 중환자실에 누워 계시던 어머니는 결국 자식들이 모두 모인 이 봄에 세상과 영원히 작별하시고 말았다.

1년 전 어머니와 외출을 다녀오던 길, 철쭉이 예쁘게 핀 곳에서 박원숙이 찍어 드린 핸드폰 사진은 1년 뒤 엄마의 영정사진이 됐다. 장례식장에 찾아온 동료들은 그간 어머니와 함께 한 박원숙의 세월을 지켜보았기에 그 옆에서 더더욱 진심어린 위로를 건넨다. 어머니를 장지로 떠나보내며, 어머니의 영면을 지켜보며 박원숙은 기어이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오열하고 만다.

박원숙은 돌아가신 엄마의 가구와 유품들을, 시간 날 때마다 함께 내려와 지냈던 경남 남해에 있는 제2의 보금자리로 모두 갖고 내려온다. 방을 하나 따로 만들어서 그곳에 엄마의 유품들을 넣어놓고, 엄마가 그리울 때면 찾아오고 싶다는 것이다. 어머니와의 추억을 정리하면서 박원숙은 어머니의 부재를 또 다시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박원숙의 어버이날. 이제는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아들도, 달아드릴 어머니도 없어진 박원숙을 위해 후배 배우들은 어버이날 선물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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