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입학 과정에서 '기재 금지' 규정까지 무시한 채 '법원장' 등 부모 신분을 자기소개서에 밝힌 사례가 최소 8건 확인됐다.
교육부가 최근 3년간 전국 25개 로스쿨에 입학한 6천명의 자기소개서 등을 전수조사한 결과, 현직 지방법원장이나 지방자치단체장 등 부모·친인척의 신상을 드러낸 사례는 24건이었다.
특히 이 가운데 8건은 부모나 친인척의 이름과 신상 기재를 금지한 학교에서 합격한 경우여서, 입시전형요강 위반에 따른 부정행위에 해당한다는 게 교육부측 설명이다.
교육부는 그러나 "부정행위에 해당될 수 있지만, 입학취소사유는 될 수 없다는 게 법률자문 결과"라고 해명했다. 로펌 3곳에 자문한 결과 '만장일치'로 합격 취소까진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다음은 2일 오전 조사 결과를 발표한 교육부 이진석 학술장학지원관과의 일문일답이다.
▶ 실태 조사 대상 6천건이 다 조사한 것인가.= 그렇다, 입학정원이 매년 2천명이다.
▶ 기재사항과 합격의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건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닌가.
= 이번 실태점검에서 자소서에 기술한 내용을 중점으로 점검했다. 면접이나 서류평가가 자소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고 있고, 또 일부 대학은 면접이나 서류전형 할 때 자소서를 제외하고 있는 대학들도 있었다. 다양했기 때문에 어떤 공통된 유형을 발견하기는 힘들었다.
▶ 부정행위 소지가 있는 걸 여러 건 발견됐지만 학생은 처벌하기 어렵다, 이게 교육부의 결론인데. 법률 자문한 해당 로펌 3곳이 어디인가.= 의뢰할 때부터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A법무법인은 비례의 원칙을 주장했고, B법무법인은 신뢰보호 원칙, C법무법인은 대학의 과실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문제점 때문에 입학 취소는 불가능하다는 법적 판단이었다.
▶최근 3년간 입학자료로 한정한 이유가 있나.= 감사를 가더라도 최근 3년 것을 한다. 평균적으로 징계 사유의 소멸시효 기간이 원칙적으로 3년이기 때문이다.
▶ 합격취소가 불가능하다는 게 만장일치였나.= 그렇다.
▶ 명단 공개 요구가 많았는데, 익명으로 공개한 까닭은 무엇인가. 부모 직위는 현직인가, 전직인가.= 현직도 있고 전직도 있다. 그리고 특정할 수 있거나 실명이 거론되면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있다.
▶'XX시장'으로 적은 경우는 입시요강 위반이 명확한데, 대학에 대한 처벌도 약한 것 아닌가.= 기재 금지를 고지했는데도 위반한 건수가 8건이다. 로펌의 법적판단 결과 입학취소 사유가 된다고 가정했다면 관련자 징계나 사후감사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모든 책임은, 기재 금지를 요구했든 안했든간에, 대학에서 마땅히 면접이나 서류전형에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
▶ 정원 감축 등의 추가 조치는 없나.= 정원 감축 등의 조치를 위해선 선행조건이 관련법에 필요하다. 저희가 1단계로 할 수 있는 게 시정조치이고 이번에 내릴 예정이다. 이번 시정조치를 따르지 않을 경우 2단계로 정원감축, 심지어 폐쇄까지 가능한 절차가 관련법령에 정해져있다.
▶검찰 수사의뢰 등은 고려하지 않나.
= 자소서와 합격의 인과관계를 발견할 수 없었고, 정성평가의 속성이기도 하다. 법률 판단에서 입학 취소가 가능한 것으로 나왔다면 감사나 수사 의뢰도 했을 수 있다.
▶ 교육부도 어느 정도 부정행위로 보고 있다는 것인가. 법원 등 관계기관에 명단 통보할 계획은 있나. 또 교육부는 어떤 관리 책임을 질 것인가.= 기재금지가 된 8건은 부정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입학취소사유는 될 수 없다는 게 법률자문 결과다. 관계기관 통보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공정성 확보 등의 책임은 법전원뿐 아니라 모든 전문대학원에 맡겨져있는 상황이다. 어찌됐든 1차적인 지도감독권은 교육부에 있으므로 로스쿨협의회측과 상의해 제도를 개선해나갈 예정이다.
▶부정행위로 명백하게 인정된 1건의 사례에서 아버지가 현직 시장인가.= 전직이다. 입학 당시에도 전직이었다.
▶지원자들이 부모 신분을 밝히는 경우 업무방해에는 해당되지 않나.
= 법률판단으로는 업무방해에 해당되지 않는다.
▶교수들끼리 청탁하거나 하는 문제는 조사했나.= 경북대 건은 검경이 수사중이어서 결과를 보고 감사 여부 등을 결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