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순의 소설 '자기 개발의 정석'은 대기업 영업직으로 십여 년 일해 온 주인공과 그의 삶을 떠받치고 있는 회사의 관계에 대한 통찰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은 이 시대 회사인이라면 열렬히 공감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사실적이고 본질적이다..
이 소설은 한 중년 남성의 성적 탐닉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신의 삶을 주도하라−끝을 생각하며 시작하라−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윈윈을 생각하라−먼저 이해하고 다음에 이해시켜라−시너지를 내라−끊임없이 쇄신하라'와 같은 소제목들로 이루어진 구성은 자기계발이라는 명분으로 현대인의 정신마저 소비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자본주의의 착취 구조를 풍자한다. 도구나 수단으로서가 아닌 쾌락 그 자체를 추구하는 이 부장의 '성장기'는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어 수많은 한국의 부장님들을 꼭두새벽부터 영어 학원으로 내몰았던 자기 계발 신화를 비틀어 읽는 이들에게 쾌감을 선사한다. 독자들은 이번 소설을 통해 임성순의 진가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줄거리회사에 목매단 대기업 부장이자 처자식한테 돈 보내기 바쁜 기러기 아빠. 더 나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이 쳇바퀴 돌던 마흔여섯의 이 부장은 전립선염 치료를 받기 위해 찾은 병원에서 일생일대의 위기를 만난다. 의사에게 전립선 마사지를 받던 중 전율을, 아니 쾌감을 느끼고 만 것. 쾌감의 정체가 드라이 오르가슴이란 걸 알게 된 이 부장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오르가슴의 세계에 빠져들게 되고, 무기력하기만 하던 이 부장의 삶은 전에 없는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마흔여섯에 비로소 스스로 기뻐지는 법을 깨친 이 부장의 자기 개발은 계속될 수 있을까?
중년 남성의 위기를 총체적으로 안고 있는 이 부장은 40~50대 중년 남성들을 비롯해 그들을 남편이나 아버지로 둔 여성들, 뿐만 아니라 직장 생활의 피로와 가정생활의 헛헛함을 경험한 적 있는 갑남을녀 독자들의 폭넓은 이해를 받으며 감정이입을 촉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