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의 등 주요 경제단체장들과 만나 골프를 쳤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고위 공직자가 경제인들과 공개적으로 골프를 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이 "(공직자들이 골프를) 좀 자유롭게 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한 지 나흘 만에 '내수 살리기'를 명분으로 한 공식적 골프 해금령이 떨어진 것이다.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경기도 남여주 컨트리클럽(CC)에서 열린 골프 회동에는 고위 공직자 중 유 부총리와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이 참석했다.
재계에선 허창수 전경련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한무경 여성경제인연합회장,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 김정관 무역협회 부회장,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이 참석했다.
골프회동은 대한상의 등 경제 단체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내수 진작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취지에서다.
여러 장관 가운데 강은희 장관이 참석한 이유에 대해 정부는 여성 경제활동 참가를 확대하고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촉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6일 열린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공직자 골프에 대해 "좀 자유롭게 했으면 좋겠다", "내수 살리기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유 부총리는 티오프하기 전 "골프를 치기 위해 해외로 많이 나가는데, 비행기 값 들여 나가는 것보다 국내에서 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해외 골프로 유출되는 비용을 연간 2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는 "골프라는 운동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많다"면서 "물론 골프가 우리 상황에선 아직 비싼 운동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혀 치지 않아야 할 정도는 아니니 여유가 있으면 치자는 것"이라고 했다.
첫 공식 골프모임을 경제단체장들과 한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 경제를 앞장서서 이끌어가시는 분들과 골프를 치면서 의견을 교환하자는 취지"라며 "'경제'라는 데 방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경제 부총리와 경제단체장들의 골프회동은 1년 전에도 추진된 적이 있다.
위축된 서비스업을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골프회동을 하자는 경제 5단체장의 요청을 최경환 전 부총리가 수락하면서다.
그러나 이후 이완구 전 총리의 낙마,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잇따라 터지면서 회동은 성사되지 않았다.
그간 공직 사회에선 "바쁘셔서 골프를 칠 시간이 있겠느냐"는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초기(2013년 7월) 언급을 사실상의 '골프 금지령'으로 해석해왔다.
유 부총리의 경우 국토부 장관 시절에는 골프를 치지 않다가 퇴임(2015년 11월) 이후 기재부 장관 취임(2016년 1월) 전까지 두 달 동안 두 차례 정도 쳤다고 했다.
이날 유 부총리와 경제인들은 골프를 마치고 골프장 인근 영릉(세종대왕 능)을 찾았다.
임시공휴일 지정에 따른 오는 5∼8일 연휴 기간과 여행주간(5월 1∼14일)을 맞아 관광을 활성화하자는 차원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