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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사퇴!" 피켓, '마리한화표' 끝내기의 묘한 오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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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 외침 이후 나온 짜릿한 끝내기' 한화 김성근 감독이 28일 KIA와 홈 경기에서 연장 11회말 끝내기 승리를 거둔 뒤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위). 그러나 이날 경기 1회 한화 팬들이 김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팻말을 들며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대전=한화, MBC 스포츠플러스 중계 화면 캡처)

 

감독의 사퇴를 요구하는 팬들의 팻말이 걸린 날, 공교롭게도 팀은 짜릿한 연장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위기의 '야신' 김성근 감독(74)의 한화다.

한화는 28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KIA와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홈 경기에서 연장 11회말 3-2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주장 정근우가 통렬한 2루타를 날려 4시간 8분 대접전의 마침표를 찍었다.

올 시즌 21경기 만의 첫 연승이다. 한화는 26일 KIA에 4-2로 이기고 비로 하루를 쉰 뒤 이날 그토록 기다렸던 시즌 첫 2연승을 달렸다.

여전히 최하위는 면하지 못했다. 이제 5승째(16패)를 따낸 한화는 1위 두산(16승5패1무)와 승패가 정확히 반대다. 다만 이번 연승으로 9위 KIA(8승12패)에 3.5경기 차로 다가섰다.

씁쓸함과 희망이 묘하게도 교차했던 경기였다. 비록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경기 중 김 감독에 대한 사퇴 현수막이 걸렸던 까닭이다. 이런 가운데 시즌 첫 한화의 연승이 최근 불거진 비난을 잠재우고 반등을 이끌 계기가 될지 관심이다.

▲수백억 쏟아도 망가진 현실에 팬들 폭발

이날 경기장에는 1회부터 '김성근 감독 사퇴하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이 나타났다. 홈플레이트 바로 뒤 관중석 맨 앞자리에 4명의 팬이 각각 피켓을 들고 관전하고 있었다. 꼴찌로 처진 팀 성적에 대해 김 감독이 물러나라는 요구를 한 것.

이에 1회말 김경언의 타석 때 경호 요원들이 피켓 시위를 제지했고, 팻말을 압수했다. 4명 팬들은 퇴장을 당했다. "고성으로 다른 팬의 관전을 방해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중계 화면에 똑똑히 팻말 시위가 잡혔다.

김 감독에 대한 팬들의 사퇴 요구는 이날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3일 잠실 두산 원정에서 한화가 2-3으로 진 뒤에도 팬들이 경기장 중앙 출입구에서 '감독님 제발 나가주세요'라는 현수막을 꺼내들었다.

'초조한 야신' 김성근 한화 감독은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던 한화 지휘봉을 잡은 지난해 '마리한화' 열풍을 일으켰으나 올해는 초반 최하위에 머물며 일부 팬들의 퇴진 요구까지 나오는 등 고전하고 있다.(자료사진=한화)

 

한화는 올 시즌 우승후보로 꼽혔다. 2014시즌부터 꾸준히 대형 FA(자유계약선수)들을 영입해온 한화는 정우람(84억 원 · 이하 4년 기준), 심수창(13억 원)을 데려와 마운드를 보강했다.

여기에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와 1년 190만 달러(약 22억 원), 거포 윌린 로사리오와 130만 달러(약 15억 원) 등 현역 메이저리거들을 보강했다. 2014년 정근우(70억 원), 이용규(67억 원)와 지난해 송은범(34억 원), 권혁(32억 원), 배영수(3년 21억5000만 원) 등에 이은 선수 보강의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올 시즌 한화는 기대와 한참 달리 최하위에 처져 있다. LG와 개막전부터 사상 첫 개막 2경기 연속 연장 끝내기 패배를 당하더니 7연패와 3연패 등으로 급전직하했다. 선수들의 자발적인 삭발 투혼도 소용없었다.

물론 한화의 부진은 선발진의 부상 붕괴에 따른 요인이 컸다. 로저스와 안영명, 배영수, 이태양 없이 개막을 치렀다. 송은범, 알렉스 마에스트리에 신인급으로 꾸린 선발진은 평균 4이닝도 채우지 못했다. 평균자책점(5.86)과 팀 타율(2할6푼8리) 최하위, 성적이 날 리 없었다.

그러나 팬들의 분노는 성적도 성적이거니와 김 감독의 경기, 선수단 운영도 원인이 됐다. 이른바 퀵후크(3자책 이하 선발 투수의 6회 이전 강판)와 송창식 등 선수 혹사 논란, 당장의 성적을 위해 유망주들을 내준 현실, 또 김 감독의 아들인 김정준 전력분석코치가 얽힌 독단적 팀 운영 등으로 거센 비난을 받은 끝에 사퇴 현수막이 걸리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불굴 투혼으로 쓴 역전승, 희망의 씨앗 될까

이런 가운데 한화는 늦었지만 첫 연승에 성공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첫 연승은 비난의 융단 폭격을 맞고 있는 전형적인 김 감독의 전술로 이뤄낸 것이었다.

'삭발한 보람, 이제야 맛보나?' 한화 선수들이 28일 KIA와 홈 경기에서 연장 11회말 주장 정근우(가운데)의 끝내기 안타로 짜릿한 승리를 거둔 뒤 기뻐하는 모습.(대전=한화)

 

이날도 김 감독은 어김없이 퀵후크를 적용했고, 불펜을 총동원해 잘게 끊어가는 특유의 '벌떼 마운드'를 선보였다. 선발 송은범은 3회까지 2점을 내주고 4회도 채우지 못하고 강판했다. 3탈삼진 4피안타(1홈런) 2실점의 성적.

이후 한화는 박정진(1⅔이닝)-송창식(2이닝)-윤규진(1이닝)에 마무리 정우람(1⅔이닝)에 불꽃 남자 권혁(1⅔이닝)이 8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결국 마운드 총력전은 연장 11회 정근우가 터뜨린 결승타의 발판이 됐다.

특히 이날 경기는 '마리한화'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지난해 선전을 연상시킬 만했다. 지난해 한화는 3점 차 이내 접전을 가장 많은 81번이나 치르면서 끝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쫄깃쫄깃한 경기를 펼쳤다. 역전승과 역전패도 30번이 훌쩍 넘을 만큼 팬들을 열광시켰다.

28일은 지난해 한화 열풍의 대표적 경기와 다름없었다. 이날 한화는 2회 2점을 내주며 끌려갔다. 그러나 경기 중반인 6회 김태균의 적시타와 송광민의 희생타로 동점을 만들며 끈덕진 투혼을 끌어올렸다. 연장까지 이어진 긴 승부에서 마침내 짜릿한 역전승을 이끌며 7681명 팬들을 열광시켰다.

쏟아지는 비난을 묵묵히 견디고 있는 김 감독은 경기 후 "투수들이 잘 던져줬다"면서 "점차 팀다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모두가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고 기뻐했다.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인 정근우도 "주장으로서 미안했지만 좋지 않았던 것을 잊고 팀이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고 고무적인 소감을 내놨다.

'조금만 기다려, 우리가 간다' 한화 에스밀 로저스(왼쪽)와 안영명이 28일 롯데와 퓨처스리그 원정에서 역투하는 모습.(김해=한화)

 

마침 이날 로저스도 퓨처스리그에 등판해 1군 복귀의 마지막 점검을 했다. 이날 로저스는 롯데와 김해 원정에서 최고 구속 149km를 찍으며 4이닝 6탈삼진 4피안타 2실점했다. 다음 주 한 차례 더 퓨처스리그에 등판한 뒤 다음 달 8일 케이티전에서 1군에 복귀할 예정이다.

여기에 한화는 이태양이 합류해 복귀전을 치렀고, 로저스에 이어 등판한 안영명도 1군 복귀를 앞두고 있다. 선발진 조각이 완성되면 한화도 정상적인 전력을 갖추게 된다.

다만 한화의 갈 길은 아직 멀고도 험하다. 가을야구의 마지노선인 5위 LG(10승10패)와는 5.5경기 차다. 1위 두산과는 무려 11경기 차다. 연승을 했지만 여전히 선발진은 불안하다. 필승 계투조를 가동할 수 있었던 것은 27일 우천 취소 휴식 덕분이었다.

28일 경기에서 씁쓸한 현실과 다가올 희망을 동시에 확인한 한화. 과연 긴 침체에서 벗어나 지난해 불굴의 투혼을 되살릴 수 있을지, 아니면 더 많은 감독 퇴진 현수막이 걸리는 불행을 맛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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