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통합 체육회장 취임식에서 이전 대한체육회 김정행 회장(왼쪽)과 전 국민생활체육회 강영중 회장이 공동 회장으로 참석해 포즈를 취한 모습.(자료사진=대한체육회)
엘리트와 생활 체육을 아우르게 된 대한체육회가 정부가 주도한 '억지 통합'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혜택을 받게 된 이전 국민생활체육회와 달리 상대적 박탈감을 안은 이전 대한체육회 직원들의 불만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제 14대 대한체육회 노동조합은 25일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는 스포츠맨십에 의거하여 공정해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전 생활체육회장이자 현 대한체육회 강영중 공동 회장을 겨냥한 것이다.
체육회 노조는 "회장 선거와 관련한 현 체육회 정관은 강영중 회장을 위한 특별한 규정이자 특혜"라고 지적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이후 열리는 통합 체육회장 선거가 강 회장에게 유리한 쪽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이다.
▲"강영중 회장만을 위한 정관 부칙 있다"
일단 회장 선출과 관련한 현 체육회 정관 제 29 조는 "회장을 포함한 임원이 후보자로 등록하고자 하는 경우 회장의 임기 만료일 90일 전까지 그 직을 그만두어야 한다. 다만 보궐선거에 후보자로 등록하는 경우에는 그 실시 사유가 확정된 날부터 10 일 이내에 그 직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관부칙, 제3조(회장선거에 대한 경과조치)는 "정관 제 29 조에도 불구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의 협의를 거쳐 이사회 의결로 선거일 및 선거 일정, 선거운영위원회 구성 및 각종 판단의 기준일 등을 별도로 정할 수 있다"면서 "회장 선거에 공동회장 중 입후보한 사람은 선거운영위원회가 구성된 날에 그 직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돼 있다.
노조는 바로 정관 부칙이 불공정하다는 주장이다. 현 공동회장인 강영중 회장이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을 최대한 늦게 구성하고 그때까지 현직 회장의 자격으로 선거를 주도한다면 다른 후보자들보다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노조는 "강 회장이 정관대로 선거 90일 전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물러난다 해도 불공정은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 체육회 조영호 사무총장이 강 회장을 국민생활체육회에서 수행했기 때문이다. 조 총장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강 회장에 유리하게 선거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강 회장 선출되면 생활체육회 감싸기 심화"체육회 노조의 성명서는 결국 이전 체육회 직원들의 박탈감 때문이다. 지난달 통합 체육회장 취임식에 불참한 것과 같은 이유다. 당시 노조는 "생활체육회와 직제 통합이 부당하다"며 취임식을 보이콧했다.
지난달 통합 체육회장 취임식을 보이콧한 채 직급 및 처우 문제가 불공정하다면서 따로 집회를 연 체육회 노조원들의 모습.(자료사진=송대성 기자)
이번 성명서에도 이런 불만이 적시돼 있다. 노조는 "이전 체육회 직원은 대졸 후 7, 8급에서 시작하는데 생활체육회는 6급에서 시작한다"면서 "100m 경기에서 10m를 앞서 출발하는 것은 공정한 경기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 노조원은 "수백대 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한 체육회 직원과 달리 생활체육회는 공채 과정이 불분명하다"면서 "부장 진급도 체육회는 24, 25년이 걸리는데 생활체육회는 절반이면 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채용과 진급 과정이 어려운 체육회와 상대적으로 수월한 생활체육회 직원들이 통합을 이유로 검증된 능력이 다른데도 같은 대우를 받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체육회 노조는 이런 불공정한 상황이 강 회장이 오는 10월 선거에서 당선되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강 회장은 지난달 취임식에서 두 단체 직원들의 처우 문제에 대해 "연공보다 능력을 위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여기에 노조는 현 조 총장이 옛날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처우 문제와 관련해) '파업 및 단체교섭권을 한국노총에 위임한다'는 중대한 의결을 했지만 조 총장이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진척도 없이 제 식구를 챙긴다는 반감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는 "지난달 말 강 회장과 조 총장이 노사협의회 단체 교섭에 나와 직급 해결을 위해 노사실무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하여 모든 전권을 위임하고 의결 사항을 준수하겠다고 했지만 TF 팀의 의결사항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명백한 단체교섭의 위반으로 처벌을 떠나 대한체육회 직원의 지탄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