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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피해자 보호?' 치적 쌓기에 등 떠밀린 부산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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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자료사진)

 

부산경찰이 새벽 시간 술에 취해 시민들을 상대로 묻지마 폭행을 한 30대 남성을 검거해 놓고 피해자가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범죄 혐의 중 일부를 조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언론에 공개한 사건 보고서에는 혐의에서 빠진 피해사실까지 적시하며 경찰의 공을 높이려 해 빈축을 사고 있다.

26일 오전 5시 10분쯤 부산 부산진구의 한 모텔에서 청소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A여인이 김모(33)씨로부터 봉변을 당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던 김씨는 갑자기 A씨의 머리채를 잡고 흔든 뒤 땅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놀란 A씨는 자신이 일하는 모텔로 달아났지만, 김씨는 A씨의 뒤를 무섭게 쫓아갔다.

김씨는 A씨를 모텔까지 따라가 여성 업주에게도 위협을 가했고, 업주 등은 모텔에 장기 투숙하던 최모(45)씨의 방으로 가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김씨는 모텔 방까지 난입해 최씨의 얼굴을 마구 때리고 머리를 깨무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상황을 전파했고, 인근에 있던 지구대 대원들이 출동해 김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의 이해 못할 대응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경찰은 현장에서 A씨 등으로부터 피해 사실을 청취했으나, 겁에 질린 A씨는 경찰 조사를 받은 것조차 두려워하며 '처벌불원'을 했다.

이에 지구대 측은 A씨의 범죄 혐의점에 최씨에 대한 폭행 사실만을 기록해 경찰서로 넘겼다.

당시 출동한 지구대 대원은 "피해자가 차후 고소 등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겠다며 '처벌불원'을 해서 혐의점에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사건을 넘겨 받은 경찰서 측은 김씨가 최씨를 폭행한 사실만을 토대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부산진경찰서 형사과 관계자는 "사건 보고서 만으로는 묻지마 폭행으로 보기 어렵다"며 "최초 보고서를 토대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현행범으로 범인을 검거해 놓고도 주요 혐의를 빼놓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의 이후 대처를 보면,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해 혐의를 추가하지 않았다는 해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부산경찰청은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배포한 '묻지마 폭행사범 검거'라는 제목의 사건보고서에서 A씨를 포함해 두 명의 피해자가 김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적시했다.

특히, 경찰의 신속한 출동으로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하며 출동 경찰관들을 '유공자'로 치켜세웠다.

최근 부산경찰이 치안질서 확립보다는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경찰 내·외부의 평가가 괜히 나오는게 아니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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