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자료사진
2016년 대학입시에서 수시전형으로 서울대 의예과를 지원한 A(20)양.
A양은 고교 시절 41개의 상을 타고 창의적 체험활동(자율, 동아리, 진로 활동 등)에 모두 460시간을 투자했다. 봉사활동 시간은 123시간이었고, 책도 42권을 읽었다.
내신 성적은 1과목을 제외한 전 학년 전 과목에서 1등급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불합격.
B군도 같은 전형으로 서울대 의예과에 지원했다. B군의 수상 경력은 A양보다 적은 32건, 독서량도 24권에 불과했다.
창의적 체험 시간은 A양과 비슷한 456시간. 내신 성적도 A양과 같았지만 B군은 합격했다.
두 학생이 함께 다닌 입시학원 관계자는 "A양과 B군의 실력은 생활기록부상 큰 차이가 없다"면서 "결국 출신학교에서 판가름난 것이 아닌가 추정한다"고 말했다.
A양은 수도권 소재의 일반고등학교를 다녔고, B군은 인근 지역의 자율형사립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교사들이 말하는 합격기준 "몰라요"25일 입시 관계자들에 따르면, 강남 3구의 일반고나 특목고, 자사고(강·특·자)가 '명문대' 입학에 유리하다는 얘기는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이들 학교 출신들이 일반고 출신보다 교내 경시대회, 동아리활동, 과제연구(R&E) 등 비교과활동에서 양질의 기회를 더 쉽게 얻는 상황.
이런 가운데 대입 전형의 대세가 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선, 내신 등급이 같은 경우 비교과활동에서 사실상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비교과활동을 계량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일선 학교 교사들이 학생부종합전형 합격기준이 '투명하지 않다'고 입을 모으는 까닭이다.
실제 합격 안정권의 일반고 학생이 떨어지는가 하면, 불합격권 특목고 학생이 합격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는 게 학원가의 전언이다.
서울 창덕여고 권재호 교사는 "학종 중심의 수시는 정성 평가를 하기 때문에 객관성과 합리성, 타당성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합격자 점수에 의문이 생겨도 대학교에서 '왜 이 점수가 됐느냐'를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은 제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알수 없는 학종…합법적 부정 입학 제도(?)"
학생부종합전형이, 입학비리 의혹이 제기된 로스쿨 전형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까지 일고 있는 상황.
서울 가재울고의 조연희 교사는 "기준이 없으니 동아리 활동이나 교과 발표, 학생회 활동을 해서 붙은 것 아닌가 유추할 뿐"이라며 "학생들의 노력 여부에 상관없이 대학 입학사정관의 보이지 않는 기준에 운명을 맡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서울 창덕여고 권재호 교사도 "학종 중심의 수시는 정성 평가를 하기 때문에 학생이 어떻게 합격했고 불합격했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입시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의 반응도 이와 다르지 않다.
'종로학원 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학종은 떨어져도 왜 떨어졌는지 모르고 붙어도 왜 붙었는지 모르는 전형"이라며 "강도 높게 얘기하는 사람은 합법적 부정입학 제도라 한다"고 꼬집었다.
학생부종합전형의 불투명한 합격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