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0~2세 영유아를 둔 전업주부는 어린이집을 7시간 넘게 이용하려면 따로 돈을 내야 한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의 '국가책임 무상보육' 공약을 놓고도 또다시 파기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25일 "오는 7월부터 어린이집 0~2세반 영아를 대상으로 기존의 12시간 종일반 외에 맞춤반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가구의 특성이나 실제 이용시간과 상관없이 모든 영아들에게 12시간 종일반을 제공해왔지만, 앞으로는 맞벌이 가정 등이 아닌 전업주부의 이용시간은 제한한다는 것.
이에 따라 맞벌이 등 장시간 보육이 필요한 부모와 영아는 기존대로 오전 7시 30분∼오후 7시 30분까지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다. 반면 전업주부 등은 오전 9시~오후 3시까지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고,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월 15시간의 긴급보육바우처가 제공된다.
종일반을 이용하려면 부모 모두 직장건강보험이나 고용보험에 가입된 맞벌이 가구여야 한다. 전일제 근로자가 아니더라도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시간제 근로자나 일용직 근로자, 무급가족종사자 등도 포함된다.
특히 전업주부이더라도 구직중이거나 학교 재학, 임신, 질병·장애가 있는 경우엔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다. 3명 이상의 다자녀 가구, 조부모와 손자녀로 구성된 가정, 한부모 가구, 저소득층 가구 등도 기존대로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다.
반대로 종일반을 이용하던 맞벌이 가정인 경우도 육아 휴직에 들어갈 경우 맞춤반으로 전환된다. 추가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려면 시간당 4천원을 내야 한다. 긴급보육바우처는 병원 이용 등 갑작스런 사유가 생겼을 때 사용할 수 있고, 사용하지 않으면 연말까지 이월된다.
복지부는 다음달 10일까지 종일반 대상 아동을 판정한 뒤, 확정 통지서를 다음달 19일까지 발송할 예정이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거나, 다음달 20일 이후 어린이집을 새로 이용하려는 부모는 6월 24일까지 읍면동 주민센터나 홈페이지(www.bokjiro.go.kr)를 통해 신청해야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맞춤형 보육 도입에 대해 "맞벌이 가구의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동시에, 부모와의 애착 관계 형성이 중요한 영아기에 집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을 많이 갖게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날로 심각해지는 저출산 현상을 극복하겠다며 '국가 완전 무상보육'을 내세웠던 공약과도 배치되는 것이어서, 후속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5살 이하 영유아를 둔 가정에 대해 소득과 상관없이 보육료나 양육수당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당시 새누리당의 대선공약집 272쪽에도 "0~5세 보육 및 유아교육의 국가완전책임제를 실현하겠다"며 "0~2세 영아 보육료는 국가가 전액 지원하고 양육수당도 증액하겠다"고 강조해놨다.
그러나 3~5세 무상보육인 '누리과정' 사업이 시도 교육청에 대한 정부의 예산 전가 속에 파행을 거듭한 데 이어, 0~2세 무상보육 역시 당초 약속과는 다른 방향으로 크게 후퇴하게 됐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은 "소위 맞춤형 보육 도입에 따른 예산 절감 효과도 별로 크지 않다"며 "정부가 보편복지로서의 보육 서비스를 공약한 만큼 조건없이 지원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측은 "현실적으로도 전업주부의 0~2세반 어린이집 평균이용 시간은 6시간 42분"이라며 "수요에 맞게 보육체계를 재편한 것일 뿐, 공약 파기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