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연 1.5%에서 10개월째 동결됐다.
한은은 19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4월에도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6월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5%로 인하한 이후 10개월째 동결이 이어졌다.
시장에서도 동결을 예상했다.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채권 관련 전문가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86.1%가 동결을 전망했다.
이날 동결 결정에는 최근의 시장 상황과 함께 정책적 요소들이 많이 작용했다.
금리인하는 경제주체들에게 주는 당장의 심리적 효과도 중요한데 총선 결과에 이목이 집중된 만큼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 또 7명의 금통위원 중 4명이 이날 금통위를 끝으로 교체되는 상황에서 금리인하를 둘러싼 효과와 득실논란이 큰 만큼 새 금통위원들에게 결정을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물경제 측면에서도 최근 국제유가가 오르고, 소비자 심리지수가 넉달만에 상승하는 등 일부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있어 경기 흐름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생겼다.
또한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한 명의 소수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현 상황에서 금리인하는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는 금통위원들의 판단에 변화가 없다.
신흥국 불안요인과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만약의 변수에 대비한 정책 수단을 가급적 아껴둘 필요가 있다는 점 또한 동결의 배경이 됐다.
물론 2월 시작된 담보대출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급증세가 여전히 꺾이지 않는 것도 주요 고려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금통위의 동결 결정 근저에는 금리를 내려도 경기부양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정책 여력만 소진하는 반면 자본유출, 가계부채 급증, 구조조정 지연 등의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4월 이후 금리가 한두 차례 인하될 것이란 시장의 기대감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미약한 경기회복세로 추가 경기부양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인상 지연으로 국제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자본유출 위험이 감소했고, 글로벌 통화정책 완화 기조는 금리인하론에 설득력을 실어주고 있다.
통상 금통위는 매달 둘째주 목요일에 열리지만 이달은 총선 때문에 셋째주로 연기됐다.
한편 이날 금통위를 끝으로 하성근, 정해방, 정순원, 문우식 네명의 위원이 퇴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