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됩니다"
롯데는 지난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와의 경기 막판 포수를 급하게 찾았다. 강민호가 8회말 안중열로 교체됐고 안중열이 9회초 대타 아두치로 교체된 상황에서 11-11 동점을 만들면서 승부가 연장전으로 접어든 것이다.
이때 롯데 덕아웃에서는 내야수 손용석(29)이 이미 장비를 챙기며 포수 마스크를 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최준석이 포수 출신이나 그 역시 교체로 경기를 마쳤기 때문에 나갈 선수가 자신 밖에 없다고 직감하고 있었다.
손용석은 중학교 시절까지 포수 마스크를 썼다.
손용석은 10회와 11회 수비 때 포수를 맡았다. 평소 포수로 활동했던 선수라 우겨도 믿을만 했다. 심지어 블로킹 수비도 수준급이었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어제는 손용석이 MVP"라고 칭찬했다.
손용석은 13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16세 이후 처음으로 포수를 해봤다. 역시 어려웠다"며 웃었다.
기용할 선수가 없어 누군가 포수를 맡아야 할 때는 보통 유격수나 2루수가 마스크를 쓴다. 공을 잡는 능력이 좋고 운동 센스 역시 좋은 편이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포수 마스크를 썼지만 본능은 살아있었다. 손용석은 동료들에게 수차례 사인을 확인하고 경기에 들어섰고 투수에게 사인도 직접 냈다.
손용석은 "사인은 내가 하고싶은대로 하다가 투수와 안 맞으면 다시 내는 방법으로 맞춰갔다. 첫 타자를 상대할 때 조금 긴장했고 주자가 있을 때는 공이 뒤로 빠지면 안되니까 더 집중했다"고 말했다. 블로킹 수비에 대해서는 "나도 모르게 몸이 반응했다. 내야 강습 타구를 막는 것처럼 수비했다"며 웃었다.
만약 롯데가 승리했다면 손용석의 활약은 크게 빛을 발했을 것이다. 그러나 연장전 패배에 팀도, 손용석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손용석은 연장 11회말 결승 희생플라이를 내준 손승락에게 경기 후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포수로서 책임감을 함께 나눈 것. 그러자 "멋진 추억이 될 거다"라는 답장이 돌아왔다. 손용석은 고마워 했다.
손용석은 원래 멀티플레이어다. 그는 "투수 빼고는 다 해보고 싶다. 어디에서든 뛰고 싶다"고 농담을 건넸다. 출전에 대한 의지를 뜻하는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주 포지션이 아니어도 일단 경기에 나가면 그 자리가 내 자리라고 생각한다. 어제도 그랬다"고 씩씩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