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한국인 76만명 11년 추적관찰 결과대상포진을 앓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뇌졸중 위험이 1.9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전 인구의 20% 이상에서 발생하는 대상포진은 2~10세 아이에게 수두를 일으키는 바리셀라 조스터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어릴 때 수두를 앓고 나면 이 바이러스가 신경세포에 잠복하게 되는데, 신체 면역력이 떨어지면 활동을 재개해 신경 주변으로 퍼지면서 대상포진을 일으킨다. 붉은 물집들이 옹기종기 군집을 이뤄 띠 모양으로 나타나며, 그 부위에 타는 듯한 통증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대상포진 환자들은 약 35%가량이 치료 후에도 심각한 후유증으로 고통받는다.
서울아산병원 김성한(감염내과)·권순억(신경과) 교수팀은 2003년 당시 건강했던 일반인 76만6천179명을 11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대상포진과 뇌졸중 사이에 이런 상관관계가 관찰됐다고 12일 밝혔다.
연구팀은 연구결과를 유럽 임상미생물감염병협회(ESCMID)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임상 미생물학과 감염'(Clinical Microbiology and Infection) 3월호에 발표했다.
논문을 보면 11년의 추적 관찰 기간에 매년 대상포진으로 새롭게 진단된 환자는 인구 1천명당 9.4명꼴이었다. 또 가벼운 뇌졸중(일과성 허혈 발작)을 포함한 전체 뇌졸중 환자는 매년 인구 1천명당 9.8명꼴로 발생했다.
연구팀은 두 질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대상포진 환자의 뇌졸중 위험도를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했다.
이 결과 대상포진을 앓은 환자에게 뇌졸중이 생길 위험도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1.9배 높았다.
특히 30세 이하 젊은층에서 이런 위험도가 두드러졌다.
대상포진 후 뇌졸중이 생길 위험도를 연령대별로 보면 18~30세 2.04배, 30~40세 1.7배, 40~50세 1.43배, 50~60세 1.23배, 60~70세 1.24배 등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대상포진이 젊은 연령에서 발생하는 뇌졸중의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대상포진이 생기는 위치에 따라 뇌졸중이 발생할 위험도도 달랐다.
얼굴에 생긴 대상포진은 몸과 다리에 생기는 경우보다 뇌졸중 위험도가 더 컸으며, 대상포진이 생긴 후 수년까지도 이 같은 위험이 지속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처럼 대상포진 환자에게 뇌졸중 위험도가 높은 이유로는 바이러스가 여러 경로로 대동맥에 침범해 혈관염을 일으켰거나 체내 면역학적인 반응에 문제가 생기면서 뇌졸중으로 이어졌을 가능성, 교감신경의 과도한 활성화 등이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명확한 이유는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여러 가지 형태의 뇌졸중 중에서 특정 뇌졸중과 대상포진의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해 추가로 연구한다는 계획이다. 추가 연구에서 뇌졸중 발생 위험도가 높은 대상포진 환자군이 규명된다면 이런 환자들을 중심으로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적극적으로 시행함으로써 뇌졸중 발생률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김성한 교수는 "이전에 대만과 영국의 연구에서 대상포진이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이번처럼 장기간에 걸쳐 역학조사(코호트)를 실시한 경우는 아니었다"면서 "장기 코호트 연구로 두 질환의 연관관계를 더 명확하게 밝히고, 질환의 부담을 알 수 있는 상대 위험도를 제시한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