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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신해철이 남기고 간 투표 독려 연설 '뭉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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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신해철(1968~2014)이 생전에 남긴 투표 독려 연설이 13일 치러지는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 연설은 고 노무현(1946~2009) 전 대통령이 지난 2002년 대선에서 후보자로 나섰을 당시, 그를 지지하기 위한 신해철의 TV 찬조연설이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지금은 고인이 되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신해철은 이 연설에서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며 "그런 만큼 평소에 정치하고는 무관하다라고 생각을 해 왔고 정치하고는 일부러라도 거리를 두고 그렇게 살아가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친구들하고 사이에서는 내가 정치하는 근처에 가느니 차라리 63빌딩에서 뛰어내리고 말겠다라고 막말도 했었다"며 "하지만 지금 이 시기에 제가 그냥 아무 일도 않고 가만히 앉아 있는다는 것, 그것을 견딜 수가 없었고 평소에 정치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저의 고집도 제가 믿는 더 큰 것이 있다면, 더 소중한 것이 있다면 그 고집을 버려야 한다라고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고 신해철(사진=자료사진/노컷뉴스)

 

그는 "솔직히 이날 이때까지 투표해 본 적 한 번도 없다. 87년에는 투표권이 없어서 못했고, 그 다음에는 다 똑같다고 생각하고 투표하기 싫어서 안 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고고하게 학처럼 정치하고 멀리 떨어져 있고 싶다고 멋있는 척 할 상황도 아니고 투표를 안하는 것이 자랑인 시기도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우리가 현실정치와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하는 것, 그리고 우리의 생활로서의 정치는 틀린 얘기일지 몰라도 정치가 잘못되면 우리가 사람답게 살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정치가 바뀌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목소리를 내야만 하고, 가만히 앉아 있어서는 안 되고, 우리가 가진 권리를 행사해야만 합니다."

신해철은 "우리가 정치가 싫다 더럽다고 욕을 하고 팔짱을 끼고 앉아 있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다"며 "다 마찬가지야 하고 정치에 대한 환멸을 던진다고 해서 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적극적으로 우리가 나서고 투표장에 가고 우리의 힘을 발휘할 때 그때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젊은이들이 투표에 나서 줄 것을 당부했다.

"이 방송을 보고 계신 20대 여러분. 몸에서 호르몬 분비가 왕성하고 근육의 힘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젊은이라고 불릴 만한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마음 속에 젊은이라는 자격에 합당한 정열이 있고 세상을 바꾸려는 생각이 있고, 그리고 직접 움직일 때 그것이 젊은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송을 보시는 30대 여러분. 아마 지금쯤에서 우리 386들은 자신과 닮은 소중한 분신들을 한둘 가지고 소중한 그들을 키우고 있을 겁니다. 87년에 우리는 이미 거리에서 월드컵 이전에 뜨거운 함성과 열기로 모였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몰아냈었습니다. 자, 이제 2002년 12월 19일에 낡은 사람들이 돌아오는 것을 막아야 할 때입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투표소로 향해주시기를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어르신'들에게도 부탁의 말을 전했다.

"얼마 전에 무슨 조사에서 각국의 청소년들 중에서 어른들을 가장 환멸하는 청소년들이 우리나라라는 조사가 나와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과연 우리 엄마 아빠가 돈 많이 못 벌어다 줘서 싫다고 말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중략) 이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고, 그리고 세상은 좋아져야 한다고 믿고 계시다면 어르신 여러분들도 젊은이라고 불릴 자격이 충분히 있으십니다. '요즘 젊은애들 버릇없어'라는 말은 5000년 전 피라미드 안에서도 발견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바뀌어야 한다는 세상이, 그 바뀐 세상에서 어른들 윗목으로 몰아내고 자기들끼리 놀자는 것 아닙니다. 함께 바꾸고 지도도 받고 그리고 그 바뀐 세상에서 울엄마, 울아빠랑 같이 행복하게 잘 살고 싶다는, 그런 소망입니다. 젊은이들을 믿어주시고 저희들도 잘하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신해철의 TV 찬조연설 전문
안녕하십니까. 신해철입니다.

저는 지금 노무현 후보의 찬조연설을 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음악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만큼 평소에 정치하고는 무관하다 라고 생각을 해왔고 정치하고는 일부러라도 거리를 두고 그렇게 살아가고 싶었구요 뭐 친구들하고 사이에서는 내가 정치하는 근처에 가느니 차라리 63빌딩에서 뛰어내리고 말겠다라고 막말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기에 제가 그냥 아무일도 않고 가만히 앉아 있는다는 것, 그것을 견딜 수가 없었고 평소에 정치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저의 고집도 제가 믿는 더 큰 것이 있다면, 더 소중한 것이 있다면 그 고집을 버려야 한다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 얼마 전에 장가를 갔습니다. 그래서 평생 결혼 안하고 혼자 살거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가 지금 마누라를 보고 홀딱 반해서 장가를 갔어요. 그러다 보니까 이제 슬그머니 욕심이 나서 아이도 낳아서 아이 얼굴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게 되었는데, 나중에 그 아이가 자라서 "아빠 2002년 겨울에 아빠는 어디가서 뭘 하고 있었어"라고 물으면 "어 아빠는 음악하는 사람이니까 뭐 정치하고는 무관하고 그때는 음악실에서 열심히 곡을 쓰고 있었다"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도저히 할 수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흐린 창문 사이로 하얗게 별이 뜨던 그 교실 제 노래 가사인데요. 그곳에서, 창살 없는 감옥이라 불리는 그 교실에서 우리는 참 얼마나 갑갑했습니까. 그리고 또 얼마나 빨리 어른이 되길 갈망했습니까. 어떤 통과의례를 통해서라도 어른이 되고 싶었고, 그리고 지금 우리를 내버려 두고 있는 어른이 원망스러웠고 어른이 되고 나서 세상을 바꾸게 될 힘을 얻기를 얼마나 또 갈망했던가요. 주민등록증이 나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요. 주민등록증이 나오게 되면 석달 전부터 달력에 표시해 가면서 "야, 이제 주민등록증 나온다"하고…. 그리고 주민등록증을 손에 쥐고 나서는 정말 어른이 된 것 같은 그런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주민등록증을 어디에, 얼마나 많이 사용하셨습니까? 저 같은 경우에는 나이트 들어갈 때 입구에서 그냥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말고는 별로 써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요즘 같은 경우에는 하다 못해 중국집에서 주민증 맡기고 짜장면 한 그릇 주세요 해도 안 줍니다.

우리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진다는 것이고, 이 세상을 바꿀 힘을 얻는다는 것이고, 이 세상에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게 된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가지고 있는 투표권을 통해서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고, 그리고 나서 이 나라를 바꿔 나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어른의 한 몫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는 저, 솔직히 이날 이때까지 투표해 본 적 한 번도 없습니다. 87년에는 투표권이 없어서 못 했구요, 그 다음에는 다 똑같다고 생각하고 투표하기 싫어서 안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고고하게 학처럼 정치하고 멀리 떨어져 있고 싶다고 멋있는 척 할 상황도 아니고 투표를 안하는 것이 자랑인 시기도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한테 "산다는 게 뭐예요"라고 물어보면 "어, 대학 가면 가르쳐 준다. 그때까지 아무 생각하지 말아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오늘 공부 마치고 오는데 하늘이 참 고왔어요, 너무 예뻤어요"라고 얘기하면 "이놈의 자식, 공부도 안하고 쓸 데 없는 생각하고, 멍하니 걸어 다니고, 뭐하고 다니는 거야" 하고 야단을 맞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 그렇다고 배웠습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건 어차피 경쟁이고 남의 머리를 밟고 일어서야 하고, 남과의 경쟁에서 네가 가만히 앉아 있으면 너는 가만 있어도 남들이 너의 머리를 밟고 일어설 것이고, 대학 떨어지면 너는 인생 낙오자요, 취직 못하면 돈 못벌면 세상에서 쓴맛 보게 된다고, 그런 얘기를 어릴 때부터 들어 왔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진정으로 행복하다는 것, 인생에서 정말 행복하다는 것이 무엇일까요.

저의 아버지하고 저, 아마 저희 세대가 다 그렇듯이 별다른 대화가 없습니다. 그리고 참 무뚝뚝하구요. 아버지하고 다정하게 뺨 한 번 부벼본 기억이 사실 별로 없습니다. 외국 나가서 공부하면서 참 춥고 고달프고 배고플 때 하늘에 뜬 달을 보면 굉장히 미워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나라도 참 좋게 생각이 되고 아버지도 보고 싶고 엄마도 보고 싶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돌아가면 아버지하고 뺨도 좀 부벼보고 안아도 보고 해야겠다고 결심하지만 어디 그게 쉽습니까. 막상 또 돌아와서 아버지 뵈면 "다녀왔어요" "그러냐" 하고 부자가 뚱하니 앉아서 먼 산 바라보고 있는데요. 한 일 년 전에는 정말 굳게 결심을 했어요. 그런 다음에 아예 현관문을 열면서 '하나, 둘, 셋'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가 오자마자 확 끌어안아 버렸잖아요. 그리고 막 뺨을 부볐는데 뭐하는 짓이냐고 하실 줄 알았는데 가만히 계시더라고요. 그때 느낀 아버지 뺨의 감촉이라는 게 나를 키우느라고 완전히 이제 노인네 돼서 생기는 주름입니다만, 그게 세상 어떤 미인의 곱디 고운 피부가 그런 기분만 하겠습니까.

우리가 사람답게 산다는 것,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저는 우리 부자가 어깨동무를 하고 "아버지 오늘은 뭐했어요"하고 이야기를 하게 된 요즘에서야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사람답게 사는 것과 정치가 무관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경제 망가지면 당장 우리집 밥상 위의 반찬 가짓수 줄어드는 것처럼 우리가 사람답게 사는 것과 정치는 정말로 연관이 있습니다.

우리가 현실정치와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하는 것, 그리고 우리의 생활로서의 정치는 틀린 얘기일지 몰라도 정치가 잘못되면 우리가 사람답게 살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정치가 바뀌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목소리를 내야만 하고, 가만히 앉아있어서는 안되고, 우리가 가진 권리를 행사해야만 합니다.

이번 의정부 여중생 장갑차 사망사건. 우리 국민은 자존심을 다쳤습니다. 지금 거리에 많은 사람들이 나선 것이 미군기지 사용료를 내라는 것도 아니고, 보상금이 적다는 것 때문에도 아닙니다. 우리는 자존심을 다쳤어요. 여러분들도 슬프실 겁니다. 분하고 억울하지요. 미국이 우리의 진정한 우방이라면 우리가 우리의 권리와 우리의 할말을 주장하는 것이 그 관계를 해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지나친 교만이나 강압으로 나올 때 그런 것들을 지적할 수 있어야만 진정한 우방이 될 수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해봅니다.

광화문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촛불을 들고 하나가 되었습니다. 우린 얼마 전에도 그런 가슴 뿌듯한 경험을 했었습니다. 월드컵 때 많은 사람들이 광화문에 모였었죠. 그때 TV를 보면 차범근 씨가 항상 목이 터져라 이런 얘길 하곤 합니다. 우리가 프리킥을 하거나 하는 상황이 되면 "자, 관객들이 지금 소리를 질러줘야 한다. 관객들이 지금 더 떠들어줘야 한다. 지금 골기퍼도 혼이 나가고 선수들이 혼이 나가버린다. 옆에서 소리를 질러라".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는 길거리를 메우고 뜨거운 함성으로 소리를 지를 겁니다. 그리고 이 나라의 대통령은, 책임자는 미국과 당당하게 맞서고 우리의 할말을 하고 이 사건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국익을 최대한 보장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뚝심을 갖고 밀어부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후보. "미국에 사진 찍으러 갈 일은 없다 때 되면 내가 알아서 가겠다"고 외친 사람입니다. 뭐 대통령이 되기도 전에 눈 도장 찍고 사진 찍고 그러고 온 사람도 있습니다. 선거철이 닥치니까, 급하니까 이 장갑차 사건의 촛불시위에 끼워달라고 합니다. 안 끼워 줍니다. 절대로. 대통령이란 것이 저는 한편으로는 예술가와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점에서 그러냐면요. 대통령은 우리나라, 일개 국가, 우리 민족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로서의 예술가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자기 임기 안에서 뭘 좀 잘해서, 그리고 당장 급하니까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기 위해서, 당장 임기 안에서 티내기 위해 뭔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임기 안에도, 그 이후에도, 그 이후에도, 먼 미래에도, 국가와 민족이 나아갈 방향과 먼 미래를 디자인 할 수 있는 뚝심과 미래를 볼 줄 아는 시각을 갖고 있어야 우리의 지도자가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그런 점에서 노무현 후보가 가지고 있는 품성 가운데서 그의 우직함을 좋아합니다. 우직함이란 단어가 글쎄요, 미련함이란 단어와는 많이 틀린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미련함이란 것은 뭐가 뭔지도 모르고 파악도 못하고 그런 것이 미련함이겠고, 우직함이란 것은 내가 당장은 이것을 하면 손해를 볼 수 도 있겠지만, 그리고 당장은 진흙탕을 밟을 수도 있고 욕을 먹을 수도 있고 사람들이 안 알아줄 수도 있지만, 그러나 내가 믿는 것이 있고 소신이 있고 믿는 것이 있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 있기 때문에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그것을 밟고 들어가는, 주위에서 말려도 들어가는 그것이 우직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나 똑똑한 사람들과 너무나 영악한 사람들이 가득 차 있는, 그래서 속물공화국이 되어버린 우리나라에 가장 긴급 수혈되어야할 그런 부분이 바로 그 우직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중학생 때였는데 집안이 좀 어려웠어요. 그래서 아들이라곤 저 하나인데 부모님 보기가 너무나 민망하고 해서 집안에 좀 도움을 주고 싶고 학비라도 벌고 싶어서 동대문에, 이모 호텔 뒤에 가면 조그만 사무실들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뭐 없을 것 같은데, 거기 가면 봉투를 하나씩 나눠주면서 물건들을 담아 줍니다. 수세미도 있고, 보리차도 있고 그걸 들고 다니면서 "고학생인데요…", 그렇게 얘기를 하면서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면서 파는 겁니다. 처음엔 쑥스러워서 말이 안 떨어지다가 나중엔 요령도 익히고 해서 1000원짜리를 꽤 많이 모았어요. "야, 이번 학기 돈은 내가 낼 수 있으려니…" 하고 속으로 으쓱하고 있었는데 어머니께서 저를 부르셨어요. 비자금이 들킨 거죠. 그러시더니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 그래서 저는 공부 안하고 그런 것 하고 있다고 야단 맞을 줄 알았는데 어머니께서 물건을 보시더니 그러시더라고요. "야, 이건 물건 질이 나쁘다. 이건 너네 고학생들을 이용해서 부당 이익 취하는 거다. 그러니깐 남자가 아무거나 눈앞의 이익이라고 집어먹지 마라"는 얘기였어요.

저는 노무현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자신이 지금까지 말해온 것들을 지키지 못한다면 패배자라고 단언합니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이겨서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구요. 그리고 그가 말한 것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입증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선거의 결과와 관계없이 그는 이미 승리자다라고 생각합니다.

연예인들 직업이요, 인기를 먹고 산다, 인기에 연연한다고 얘기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좋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저, 인기에 연연합니다. 그리고 인기가 사라지는 것 좋아하지 않습니다. 히트곡이 오래 나오지 않으면 겁 날 겁니다. 국내 활동 접고 외국에 가 있으면 두렵습니다. 그리고 무대 위에 올라갈 때는 떨립니다. 다리가 후들후들 합니다.

그렇지만 당장 눈앞에 있는 어떤 이익보다는 그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고 내 마음의 선택을 따랐을 때, 한창 인기 있을 때 나 다시 밴드 하겠다고 생각했을 때, 그때 사람들이 다 말렸지만, 그리고 또 그 밴드가 자리를 잡고 나서 "나 이제 공부하러 갈래" 했을 때 왜 하필 지금 돈벌어서 챙겨야지 지금 공부를 하러 가느냐고 얘길 했을 때 사람들이 말렸지만 결국은 저한테 좋은 결과가 되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남게 되었어요.

노무현 후보도 3당 합당이나 자기가 더 편한 길을 갈 수 있었을 때 그 편한 길을 택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주위에 남았고 그것이 지금의 노무현 대통령 후보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후보가 없이 살아 왔기 때문에 서민을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그가 없이 살았다, 초년 때 고생했다,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옳게 살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우리가 인정해야하지 않느냐고 생각합니다.

가요계에 립싱크 논쟁이 있은 적이 있습니다. 그 립싱크 하는 사람들을 많은 사람들이 욕하고 립싱크 하지 말라고 얘기했을 때, 제가 "왜 립싱크 하는 사람들을 욕하냐"고 했더니 저보고 서운하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저는 립싱크에 찬성하는 것이 아닙니다. 립싱크가 싫다면, 그런게 보기 싫다면 라이브로 연주하거나 노래하는 사람들을 자기 발로 찾아다니고 무거운 엉덩이를 떼고 그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낼 때 그것이 없어지는 것이지 립싱크 하는 사람들을 손가락질하고 욕한다고 해서 립싱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정치가 싫다 더럽다고 욕을 하고 팔짱을 끼고 앉아 있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다 마찬가지야" 하고 정치에 대한 환멸을 던진다고 해서 이 세상은 바뀌지 않습니다. 적극적으로 우리가 나서고 투표장에 가고 우리의 힘을 발휘할 때 그때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바뀔 수 있습니다.

이 방송을 보고 계신 20대 여러분.

몸에서 호르몬 분비가 왕성하고 근육의 힘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젊은이라고 불릴 만한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마음 속에 젊은이라는 자격에 합당한 정열이 있고 세상을 바꾸려는 생각이 있고 그리고 직접 움직일 때 그것이 젊은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송을 보시는 30대 여러분.

아마 지금쯤에서 우리 386들은 자신과 닮은 소중한 분신들을 한둘 가지고 소중한 그들을 키우고 있을 겁니다. 87년에 우리는 이미 거리에서 월드컵 이전에 뜨거운 함성과 열기로 모였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몰아냈었습니다. 자, 이제 2002년 12월 19일에 낡은 사람들이 돌아오는 것을 막아야 할 때입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투표소로 향해주시기를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또 이 방송을 보시는 어르신 여러분들께도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게 있습니다.

얼마 전에 무슨 조사에서 각국의 청소년들 중에서 어른들을 가장 환멸하는 청소년들이 우리나라라는 조사가 나와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과연 우리 엄마 아빠가 돈 많이 못 벌어다 줘서 싫다고 말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5년 정도 DJ를 했는데요, 매일 밤 생활에 얽힌 자잘한 사연들을 읽으면서 참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봤습니다. 그런데 한결같이 집단으로서의 기성세대에 대해서는 불만도 있고 슬픔도 있지만, 그러나 자기 엄마, 자기 아빠한테 만큼은 모두 다 면죄부를 줍니다. 우리 엄마, 아빠는 너무너무 고생했기 때문에, 어려운 시절을 살아왔기 때문에 라면서 다 이해를 합니다.

이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고 그리고 세상은 좋아져야 한다고 믿고 계시다면 어르신 여러분들도 젊은이라고 불릴 자격이 충분히 있으십니다. 요즘 "젊은애들 버릇 없어"라는 말은 5000년 전 피라미드 안에서도 발견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바뀌어야 한다는 세상이, 그 바뀐 세상에서 어른들 윗목으로 몰아내고 자기들끼리 놀자는 것 아닙니다. 함께 바꾸고 지도도 받고 그리고 그 바뀐 세상에서 울엄마, 울아빠랑 같이 행복하게 잘 살고 싶다는 그런 소망입니다. 젊은이들을 믿어주시고 저희들도 잘하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19일이 되면 노무현 후보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 이제 우리 모두가 남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모두 각자 자기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갈 겁니다. 저 역시 제가 가고 싶은 자리 제가 원래 있던 자리, 지금 이 순간에도 생각나는 제가 음악하고 있는 곳으로 돌아갈 것이구요.

하지만 19일에 우리가 무엇을 했느냐, 어떤 선택을 했느냐는 그 결과는 지금 5년에도, 또 그 후 5년에도, 또 그 후 5년에도 또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에도 계속 결과로 남아서 우리의 실제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죽은 다음에도 그 결과는 남아서 이 나라와 이 땅과 우리 자손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될 거예요.

저는 사람 사는 세상, 우리가 올바르게 사는 세상에 대한 우리의 간절한 염원을 이번 12월 19일에 노무현 후보에게 담아서 띄워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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