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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그날에'…보이스피싱범 대통령 경비 서던 경찰에 '들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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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4-1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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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현금 8천여만원을 뜯길 뻔한 스님이 대통령 경비를 서던 경찰관의 기지로 사기를 모면했다.

전북 완주의 한 사찰 주지스님 이모(86)씨는 지난 8일 오전 8시께 경찰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전화를 받았다.

"은행계좌 비밀번호가 유출됐으니 예금을 모두 찾아 전주의 한 농협으로 나오라"는 말을 들은 이씨는 부랴부랴 인근 농협으로 달려가 8천여만원을 인출했다.

거액의 돈을 빼려는 스님을 의심한 농협 직원이 돈의 용도를 물었으나 이씨는 "자식 사업자금으로 주려고 한다"며 돈을 달라고 했다.

돈을 인출한 이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말대로 전주의 한 농협으로 이동했다.

007가방에 돈을 싸들고 나온 이씨는 조직원이 보이지 않자 다시 전화를 했다.

이날은 대통령이 농협 인근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하던 날로 주변 경계가 삼엄했다.

이때 농협 밖에서 대통령 경호·경비 근무 중이던 경찰은 007가방을 든 이씨를 수상하게 여겨 이씨에게 다가갔다.

경찰은 이씨의 통화내용을 듣다가 보이스피싱 피해자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이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분명하니 약속장소를 정해서 만나자고 해라"는 글을 종이에 적어 이씨에게 건넸다.

경찰의 말을 착실하게 따라준 이씨는 조직원과의 통화 끝에 한 대형마트 사물함에 8천만원을 넣어두기로 했다.

이씨는 직접 들고온 8천여만원은 농협에 안전하게 입금하고, 대신 빈 007 가방을 대형마트 사물함에 뒀다.

보이스피싱 총책은 중국인 리모(30)씨를 시켜 이씨가 사물함에 넣어둔 돈을 가로챌 요량이었다.

리씨는 잠시 뒤 약속장소인 대형마트에 나타났고, 경찰은 사물함에서 돈을 빼가려던 리씨를 현장에서 붙잡았다.

전북 전주덕진경찰서는 11일 절도 미수 혐의로 리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검거 당시 한국말을 곧잘 하다 중국말로 일관하는 리씨를 상대로 여죄를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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