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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속에서 피어난 평범한 일상 '트라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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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4-0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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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리스타가 말하는 시칠리아 완벽해부 ④

한적한 트라파니의 거리는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사진=flick_Tommie Hansen)

 

에리체에서 30분정도만 내려오면 트라파니를 만날 수 있다. "에리체에서 바라보는 트라파니는 아름답다." 아름다움을 기대하고 도시에 들어서면 금방 실망스러워 질지도 모른다. 도시 전체의 분위기는 무엇가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말을 아끼고 입을 굳게 다문 노신사를 연상시킨다.

트라파니의 위치는 시칠리아 서북쪽 끝이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 아프리카 대륙이 있다. 즉 유럽 대륙으로 진출할 수 있는 적략적 요충지가 바로 트라파니다. 이곳은 오랜 기간 크고 작은 전쟁의 무대가 되었다. 지중해 패권을 놓고 카르타고와 로마가 벌인 포에니 전쟁이 일어났던 곳이기도 하다.

이후 게르만족의 일파인 반달족, 이슬람의 사라센, 바이킹의 후예인 노르만족과 프랑스의 부르봉 왕가의 침략도 받았다. 심지어 지금은 같은 나라인 베네치아와 제네바의 의해 점령당하기도 했었다. 특히 2차세계대전 당시에는 폭격으로 도시 대부분이 파괴되는 아픔을 겪여야만 했다. 역사의 많은 부분을 전쟁이라는 아픔으로 감내해야했던 트라파니는 그렇게 침묵이 어울리는 도시가 되었다.

트라파니는 에리체에서 만났던 관광객의 모습은 사라진 평범한 도시다. 하지만 밤이 되면 트라파니의 모습은 달라진다. 낮에 차분한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지고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메운다. 사람들을 헤치고 발견한 식당은 Ai Lumi. 이 식당에서 추천해 주는 음식은 바로 스테이크다. 내친김에 하우스 와인도 한병 시키면 좋다.

트라파니 스테이크는 Ai Lumi 레스토랑을 추천한다. (사진=투리스타 제공)

 

스테이크를 기다리면서 와인을 한 잔, 두 잔 들이키다 보면 이상한 경험을 하게된다. 자연스럽게 도시가 좋아지는 것이다. 낮에는 그렇게 별 것 없다고 생각했던 도시가 편하게 다가온다. 고풍스러운 거리를 비추고 있는 백열 가로등은 분위기를 한 층 더 편안하게 만든다.

야외 노천 와인바에 들러 와인한잔 해보자 (사진=투리스타 제공)

 

스테이크로 배를 채우면 식당 앞에 위치한 야외 노천 와인바를 찾아보자. 이 바에는 자리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다들 와인으로 가득 찬 잔을 들고 거리에서 트라파니의 일상을 즐기고 있다. 사람들의 표정도 밝고 활기차다. 어느덧 와인잔을 가득 채우고 그들의 일상으로 깊숙히 들어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채워진 와인잔이 비워질수록 도시에 대한 애정은 늘어만 간다. 기대에서 실망으로 실망이 다시 애정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어쩌면 여행은 기대와 실망, 애정의 반복일지도 모른다.

취재협조=투리스타(www.turis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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