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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남자친구 알고보니…유부남 사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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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비부터 대출실적…범행수법도 가지가지

 

김모(30·여)씨가 동호회 지인으로부터 황모(28)씨를 소개받은 건 지난 2014년 3월.

180cm가 넘는 훤칠한 키에 준수한 외모에 수원지검 안산지청 검사라고 소개한 황씨를 앞에 두고, 김씨는 한 눈에 빠져들었다.

얼마지 않아 두 사람은 결혼을 전제로 사귀게 됐고 만난지 4개월쯤 지난 7월 황씨가 갑자기 김씨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해왔다.

일본계 캐피털 자금을 추적해야 하는데 수사비가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수사과정에 사비가 들어가야 한다는 게 의아스러웠지만 상견례까지 한 상황에서 남자친구를 의심할 순 없었다.

하지만 황씨의 부탁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황씨는 수사비 명목으로 8차례에 걸쳐 8000만 원을 빌려갔다.

이때까지도 김씨는 상견례에 나온 황씨의 부모가 돈을 주고 고용한 아르바이트였으며, 모든 것이 황씨가 꾸민 사기극이란 걸 상상도 못했다.

황씨의 거짓말은 오래 가지 못했다. 황씨를 수상하게 여긴 또 다른 지인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황씨의 거짓 연극은 만천하에 드러났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7일 황씨를 사기 및 공무원자격사칭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황씨는 이미 결혼한 유부남이었고, 두아이의 아빠였다.

황씨는 범행 대상을 찾기 위해 자신을 검사로 속이고 한 자동차동호회에 가입해 활동을 시작했다.

검사로 보이기 위해 '法'자가 새겨진 국선변호인용 배지를 달고, 차 안에는 경광봉과 무전기를 싣고 다니며 동호회원들의 눈을 속였다.

사회모임에서는 별다른 신분 확인이 없는 데다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무슨 말을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황씨를 알게 된 동호회원들은 "수사비가 필요하다"고 말할 때마다 돈을 빌려줬고, 서로 자신의 지인들을 소개해줬다.

김씨 또한 동호회원 중 한사람의 지인으로, 황씨를 소개받게 된 것이다.

황씨의 범행 타겟에는 동호회뿐 아니라 초·중·고교 동창모임도 포함됐다. 동창모임에서 황씨는 자신을 은행원이라 속였다.

여기서 황씨는 승진을 하려면 대출실적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대고 동창들로부터 돈을 빌렸다.

이렇게 황씨가 동호회원과 동창들로부터 지난 2013년 10월부터 최근까지 뜯어낸 돈이 무려 11억 원에 달한다.

황씨는 경찰에서 "검사라고 하면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부터 달라졌다. 사기를 칠수록 우월감을 느꼈다"며 "가족들에게는 금융업계에서 일한다고 속였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결혼까지 약속했던 A씨부터 황씨의 아내까지 그의 주변인들이 모두 패닉 상태"라며 "황씨가 검거될 때까지 주변인들은 모두 그가 검사 혹은 은행원인줄로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수원지검 안산지청에는 금융범죄 3부라는 부서조차 존재하지 않는다"며 "황씨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말고 간단한 확인만 했더라도 피해자가 이처럼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황씨 여죄를 캐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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